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진하 기자] 장동혁 체제의 국민의힘 지도부가 당무감사위원회를 통해 내부 정리에 나서면서 그동안 수면 아래에 있던 갈등이 재점화되는 양상입니다. 한때 '친한(친한동훈)'계로 불렸던 장동혁 당대표가 한동훈 전 대표를 겨냥한 '당원 게시판 사태'에 공식 징계 절차를 밟으면서 내홍이 악화 일로를 치닫고 있는데요. 일각에서는 과거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를 축출하던 모습과 비슷하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놨습니다.
장동혁 체제의 국민의힘 지도부가 당무감사위원회를 통해 내부 정리에 나서면서 그동안 수면 아래에 있던 갈등이 재점화되는 양상이다. 사진은 지난해 12월 장동혁 대표(왼쪽)와 한동훈 전 대표의 모습. (사진=뉴시스)
김종혁 이어 '한동훈 징계' 가능성 무게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는 18일 <채널A>에서 진행하는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나를 찍어 누르고 싶으면 그냥 하시라"며 "징계를 주장하는 사람들의 기본적인 생각이 '윤 어게인'이나 부정선거론과 닿아 있는 분들"이라고 직격했습니다. 그러면서 "지금 국민의힘이 폭주하는 민주당을 제어하고 막기 위한 대안 정당이 되기 위해 그게 갈 길이 맞나"라고 반문했습니다.
최근 당 당무감사위원회에서 친한계인 김종혁 전 최고위원(경기 고양병 당협위원장)에 대해 당원권 정지 2년을 권고하자, 즉각 반발한 것인데요. 현재 김 전 최고위원에 대해서는 당무위가 당헌·당규 및 윤리규칙 위반 혐의로 징계를 내릴 것을 당 윤리위원회에 권고한 상태입니다.
당무감사위가 김 전 최고위원에 대해 징계한 이유는 그가 언론 인터뷰에서 당론에 반하는 언행을 했다는 것인데요. 김 전 최고위원이 밝힌 내용에 따르면 신천지 등 특정 종교를 '사이비'로 규정한 것과 '언더 찐윤(숨겨진 진짜 윤석열계)' 등의 발언 때문으로 알려졌습니다.
친한계 의원들은 일제히 반발하고 나섰습니다. 그러면서 당내 일각에서는 이번 징계 여부가 사실상 '친한계 숙청'을 위한 것이란 해석까지 나옵니다. 특히 한 전 대표 가족이 함께 연루된 '당원 게시판' 의혹까지 맞물리면서 장동혁 체제에서 내부 갈등이 확대된 것으로 풀이됩니다.
이런 가운데 전날 당의 직전 대선 주자였던 김문수 전 장관과 한 전 대표가 함께 만난 모습이 포착됐습니다. 두 사람의 만남은 국민의힘 수도권 전·현직 당협위원장 모임인 '이오회'에서 이뤄진 것입니다. 김 전 장관은 한 전 대표와 화기애애한 모습을 연출하며 '당의 보배'라고 치켜세웠습니다.
김 전 장관은 한 전 대표와 손을 맞잡고 "우리 당의 아주 귀한 보배"라며 "이런 보배가 또 어디 있나. 우리 당에서 우리 보배를 자른다고 한다. 다른 데 나간다고 해도 우리가 영입해야 할 사람이다. 지금부터 내년 지방선거 때까지 우리가 계속 사람을 영입해 모셔 오고 찾아 하나로 뭉쳐야만 이길 수 있다"고 엄호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이준석 찍어내기' 반복될까
장동혁 체제 지도부는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김 전 장관과 한 전 대표의 회동에 대한 어떤 언급도 없었습니다. 다만 전날 장 대표는 연탄 봉사활동을 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밖에 있는 적 50명보다 내부의 적 한 명이 더 무섭다"며 "해당 행위를 하는 분들은 엄정한 조치를 취하고, 당이 하나로 뭉쳐서 싸우는 게 훨씬 중요하다"고 했습니다.
이를 두고 당 안에서는 '내부의 적 1명'이 사실상 한 전 대표를 지칭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습니다. 또 최근 장 대표가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에 장예찬 전 청년재단 이사장을 임명하는 극우 성향의 인물을 적극 기용하는 배경에도 내부의 적과 맞서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도 나옵니다. 그러자 일각에서는 4년 전 당대표였던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를 축출했던 과정과 닮아 있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놓기도 했습니다.
이 대표는 과거 2021년 6월 전당대회에서 대표로 취임해 대선을 승리로 이끌었습니다. 그러나 윤석열정부 출범 두 달 뒤인 2022년 7월 당 윤리위원회로부터 6개월간 직무정지 처분을 받았는데요. 같은 해 10월 당 윤리위는 당시 이준석 대표에게 당원권 1년 6개월 추가 징계 처분을 내렸습니다. 윤리위가 제시한 이유는 이 대표가 언론 인터뷰에서 '양두구육(양머리를 내걸고 개고기를 판다)' 등의 표현으로 윤석열씨를 비난했다는 이유를 들었습니다.
결국 이 대표는 당대표직을 상실하고 가처분 공방을 벌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당을 떠나 독자 노선을 택했습니다. 이 대표가 당을 떠나게 된 배경에는 친윤계 의원들이 있었습니다. 당시 친윤계 핵심 인사로 알려진 권성동 원내대표가 당대표 직무를 대행했습니다.
한 전 대표 축출 과정에서도 비슷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한 전 대표는 지난해 7월 전당대회에서 63%의 득표율로 당선돼 당대표로 선출됐습니다. 그러나 한 전 대표는 12·3 비상계엄과 탄핵 후폭풍 등으로 지도부가 와해되면서 대표직에서 물러났습니다. 이후 친윤으로 분류되는 권성동 의원이 다시 한번 원내대표가 됐고, 한 전 대표 대신 당대표 권한대행을 맡았습니다.
박상병 시사평론가는 <뉴스토마토>와 통화에서 "장동혁 대표가 사실상 지방선거 전까지 당권을 장악하기 위한 엄포로 보인다"며 "일부에서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를 언급하지만 비대위로 간다고 해도 이른바 '언더 찐윤' 들의 대리전일 뿐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습니다.
이진하 기자 jh311@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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