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민욱 전국택배노조 쿠팡본부 준비위원장. (사진=전국택배노조)
[뉴스토마토 이수정 기자] 쿠팡이 ‘로켓배송’으로 국내 이커머스 시장을 재편하며 성장해왔지만, 속도 뒤편에는 노동자들의 장시간 노동과 야간 노동이 일상화된 구조적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매년 새벽배송 현장에서 사망사고가 되풀이되고 기본적인 수면권과 건강권이 보장되지 않는 현실은 쿠팡의 성공 신화를 떠받치는 ‘보이지 않는 비용’이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3일 강민욱 전국택배노동조합 쿠팡본부 준비위원장은 “쿠팡의 시스템은 물량과 속도를 중심에 두고 있으며, 그 속에서 일하는 사람들에 대한 고려가 부족하다”며 “이제는 기업도 사회도 속도 우선주의를 전면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가장 위험한 '0시~5시' 시간대 업무 제한해야”
강 위원장은 쿠팡 새벽배송의 가장 큰 문제가 장시간 노동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노동자들은 오후 9시 출근해 다음날 오전 7시까지 약 10시간 근무하며, 야간 할증 기준을 적용할 경우 주당 노동시간이 60시간을 넘는 상황이라고 밝혔습니다.
강 위원장은 “쿠팡 새벽배송은 기본적으로 높은 업무 강도에 더해 분류 작업, 캠프 왕복을 포함한 3회 반복 배송, 프레시백 회수 및 정리와 함께 오전 7시 배송 마감 압박까지 더해지기 때문에 노동 강도가 매우 높은 구조”라고 설명했습니다.
특히 인체 생체리듬을 교란하는 ‘연속적 고정 야간 노동’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을 문제로 지적했습니다. 그는 “병원, 군대 등 다른 직종에서는 야간 근로가 필요하더라도 교대제로 운영돼 충분한 휴식이 보장되지만 쿠팡 새벽배송은 교대 없이 계속 야간 노동을 하는 방식이라 위험성이 크다”고 짚었습니다.
이 때문에 노조는 새벽배송에서 특정 시간대 배송을 중단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강 위원장은 “가장 위험한 0시부터 5시까지의 배송을 제한하고, 오전조와 오후조로 나누어 노동자에게 최소한의 수면과 건강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강 위원장은 “전문가들과 상담하면서 노동시간 조정만으로는 위험성을 해소하기 위해선 교대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권고 받았다”며 "하지만 주간과 야간 대리점이 달라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오전 5시 출근조가 새벽배송을 하는 방식을 주장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노조는 이 같은 의견을 사회적 대화 기구에 제도 개선 의견을 제출한 상황입니다. 향후 논의를 통해 장시간 고강도 노동과 야간 노동의 위험성을 해소할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과로사 반복…현재 시스템 지속 불가능”
강 위원장은 매년 사망사건이 반복되고 있는 현재 새벽배송 시스템을 반드시 변화시켜야 한다고 말합니다. 오전 5시에 집중돼 배송이 느려질 수 있다는 지적에는 새벽배송 품목을 제한하고 분류·정리 작업에 별도 인력을 투입하면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2023년 군포, 2024년 남양주·동탄, 2025년 제주에서 과로로 인한 사망사건이 계속 발생했다”며 “새벽배송을 긴급한 물품에 한해 허용하고, 주간연속근무제을 통해 야간 노동의 위험성을 해소하는 것이 소비자 편익과 노동자 건강권 균형을 맞춰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습니다.
이어 노동자를 고려하지 않은 현재의 쿠팡 배송 시스템은 결국 지속 가능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강 위원장은 “쿠팡은 노동자를 소모품, 로켓배송의 연료로 취급한다”며 ”상시적 해고 위협을 통해 노동자를 쥐어짠다면 과로사는 필연적인 결과이며, 이 문제가 쿠팡을 집어삼키게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택배 노동자 과로의 근본 원인 중 하나로 수십 년째 그대로인 택배 수수료를 꼽았습니다. 물가상승률이 전혀 보전되지 않은 가격 탓에 생계를 위해 무리해야 하는 경우가 늘어났다는 겁니다. 그는 “적정한 건당 수수료와 물가 상승분 보전이 이뤄져야 과로 유인이 사라지고 적정한 노동 강도와 소득이 보장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24시간 배송 시스템을 도입한 곳은 많은데 유독 쿠팡만 문제 삼는지에 대한 목소리에 대해서는 “과로사라는 비극적 현실을 개선하고자 할 뿐”이라고 답했습니다. 강 위원장은 “쿠팡에서 과로사와 야간 노동에 의한 사망사고가 계속 발생하다”며 “이 밖에도 부가 모든 분야를 포괄하는 야간 노동 대책을 제시한다면 환영한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전국택배노동조합 쿠팡본부는 쿠팡의 택배배송을 담당하는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CLS)와 위탁계약 관계에 있는 택배 노동자들이 결성한 노동조합입니다. 쿠팡본부는 2023년 4월 첫 지회를 출범한 이후 △장시간 노동 △상시 해고 제도 △과로사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해왔습니다.
이수정 기자 lsj5986@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