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효진 기자] "강훈식? 전 아내를 사랑합니다."
173분간의 기자회견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줄곧 유머러스한 태도를 보였습니다. 취재진과 불과 1.5m 거리에서 질의응답을 이어가며 탈권위적인 모습을 강조했는데요. 각본 없이 즉문즉답하면서도 난처한 질문은 농담으로 응수하는 등 노련함이 엿보였습니다.
"어휴, 징그러워"…입담으로 좌중 폭소
이 대통령은 21일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개최한 신년 기자회견에서 173분간 총 25개 질문에 답했습니다. 애초 회견은 오전 10시부터 90분간 일정이었지만 이 대통령이 충분한 질의응답 시간을 약속하며 길어졌습니다. 지난해 열린 취임 30일 기자회견 124분, 취임 100일 154분에 이어 대중과 소통을 늘리는 모습입니다.
회견은 민생경제, 외교·안보·국방, 사회·문화 등 총 3개 분야에서 이뤄졌습니다. 이 대통령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이 즉석에서 기자들을 지목해 질문에 답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사전에 입맞춤 없이 즉문즉답으로 진행됐습니다. 첫 질문을 받은 기자는 "첫 질문자로 지목될 줄 몰랐다"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특히 이날 특유의 입담이 돋보였습니다. 약 10분간 모두발언을 읽은 이 대통령은 이후 기자단의 질문을 받았습니다. 질의응답 시작 전 홍보 영상이 끝난 뒤 반응이 없자 이 대통령은 "원래 저런 영상 끝나면 박수도 치고 그러는 건데, 박수쳤다 혹시 뭔 소리 들을까 싶어서 조심스러우시죠?"라며 입을 뗐습니다. 참모진과 기자들 사이에서 폭소가 터지며 분위기가 부드러워졌습니다.
코스피(KOSPI·유가증권시장) 주가 하락 우려에 대한 깊이 있는 답변으로 장내 분위기가 가라앉자 이 대통령은 "(1997년 금융위기 때 주식으로) 전 재산을 날렸는데, 그다음부터 교과서대로 해서 본전을 찾았다고 하지 않았나"라고 했습니다. 곧이어 "여하튼 주식투자는 각자가 알아서 잘해야 하는 일"이라고 재치 있게 말을 마무리했습니다.
난처한 질문에는 농담으로 유연하게 대처했습니다. 강훈식 대통령실 비서실장의 지방선거 출마설을 놓고 "강훈식 비서실장과 사랑하는 사이라던데 보내줄 수 있느냐"라는 기자의 질문에 이 대통령은 "나는 내 아내를 사랑합니다"라고 응수했습니다. 이어 미소 띤 얼굴로 강 비서실장을 쳐다보며 "근데 우리가 언제 사랑하는 사이로?"라고 물은 뒤 "어휴, 징그러워"라며 장내를 웃음바다로 만들었습니다.
그러면서 "어떤 정치적 선택을 하는가는 이래라저래라 할 수도 없고 또 한 가지는 전혀 예측 불능이다"라며 "나로서는 지금 맡은 역할을 열심히 할 것이다. 우리 참모들도 자기 역할을 그 자리에서는 마지막 순간까지 최선을 다해주길 기대한다"라고 말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2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173분간의 신년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사진=뉴시스)
탈권위 강조…여 '극찬' 야 '최악'
탈권위를 강조하는 모습도 눈에 띄었습니다. 이 대통령은 별도의 단상에 오르지 않고 취재진과 약 1.5m 안팎의 간격을 두고 마주 앉아 연신 기자들과 눈을 맞췄습니다. 참모진도 팔짱을 끼고 미소를 짓는 등 편안한 분위기로 회견장에 함께했습니다. 이 밖에 내외신뿐만 아니라 유튜버 2명에게도 사전 영상 질문을 받으며 폭넓은 소통을 부각하기도 했습니다.
올해 첫 기자회견을 두고 여당인 민주당은 '모범적인 기자회견'이라며 극찬했습니다. 박수현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정청래 민주당 대표의 말을 전하며 "이재명 대통령이 아니면 할 수 없는 기자회견이었다"라고 평가했습니다.
이어 "이재명 대통령의 가장 큰 장점인 '디테일에 강하다'는 점이 유감없이 발휘된 회견이었다"라며 "민주당은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보여준 국가 비전, 국민에 대한 사랑, 대통령으로서의 책임감을 실천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다짐했습니다.
반면 국민의힘은 '중언부언 만담'이라며 날을 세웠습니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의원총회에서 "혹시나 하는 일말의 기대를 했지만 뚜껑을 여니 역시나 화려한 말잔치뿐"이라며 "기업 잡는 법안을 일방 강행 처리하고, 그 부작용을 걱정한다는 야당에는 관심 없더니 신년 기자회견서 성장 얘기를 하는 건 앞뒤가 맞지 않다"라고 꼬집었습니다.
이 대통령의 경제관을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송 원내대표는 "정부가 시장을 이길 수도 없지만 시장이 정부를 이길 수도 없다는 발언이 있었다"라며 "귀를 의심했다. 시장은 정부에 덤비지 말란 뜻인가. 그게 바로 전체주의"라고 지적했습니다.
이효진 기자 dawnj789@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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