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진하 기자] 국민의힘 '투톱'이 12·3 불법 비상계엄에 대한 다른 입장을 내놓으며 엇박자를 냈습니다. 당내 의원 25명의 줄 사과에도 장동혁 국민의힘 당대표는 추경호 전 원내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비상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계엄"이란 메시지를 내놓았는데요. 반면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107명 의원을 대표해 국민 여러분께 다시 한번 사과드린다"고 밝혔습니다. 이런 가운데 윤석열씨는 비상계엄 1년을 맞은 이날 옥중 메시지를 내고 극우 선동을 이어갔습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2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추경호 의원 구속영장 청구 규탄대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장동혁 끝내 사과 없이 '강경 노선'
장동혁 대표는 비상계엄 사태 1년이자 자신의 취임 100일을 맞은 이날 사과 대신 계엄을 옹호했습니다. 그러면서 강경 노선에 대한 향후 계획과 '당원의 하나 됨'을 강조했는데요. 장 대표는 이를 통해 당권을 장악하고 강성 지지층 결집을 노리는 전략을 택한 것으로 보입니다.
장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12·3 비상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계엄이었다"며 "계엄에 이은 탄핵은 한국 정치의 연속된 비극을 낳았고, 국민과 당원들께 실망과 혼란을 드렸다"고 했습니다. 결국 비상계엄이 불법적인 것이 아니라고 주장한 것인데요. 그동안 당내에서 '사과'와 '반성'이 필요하다는 주장에 정면 배치됩니다.
그러면서 그는 "이제 어둠의 1년이 지나고 두터운 장막이 걷히고, 새로운 희망의 길이 열리고 있다"며 "추경호 전 원내대표 영장 기각이 바로 그 신호탄"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앞서 이날 새벽 내란 특검(특별검사 조은석)이 '비상계엄 해제 표결 방해' 혐의로 추 의원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결국 기각됐습니다. 이에 장 대표는 "국민의힘은 '하나 된 전진'을 해야 한다. 한 길만 가는 것이 아니라, 옳은 길을 선택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자 윤석열씨는 변호사를 통해 입장문을 내놨습니다. 그는 기존 주장처럼 "비상계엄은 국정을 마비시키고 자유 헌정 질서를 붕괴시키려는 체제 전복 기도에 맞서 국민의 자유와 주권을 지키기 위한 헌법 수호 책무의 결연한 이행"이라고 부연했습니다. 그러면서 "나를 밟고 일어나 달라"고 당부했습니다.
뒷수습 나선 송언석
장 대표의 강경 메시지로 당내 안팎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졌습니다. 장 대표 메시지 공개 2시간 만에 송언석 원내대표가 기자회견을 자청하며 뒷수습에 나섰습니다. 비상계엄 후 1년이 지났지만 국민의힘은 여전히 지도부와 원내 의원들의 의견이 엇갈리면서 단일 대오를 이루지 못하는 모습입니다. 송 원내대표도 기자회견에서 일방적인 입장 발표만 하며, 기자들의 질의응답을 받지 않은 채 자리를 떠나 빈축을 샀습니다.
송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긴급 공지한 기자회견에서 "국민의힘 107명 국회의원들을 대표해 이 자리에 섰다"며 "국민 여러분께 다시 한번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하며 고개를 숙였습니다. 이 자리에 함께한 원내수석부대표와 원내대변인 등 원내지도부도 함께 머리를 숙여 사과했습니다.
그러면서 "극도의 혼란 속에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12.3 비상계엄이 선포됐고, 국민들께서는 큰 충격과 고통을 받았다"며 "지난해 12월7일 국민의힘 국회의원 일동의 입장문을 통해 비상계엄령 선포로 인한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한다는 뜻을 표했고, 그 마음은 지금도 일관되게 유지되고 있다"고 했습니다.
김용태 의원 등 국민의힘 초선·재선 의원들이 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비상계엄 1년, 성찰과 반성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뉴시스)
의원 25명 "윤과 절연"…둘로 나뉜 국힘
당의 투톱이 엇갈린 메시지를 내놓은 가운데 국민의힘 소속 의원 25명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윤석열과 절연하겠다"고 분명한 메시지를 내놨습니다. 이들은 장 대표가 사과 대신 강경 노선을 선택한 것에 사실상 반발하며, 공동 입장문을 발표한 것입니다. 이들은 '비상계엄 1년, 성찰과 반성, 뼈를 깎는 혁신으로 거듭나겠습니다'란 현수막을 들고 세 번에 걸쳐 90도로 허리를 숙였습니다.
초·재선 의원을 중심으로 구성된 25명 중 13명은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집권 여당의 국회의원으로서 비상계엄을 미리 막지 못한 책임을 통감하면서 국민께 고개 숙여 사과드린다"며 "12·3 비상계엄은 우리 국민이 피땀으로 성취한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를 부정하고 짓밟은 반헌법적·반민주적 행동이었다"고 밝혔습니다.
사과문에는 당내 공부 모임인 '대안과 책임'을 중심으로 한 소장파와 친한(친한동훈)계로 분류되는 의원들이 대거 참여했습니다. 함께한 의원은 총 25명으로 4선 안철수 의원과 3선 김성원·송석준·신성범 의원, 재선 권영진·김형동·박정하·배준영·서범수·엄태영·이성권·조은희·최형두 의원이 포함됐습니다. 또 초선에서는 김용태·김재섭·박정훈·안상훈·우재준·이상휘·정연욱 의원과 비례 초선 고동진·김건·김소희·유용원·진종오 의원 등입니다.
이들은 "비상계엄을 위헌·위법한 것으로 판결한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존중한다"며 "윤석열 전 대통령을 비롯한 비상계엄을 주도한 세력과 정치적으로 단절할 것임을 분명히 밝히고, 과거에 대한 반성과 성찰, 그리고 용기 있는 단절을 바탕으로 새로운 미래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습니다. 일각에서는 당 대표와 대립각을 세우며, 당내 내분이 가속화될 것이란 우려가 나옵니다.
이진하 기자 jh311@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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