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사이언스)황화수소 가스로 무좀 치료 가능해
곰팡이 생존 체계 무너뜨리는 작용 원리
몇 년 안에 국소치료제로 개발 가능하다
2025-12-09 09:52:26 2025-12-09 14:04:44
손발톱 무좀은 곰팡이가 단단한 케라틴 구조로 이루어진 손발톱 속으로 침투하면서 발생합니다. 손발톱은 피부와 달리 혈관이 거의 없기 때문에 먹는 약이 조직 내부에 충분히 도달하기 어렵고, 단단한 케라틴층 때문에 바르는 약 역시 효과적으로 흡수되지 않습니다. 이 때문에 치료에는 수개월이 걸리며, 심한 경우에는 새 발톱이 자라날 때까지 1년 이상 꾸준한 관리가 필요합니다. 여기에 습한 신발 환경이나 공동생활 공간에서 감염이 쉽게 일어나 재발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특히 고령층과 당뇨 환자는 문제가 심각합니다. 이들은 면역 기능이 떨어져 작은 상처도 쉽게 감염되고, 혈액순환 저하로 손발톱 재생이 늦어 치료 기간이 더 길어집니다. 심한 경우에는 세균성 피부 감염이나 족부 궤양으로 이어져 외과적 개입이 필요한 사례도 적지 않습니다. 손발톱 무좀은 전 세계 인구의 4~10%가 겪고 있으며, 70세 이상에서는 절반 가까운 비율로 나타나는 만큼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는 질병입니다.
 
영국 연구팀이 황화수소 가스를 이용한 새로운 무좀 치료 방법을 발표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사진은 손발톱 건강캠페인 모습. (사진=한국메나리니 제공)
 
황화수소, 독성 가스이자 치료 물질
 
황화수소(H₂S)는 특유의 ‘썩은 달걀 냄새’로 잘 알려진 기체로, 유기물의 자연 분해 과정이나 화산·온천 지역, 하수 처리 시설 등 다양한 환경에서 발생합니다. 높은 농도에서는 신경계와 호흡계를 빠르게 마비시킬 만큼 강한 독성을 지니지만, 낮은 농도에서는 혈관을 넓히거나 염증 반응을 조절하는 등 중요한 생리적 역할을 한다는 것이 최근 연구를 통해 밝혀졌습니다. 이러한 ‘양면성’ 덕분에 황화수소는 독성 물질이면서도 치료적 가능성을 지닌 흥미로운 분자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바스대와 킹스칼리지 연구팀은 황화수소가 세포에 침투하는 능력과 독특한 반응성을 이용하면 기존 치료제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가설을 세웠습니다. 실험에서는 황화수소 가스를 내뿜는 황화수소나트륨(NaHS)을 썼고, 다양한 곰팡이·세균 균주를 대상으로 항균 효과를 측정했습니다. 연구 결과 황화수소는 곰팡이에 강한 억제 효과를 보였으며, 일부 박테리아에도 강력한 살균 효과를 나타냈습니다. 
 
특히 기체 형태의 황화수소는 액체 형태보다 훨씬 빠르고 강하게 작용해 단 3~6시간 노출만으로도 병원균의 성장을 멈추게 했습니다. 이는 손발톱과 같이 약물이 스며들기 어려운 조직에서 기체 기반 치료가 이점을 가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연구팀은 황화수소가 곰팡이의 핵심 생존 시스템을 단계적으로 붕괴시키는 매커니즘을 정밀하게 분석했습니다. 우선 황화수소는 세포 호흡을 담당하는 필수 효소를 억제해 에너지 생산 자체를 차단합니다. 이어 전자 전달 과정에서 발생하는 활성산소를 증가시켜 세포 내부에 산화 스트레스를 유도하고, 이로 인해 단백질과 세포막, 유전물질이 연쇄적으로 손상됩니다. 또한 단백질 안에 있는 아미노산인 ‘시스테인’ 성분에 화학적 변화를 일으켜 단백질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게 만들며 세포가 스트레스에 대응하기 위해 발현하는 유전자 패턴까지 뒤흔듭니다.
 
이 모든 과정이 동시에 일어나면서 곰팡이는 에너지 생산 능력, 단백질 기능, 그리고 세포 안의 ‘산화 스트레스 조절 능력’까지 잃게 되어 결국 회복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르게 됩니다. 이는 세포벽을 표적으로 삼는 기존 항진균제와 근본적으로 다른 방식이어서, 약물 내성으로 치료가 어려워진 환자에게 새로운 해결책이 될 가능성을 보여줍니다.
 
무좀에 걸린 발톱. 손발톱은 단단하고 건조한 단백질인 케라틴으로 되어 있어 치료 약물이 침투하기 쉽지 않다. (이미지=게티이미지뱅크)
 
난치성 무좀에 새 치료법
 
연구를 이끈 바스대 앨버트 볼휘스(Albert Bolhuis) 교수는 “감염 부위에 효율적으로 도달할 수 있는 능력과 새로운 작용 기전 덕분에 황화수소를 함유한 국소 도포 약물이 현재 치료법의 한계를 극복해 손톱 감염에 대한 매우 효과적인 새로운 치료법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킹스칼리지 스튜어트 존스(Stuart Jones) 교수도 향후 몇 년 안에 국소 치료제를 개발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며 임상 적용 가능성을 강조했습니다.
 
아직 실험실 단계이지만, 이번 연구는 난치성 손발톱 진균 감염 치료에 새로운 접근법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습니다. 특히 약물 내성 증가로 기존 항진균 치료가 점점 한계에 부딪히는 상황에서, 황화수소 기반 전략은 의료 분야에 새로운 해결책을 제공할 잠재력을 보여주었습니다. 
 
논문 링크: https://www.nature.com/articles/s41598-025-22062-7
 
서경주 객원기자 kjsuh57@naver.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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