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사이언스)남극 오존층, 계속 줄고 있다
1992년 이후 다섯번째 작은 규모
몬트리올 의정서, 성공적 환경협약
2025-12-08 10:30:00 2025-12-08 14:26:35
올해 남극 상공에서 관측된 오존홀이 1992년 이후 다섯 번째로 작은 규모였다고 미국 해양대기청(NOAA)과 항공우주국(NASA)이 지난 11월24일 발표했습니다. 오존층 파괴 물질 규제를 골자로 한 ‘몬트리올 의정서’ 발효 이후 이어진 감소 추세가 올해도 확인된 것입니다.
 
NOAA와 NASA에 따르면, 올해 오존홀은 9월7일부터 10월13일까지 평균 1871만㎢ 규모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최근 10년 평균에 비해 약 3주 앞서 약화가 시작된 것으로 분석됩니다. 오존홀은 지난 9월9일 최대치를 기록했는데, 최대 면적은 약 2286만㎢였습니다. 이는 사상 최대였던 2006년 오존홀에 비해 약 30% 작은 수준입니다. 
 
NASA 오존 연구팀 폴 뉴먼(Paul Newman) 박사는 “예측대로 최근 오존홀의 면적이 2000년대 초반보다 확연히 줄고 있다”며 “형성 시점이 늦어지고 소멸 시점은 빨라지는 뚜렷한 회복 패턴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적색으로 표시된 더 강력한 오존 감소 지역 사이에서 주황색으로 표시된 중간 정도의 오존 감소가 관찰된다. 과학자들은 오존 농도가 역사적 기준치인 220DU 아래로 떨어지는 지역을 오존 ‘공백’으로 정의한다. (사진=NASA)
 
“염소·브롬 농도 1/3 감소”
 
오존층의 회복은 국제 규제 정책의 성과라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NOAA의 스티븐 몬츠카(Stephen Montzka) 박사는 “2000년을 전후로 최고치에 달했던 오존층 파괴 물질 농도가 현재는 약 3분의 1 수준으로 낮아졌다”고 설명합니다. 뉴먼 박사는 “25년 전과 같은 양의 염소가 성층권에 남아 있었다면 올해 오존홀은 최소 260만㎢는 더 컸을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올해 10월6일 남극점 상공에서 관측된 오존 농도는 147도브슨 단위(DU)였습니다. 이는 2006년 최저치(92DU)보다는 높지만 여전히 회복이 진행 중임을 보여줍니다. 오존 농도는 '도브슨 단위(DU·Dobson Unit)'로 표현하는데, 1DU는 0.01㎜ 두께를 나타냅니다.
  
성층권(지상 11~50㎞)에 존재하는 오존층은 태양의 유해 자외선(UV)을 흡수해 지표 생명체를 보호하는 역할을 합니다. 오존이 감소하면 피부암·백내장 증가, 작물 피해 등 다양한 위험이 커집니다. 오존 파괴는 염소·브롬 성분을 포함한 화학물질(CFC, HCFC 등)이 성층권에서 자외선에 분해되며 활성 염소·브롬이 방출되는 과정에서 시작됩니다. 이들 물질은 과거 스프레이, 냉장고, 에어컨 등에 널리 사용됐으며, 현재는 대부분 금지됐지만 건축 단열재·매립지 등에서 유산 배출(legacy emissions)이 여전히 이뤄지고 있습니다. 과학계는 남극 오존홀이 2060년대 후반이면 대체로 정상 수준을 회복할 것으로 전망합니다.
 
오존홀이 해마다 크기가 달라지는 이유는 기온이나 성층권 순환, 극소용돌이 강도 등 기상 요인의 영향을 받기 때문입니다. NOAA의 기상학자 로라 시아스토(Laura Ciasto) 박사는 “지난 8월 남극 상공의 극소용돌이가 예년보다 약해 기온이 높게 유지됐고, 이 때문에 오존 파괴 반응을 억제하는 효과가 나타났다”고 설명했습니다.
 
현재 남극 오존층 감시는 NASA의 Aura, NOAA-20, NOAA-21, 수오미 NPP 등 위성 관측과 함께 남극점 기지에서 띄우는 기상관측용 기구(오존존드) 측정이 병행되고 있습니다. NOAA는 지상 관측 장비를 통해 남극 상공의 오존 농도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있습니다.
 
지난 1987년 채택된 몬트리올 의정서는 2016년 키갈리 개정서를 통해 대체물질인 수소불화탄소(HFC)의 규제까지 강화했다. 사진은 르완다 키갈리에서 열린 28차 회의 장면. (사진=뉴시스)
 
과학이 이끌어낸 정책 변화
 
과학계는 오존층 회복은 ‘가장 성공한 국제 환경협약 사례’라는 데 의견을 같이합니다. 지난 1987년 채택된 몬트리올 의정서는 197개국이 참여한 글로벌 합의로, CFC 등 오존 파괴 물질의 생산과 사용을 단계적으로 중단했습니다. 이후 국제사회는 추가로 지난 2016년 키갈리 개정서를 통해 대체물질인 HFC(수소불화탄소)의 규제까지 강화해왔고, 그 성과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는 것입니다.
 
많은 전문가들이 “탄소중립과 기후변화 대응에서도 오존협약의 협력 모델을 참고해서 앞으로 나가야 한다”고 말합니다. 물론 몬트리올 협약과 파리협정 둘 다 전 지구적 환경 문제 해결을 목표로 하지만, 접근 방식과 강제성, 그리고 해결 난이도에서 결정적인 차이가 있습니다. 몬트리올은 특정 물질을 없애는 것이었고, 파리협정은 생활 방식을 바꾸는 것이어서 난이도가 훨씬 높습니다. 소수의 화학 기업만 규제하면 됐던 몬트리올 협약과 달리 파리협정은 세계 모든 국가, 모든 기업, 모든 개인의 활동(전기, 교통, 난방 등)이 규제 대상입니다. 이해관계자가 너무 많아 합의가 어렵습니다. 강력한 제재 수단의 유무도 큰 차이입니다. 그럼에도 몬트리올 의정서는 “과학적 경고에 인류가 정치·경제적 이해관계를 넘어 단합하면 지구를 고칠 수 있다”는 강력한 희망의 증거입니다. 그 희망을 선언에 머물지 않도록 현실로 구현해내는 국제사회의 노력이 절실합니다.
 
임삼진 객원기자 isj2020@daum.net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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