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진하 기자] 여당이 전격 수용한 '통일교 금품수수 의혹 특검(특별검사)'의 전선이 넓어졌습니다. 민주당이 통일교 특검을 수용한 지 하루 만인 23일 "이참에 신천지 의혹도 수사하자"고 초강수를 띄우면서 범야권을 재압박했습니다. 20대 대선 당시 신천지 신도들이 국민의힘 대선후보였던 윤석열씨를 위해 대거 입당한 의혹을 정조준한 셈입니다. 반면, 보수 진영인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은 특검안 공동발의를 통해 맞불을 놓았는데요. 수사 대상과 추천 방식을 놓고 여야 간 이견이 큰 만큼, 통일교 특검의 조속한 출범은 장담하기 어려울 전망입니다.
"민주당은 떳떳…신천지까지 수사하자"
박상혁 민주당 원내소통수석부대표는 이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출연해 통일교 특검 수사 범위에 대해 "통일교뿐만 아니라 (다른) 의혹을 받는 종교단체까지 정확히 봐야 한다고 이야기하는 의원들이 있다"며 신천지 의혹을 겨냥했습니다.
같은 당 이성윤 의원도 <YTN> 라디오 '더 인터뷰'에서 "민주당은 떳떳하다"며 "통일교만 아니고 신천지 의혹까지 모두 다 넣어 제대로 수사 한번 했으면 좋겠다"고 가세했습니다.
통일교 특검의 전선이 넓어질 가능성이 커지면서 여야 합의까지는 험로가 불가피할 전망입니다. 실제 여야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여러 사안을 놓고 논의했지만 빈손 회동에 그쳤습니다. 문진석 민주당 원내운영수석부대표는 회동을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논의는 많이 했지만 합의된 건 없다"며 "오는 30일 본회의 일정도 감사원장의 인사청문회 결과를 보고 구체화하는 것으로 협의했다"고 밝혔습니다.
함께 회동에 참여한 유상범 국민의힘 원내운영수석부대표는 "여러 중요 쟁점이 있었지만 의견 차가 있었다"며 "좁히는 게 쉽지 않았고, 구체적인 의견 차를 말하기에는 적절하지 않다. 시간이 되면 추가로 만나 조율하겠지만 오늘은 합의된 것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들은 "다음 일정에 대한 약속은 아직 정하지 않았다"고 밝힌 후 자리를 빠져나갔습니다.
김병기(오른쪽)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회동을 가진 뒤 의장실을 나서며 취재진에게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뉴시스)
쟁점은 특검 추천·수사 범위 확대
합의는 불발됐지만, 양당은 특검을 빨리 추진해야 한다는 것에는 같은 목소리를 냈습니다. 김병기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통일교 특검에 대해 "의혹이 중대한데 시간을 끌면 진실은 흐려지고 증거는 사라질 것"이라며 "속도가 곧 정의"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일부에서 이러다 특검이 흐지부지될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는데, 헛된 기대에 불과하다"고 특검 추진 의지에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국민의힘에서는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을 추진하자는 입장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최보윤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내고 "민주당이 통일교 특검을 수용했다면 조건 없이 즉각 패스트트랙으로 처리해야 한다"며 "조건 없는 수용, 제3차 추천 특검, 즉각적인 패스트트랙 처리, 이 세 가지가 갖춰질 때 통일교 특검은 국민 앞에 최소한의 신뢰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민주당이 말처럼 자신 있다면 조건 걸지 말고 특검법안에 신속히 합의하자"고 덧붙였습니다.
문제는 통일교 특검이 시행되기 위해선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점입니다. 특히 누가 특검을 할 것이냐부터 난관입니다.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은 이미 '국회 밖 3자 추천'으로 특검을 구성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습니다. 사법부가 2명을 추천하면 이 중 한 명을 대통령이 임명하는 형태로 법안을 마련하기로 했습니다.
민주당은 특검 구성을 특검법에 따라 처리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특검법에 따르면 특검 후보자는 국회 특검후보추천위원회가 추천합니다. 추천위는 법무부 차관, 법원행정처 차장, 대한변호사협회 회장과 국회가 추천한 4인 등 7명으로 구성됩니다. 대통령은 추천위가 추천한 특검 후보 2인 중 1명을 특검으로 임명해야 합니다. 이 밖에 수사 기간, 수사 대상 등이 쟁점에 오를 수 있습니다. 민주당에서 2차 종합 특검과 통일교 특검의 연계를 요구할 경우 야당과 마찰도 불가피합니다.
이런 가운데 조국혁신당도 통일교 특검법을 발의했습니다. 법안 내용을 살펴보면 불법 정치자금 수수 행위 외에도 통일교 등 특정 종교단체의 정당 내 선거 및 공직선거 불법 개입 범죄를 수사 대상으로 명시했는데요. 이에 서왕진 원내대표는 "종교의 자유는 존중돼야 하나, 종교가 정치권력과 결탁해 민주적 의사결정 과정을 왜곡했다면 헌법과 법률에 따라 엄중히 평가받아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진하 기자 jh311@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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