지난 2~3년간 세계는 생성형 AI(Generative AI)가 쏟아내는 유려한 문장과 그림에 열광했습니다. 하지만 기업 현장의 분위기는 사뭇 다릅니다. “신기하긴 한데, 이걸로 돈은 어떻게 벌지?”라는 의구심이 ‘AI 피로감’으로 번지고 있는 것입니다.
글로벌 원격 연결 솔루션 기업 팀뷰어(TeamViewer)가 26일 발표한 ‘2026년 전망’은 이 지점에 대한 명확한 진단을 내립니다. 이제 시장의 중심축은 ‘말하는 생성형(Generative) AI’에서 ‘일하는(Agentic) AI’로, 기술 자체에서 ‘데이터 거버넌스’로 급격히 이동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에이전틱(Agentic) AI는 인간의 개입 없이 스스로 데이터를 분석하고, IT 시스템 제어 및 물류 관리 등 복잡한 워크플로를 자율적으로 수행하는 미래형 AI 모델이다. (이미지=Gemini 생성)
“이걸로 돈 어떻게 벌지?”
팀뷰어는 보고서를 통해 ‘2026년은 AI의 가치를 기술적 진보가 아닌, 실제 업무 현장의 생산성으로 평가하는 해가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올리버 스테일(Oliver Steil) 팀뷰어 CEO는 “질문에 답만 하는 범용 모델 대신, 기업의 데이터를 학습해 고부가가치 업무를 직접 수행하는 ‘에이전틱 AI’가 핵심”이라고 강조합니다.
‘에이전틱 AI’는 기존 생성형 AI와 질적으로 다르다. 기존 AI가 사용자의 요청에 따라 텍스트나 코드를 ‘생성’해주는 수동적 조언자(Co-pilot)였다면, 에이전틱 AI는 스스로 목표를 인지하고 계획을 수립해 도구를 사용하며 과업을 완수하는 자율적 대리인(Agent)입니다.
이런 전망은 세계적인 AI 석학인 앤드류 응(Andrew Ng) 스탠퍼드대 교수가 강조해온 ‘에이전틱 워크플로(Agentic Workflow)’라는 개념과 잇닿아 있습니다. 그는 최근 여러 강연을 통해 “앞으로의 AI 혁신은 모델의 크기(파라미터)를 키우는 것이 아니라, AI가 도구(Tool)를 사용하고 스스로 오류를 수정하며 단계를 밟아나가는 ‘워크플로’의 진화에서 나올 것”이라고 예견한 바 있습니다.
예컨대 과거의 AI가 “재고 관리 코드를 짜줘”라는 요청에 코드만 뱉어냈다면, 에이전틱 AI는 재고 시스템에 접속해 부족분을 파악하고, 최적의 공급사를 찾아 가격을 비교한 뒤, 발주서를 작성해 결재를 올리는 일련의 과정을 ‘스스로’ 수행합니다. 인간은 AI와 채팅하는 것이 아니라, AI가 해놓은 일을 승인하고 감독하는 역할로 바뀌는 것입니다.
하지만 장밋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팀뷰어는 에이전틱 AI의 확산을 가로막는 최대 걸림돌로 기술이 아닌 ‘데이터 거버넌스(Data Governance)’를 지목했습니다. AI 에이전트가 자율적으로 움직이려면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가 필수적인데, 대다수 기업의 데이터 환경은 이를 뒷받침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이는 글로벌 컨설팅 기업 맥킨지(McKinsey)의 분석과도 일맥상통합니다. 맥킨지는 최근 보고서들에서 기업의 디지털 혁신이 실패하는 주원인으로 ‘데이터 사일로(Data Silos, 부서 간 데이터 단절)’와 ‘기술 부채(Technical Debt)’를 꼽았습니다. 오랜 기간 부서별로 제각각 쌓아온 낡은 데이터, 서로 호환되지 않는 시스템이 그대로인 상태에서 최신 AI를 도입해도 잡동사니를 넣어 잡동사니를 받는 결과만 초래한다는 것이다. 팀뷰어는 “직원이 의도(Intent)만 전달하면 AI가 알아서 실행하는 단계로 가기 위해서는, 기존 업무 프로세스를 재설계하고 데이터 거버넌스를 확립하는 것이 필수적 관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미국 로드아일랜드주 인공지능 컨설팅 회사인 ‘Lantern’이 제작한 티셔츠 앞면 디자인이다. (사진=뉴시스)
보안 개념, ‘방어’서 ‘회복’으로
AI가 업무 깊숙이 개입할수록 보안의 개념도 바뀝니다. 팀뷰어는 “2026년의 보안은 ‘완벽한 차단’이 아니라 ‘신속한 감지와 회복’에 방점이 찍힐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AI 에이전트들이 24시간 자율적으로 외부 시스템과 통신하는 환경에서 모든 구멍을 막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따라서 공격을 당하지 않는 것보다, 이상 징후를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시스템을 복구하는 ‘사이버 회복탄력성(Cyber Resilience)’이 기업 생존의 핵심 역량이 된다는 것입니다.
2026년은 AI의 ‘마법’이 걷히고 ‘현실’이 드러나는 해라는 전망입니다. 똑똑한 AI 모델을 도입하는 기업이 아니라, 지루해 보이는 데이터 정비와 프로세스 혁신을 묵묵히 수행한 기업만이 ‘에이전틱 AI’라는 강력한 무기를 손에 쥘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혜영 팀뷰어코리아 대표이사는 “한국 기업들은 빠른 클라우드·클라우드 기반 응용소프트웨어(SaaS) 확산과 하이브리드 근무 환경 속에서 생산성 저하, 보안 리스크, IT 운영 복잡성이 동시에 증가하고 있다”며 “중요한 것은 문제를 사후에 처리하는 것이 아니라 사용자 경험과 IT 환경 전반을 가시적으로 파악하고 선제적으로 개선하는 역량”이라고 말했습니다.
임삼진 객원기자 isj2020@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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