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창욱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주도로 인공지능(AI) 등 첨단산업 분야에서 중국과의 경쟁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 결성된 새로운 경제 동맹 구상 ‘팍스 실리카(Pax Silica)’가 출범하면서, 글로벌 핵심 광물 공급망 재편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고려아연을 비롯한 국내 광물 관련 기업들의 역할도 한층 부각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최근 미국은 한국을 포함한 8개국과 함께 핵심 광물과 에너지, 첨단 제조 분야를 중심으로 한 협력 체계를 구축하고 있으며, 국내 기업들은 이에 대응해 전략 광물 공급망 참여를 확대하고 있습니다. 고려아연은 지난 15일 이사회를 열고 약 10조9000억원(약 74억3200만달러) 규모의 제련소를 미 테네시주에 건립하는 안을 의결했습니다.
해당 제련소 건설은 고려아연과 미국 측이 구성한 합작법인(Crucible JV LLC)을 통해 추진됩니다. 재원은 미 정부와 미국 내 전략적 투자자들이 출자한 합작법인 투자금 2조8500억원(약 19억4000만달러), 나머지 8조840억원(약 54억9000만달러)은 미 정부의 정책금융 지원과 미 상무부 보조금 등을 통해 조달될 예정입니다.
미국이 이처럼 제련소 투자에 직접 참여하는 배경으로는 ‘팍스 실리카’가 꼽힙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11일(현지시각) 핵심 광물과 에너지, 통신·네트워크 인프라, 첨단 제조, 반도체, 인공지능(AI) 인프라 등 분야에서 중국을 배제하고 한국을 비롯한 미국의 우방 8개국이 참여하는 협의체인 팍스 실리카를 출범시켰습니다.
미 국무부가 지난 12일(현지시각) 워싱턴D.C.에서 한국, 일본, 싱가포르, 네덜란드, 영국, 이스라엘, 아랍에미리트(UAE), 호주 등 8개국과 첫 ‘팍스 실리카’ 서밋을 개최했다. (사진=외교부)
이러한 미국의 전략에 따라 국내 기업들 역시 대응에 나서고 있는 것입니다. 특히 고려아연은 이미 전략 광물 공급망 강화를 위한 행보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지난 8월 미 최대 방산 기업인 록히드마틴과 체결한 협약에 따라 울산 온산제련소에 약 1400억원을 투입해 게르마늄 생산 공장을 신설하고 있으며, 올해 6월에는 미국에 안티모니를 수출한 바 있습니다. 내년에는 안티모니 240톤 이상을 미국에 공급할 계획이며, 중국의 수출 규제 1호 품목으로 꼽히는 갈륨 생산을 위해 2027년까지 온산제련소에 갈륨 회수 공정도 신설할 예정입니다.
LS그룹 역시 핵심 광물 공급망 강화에 힘을 보탤 전망입니다. LS그룹은 올해 9월 출범한 ‘한국희토류산업협회’ 설립을 주도했으며, LS에코에너지는 희토류를 신성장 산업으로 육성하고 베트남 내 희토류 금속 사업을 추진할 계획입니다. LS전선 또한 미국 내 희토류 영구자석 공장 설립을 검토 중으로, 이 같은 전략의 연장선에서 버지니아주와의 협력 방안 논의에 본격 착수할 예정입니다.
포스코인터내셔널도 미국의 리엘리먼트 테크놀로지스와 손잡고 미국 내에서 희토류 분리·정제부터 자석 생산까지 아우르는 수직 통합형 복합 단지 설립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북미·호주·아시아 지역 25개 기업과 협력해 희토류 채굴부터 영구자석 제품화, 사용 후 재활용까지 전 과정을 연결하는 글로벌 협력 체계 구축에도 나서고 있습니다.
업계에서는 이번 협력을 계기로 한미 간 전략 광물 분야 협력이 한층 강화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특히 미 광물 시장 진출을 통해 국내 기업들이 새로운 시장을 확보하는 동시에, 전략 광물의 안정적인 공급망을 구축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맡아 한국과 미국 모두에 이익이 돌아가는 구조를 만들어가겠다는 입장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협력을 계기로 한미 간 광물 동맹이 한층 강화될 것”이라며 “국내 기업들이 미 광물 시장에 진출해 새로운 성장 기회를 확보하는 동시에, 전략 광물의 안정적인 공급망 구축에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박창욱 기자 pbtkd@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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