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지우·남윤서 기자]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이후 국내 기관투자자의 참여 규모는 빠르게 확대됐지만, 실제 수탁자 책임이 이행되고 있는지를 점검·평가하는 체계는 여전히 부재하다는 지적이 제기됐습니다. 연기금과 자산운용사의 주주권 행사가 기업 경영에 대한 실질적 책임 추궁으로 이어지고 있는지, 그 결과가 지배구조 개선으로 연결되고 있는지를 확인할 제도적 장치가 없어 스튜어드십 코드가 선언적 규범에 머물러 있다는 문제의식입니다.
민주당 코스피5000특별위원회와 김윤 민주당 의원은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스튜어드십 코드 실효성 제고를 위한 내실화 방안 모색 토론회'를 열고, 국내 스튜어드십 코드 운영 실태와 구조적 한계를 점검했습니다. 토론회는 기관투자자의 책임투자가 자본시장 신뢰 회복과 주주가치 제고로 이어지기 위해 필요한 제도적 보완 과제를 중심으로 진행됐습니다.
첫 번째 발제를 맡은 황현영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내 스튜어드십코드 참여 기관은 제도 도입 초기인 2016년 18곳에서 작년 249곳까지 늘어났다"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그는 "스튜어드십코드는 2016년 이후 한 차례도 개정되지 않아 자본시장 환경 변화를 반영하지 못했다"며 "이행 점검 없이 운영되면서 실효성 논란이 반복돼 왔다"고 지적했습니다.
황 연구위원은 "스튜어드십코드에 따라 의결권 행사와 수탁자 책임 이행 활동을 고객과 수익자에게 주기적으로 보고해야 함에도, 참여 기관의 자발적 이행보고서 발간 비율은 낮은 수준"이라고 말했습니다. 연기금, 자산운용사 외 금융기관과 사모펀드(PEF)운용사, 투자자문사 등은 수탁자 책임 활동 관련 공개를 아예 하고 있지 않은 수준이란 겁니다. 의결권 행사 역시 충실한 주주권 행사라기보다는 형식적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평가입니다.
또한 그는 "수탁자 책임을 적극적으로 이행할 경우 자본시장법상 대량보유 보고제나 의결권 대리행사 권유 규정과 충돌해 과징금이나 형사처벌 등 법적 리스크가 발생할 수 있다"며 "이러한 법적 불확실성이 기관투자자의 소극적 주주권 행사로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황 연구위원은 "실무적으로 충분한 자료가 적시에 제공되지 않아 정보 수집과 분석에 투입되는 비용 대비 주주활동의 실효성이 낮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참여 이후 이행 점검 체계 구축, 수탁자 책임 보고서 작성 기준의 구체화, 위탁운용사의 코드 이행 점검 및 결과 공표가 필요하다"며 "무엇보다 스튜어드십 코드 이행이 기업의 장기적 성장으로 이어지도록 기업의 적극적인 대응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두 번째 발제를 맡은 이승희 경제개혁연구소 연구위원은 스튜어드십 코드 자체의 개정 필요성을 집중적으로 제기했습니다. 그는 '"준수 혹은 설명'이라는 기존 방식이 실질적으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며 "참여 기관 상당수가 형식적인 설명으로 책임을 회피하고 있고, 관여 활동의 구체성과 실효성이 담보되지 않는다"고 지적했습니다.
이 연구위원은 "수탁자 책임 활동이 투자대상 회사 점검이나 의결권 행사에 한정되는 경향이 강하다"며 "관여 활동 가운데 이사회나 임원 면담 비중은 낮고, 중대형 운용사의 경우 회사 측 답변 이후 추가 활동 없이 종료되는 사례가 많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관여 활동을 포함한 수탁자 책임 활동 보고서 공시를 의무화하고, 보고 내용에 대한 구체적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아울러 그는 일본 기관투자자 공동 참여 포럼(IICEF), 영국 인베스터 포럼 사례를 언급하며 "기관투자자 협회 조직이 보다 주도적인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국민연금을 비롯한 연기금에 대해서는 "장기적 기업가치 제고와 주주가치 보호를 우선하는 의결권 행사 원칙을 명확히 수립하고, 의결권 행사가 외부 압력과 분리돼 독립적으로 보장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토론자로 나선 이동섭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 수탁자책임실장은 "국민연금이 수탁자 책임 활동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기업의 정보 공개가 여전히 부족하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기업이 배당정책을 발표하면서도 투자계획이나 재무구조 개선 등 자금 사용처에 대한 설명이 없는 경우가 많고, 경영전략 노출 우려를 이유로 임원보수 정책의 구체적 공개를 거부하는 사례도 반복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 실장은 "기업가치 제고 계획 공시를 의무화하고, 경영진 보수를 보다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며 "횡령·배임·사익편취 등으로 기업에 손해 발생 우려가 생겼을 때는 감사위원회가 손해배상 청구나 인사 조치 등에서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는 연기금이 단순한 주주권 행사 주체를 넘어, 기업 내부 통제와 책임 구조 개선을 요구하는 역할로 나아가야 한다는 문제의식을 반영한 발언으로 풀이됩니다.
이어진 토론에서 김남근 민주당 의원은 "국민연금의 수탁자 책임 활동이 산업안전, 기후변화 대응 등으로 확대되고 있지만 실제로 어떤 활동이 이뤄졌는지에 대한 공개는 극히 제한적"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일본처럼 스튜어드십코드를 위탁운용 평가 기준으로 삼고, 평가·공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김윤 민주당 의원은 국민연금의 수탁자 책임 강화를 위해 국민연금법 개정안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김 의원은 "국민연금의 직접투자뿐 아니라 기관투자자 위탁운용 부문에서도 스튜어드십 코드 준수를 요구해야 하며, 대체투자와 사모펀드 투자에서도 이행 점검이 이뤄져야 한다"며 점검 대상 확대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오기형 민주당 의원은 인사말에서 "단기 수익 추구가 아닌 장기 투자가 자리잡는 구조를 만들기 위해 스튜어드십코드 구조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박홍배 민주당 의원 역시 "국정감사 과정에서 스튜어드십 코드에 대한 인지와 실행이 여전히 부족하다는 점이 확인됐다"며 "투자자들이 요구하는 투명성과 위상을 갖추기 위해 한국ESG기준원의 제도적 격상이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이번 토론회는 스튜어드십코드 도입 10년을 앞두고 제도의 성과와 한계를 점검하고, 향후 입법과 제도 개선 방향을 모색하는 출발점으로 평가됩니다. 책임투자가 선언을 넘어 실제 기업 지배구조 개선과 주주가치 제고로 이어질 수 있을지, 국회와 시장의 선택이 시험대에 올랐습니다.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개최된 '스튜어드십 코드 실효성 제고를 위한 내실화 방안 모색 토론회'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이지우·남윤서 기자 jw@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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