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심의 야-윤심의 여…21대 국회 '도돌이표'
'명심 정당' 대 '용산 출장소'…여도 야도 '반혁신'
22대 지각 국회…협치 실패 땐 역주행 불가피
2024-05-13 18:02:22 2024-05-13 19:15:49
[뉴스토마토 유지웅 기자] 계파 정치에 갇힌 여야의 위험한 줄타기가 시작됐습니다. 여야 새 원내 지도부가 각각 '친윤'(친윤석열)과 '친명'(친이재명)으로 채워지면서 22대 국회 역시 강대강 대치가 예상되는데요. 친윤·친명에 올라탄 여야 모두 진영 논리에 매몰되면서 22대 국회는 최악으로 평가받은 21대 국회의 재판이 될 전망입니다. '정치 복원'과 '협치'를 내팽개친 여야의 브레이크 없는 역주행이 불가피한 셈입니다.
 
황우여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왼쪽)과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모습이다. (사진=뉴시스)
 
원내대표부터 의장까지…명심의 '보이지 않는 손'
 
민주당은 원내대표에 이어 의전서열 2위인 국회의장 경선까지 '명심'(이재명 대표 의중)이 작용한 모양새입니다. 지난 12일 정성호 의원이 22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 후보직을 사퇴한 데 이어, 조정식 의원은 추미애 당선인을 지지하며 물러났는데요. 완주 의사를 밝힌 우원식 의원이 남았지만, 이 대표와 강성 지지층 지지를 등에 업은 추 당선인의 당선이 유력한 상황입니다.
 
출마 선언까지 하며 선거운동에 돌입한 후보들이 한날 '추미애로 정리' 된 걸 두고 당내에서도 당혹스럽다는 반응이 나옵니다. 그러나 민주당은 선수·연배에 따라 추 당선인으로 압축됐을 뿐이라는 입장인데요. 그러나 이 대표 측근인 박찬대 원내대표가 최근 정 의원과 조 의원에게 직간접적으로 불출마를 요청한 걸로 파악되면서 '보이지 않는 손'이 작동했다는 비판이 확산하고 있습니다. 
 
당 대표가 입법부 수장을 뽑는 선거에까지 개입했다는 의혹에 '당내 민주주의'가 후퇴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데요. 한 민주당 재선 의원은 박 원내대표가 두 후보에게 불출마를 요청한 것을 두고 "그게 박찬대(원내대표)의 뜻이겠냐"며 "선거 자체가 비정상적으로 진행돼서, 누가 되고 말고를 떠나 국민이 쉽게 납득할 수 없게 됐다"고 지적했습니다. 
 
앞서 지난 3일 치러진 원내대표 선거에서도 '찐명'(진짜 친이재명계)로 꼽히는 박 원내대표가 단독 입후보해 사실상 '추대'됐습니다. 민주당 당명을 쓴 이래, 원내대표 경선에 단독 후보가 나선 건 전례가 없습니다. 이 대표가 박 원내대표를 낙점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후보들이 줄줄이 출마를 포기했는데요. 민주당이 이 대표와 다른 목소리를 일절 허용하지 않겠다는 '명심 정당' 만들기에 속도를 내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총선 참패에도 '친윤'으로 채운 국힘
 
국민의힘은 비상대책위원회와 원내지도부 모두를 '친윤'으로 채웠습니다. '영남당'이란 시선을 의식해 지역별 안배에 초점을 뒀다는 설명이지만, 친윤 인사들이 주요 당직 전면에 나서면서 당정관계 재정립 등 '쇄신'과는 거리가 멀어질 전망입니다.
 
이날 발표된 새 비대위 인사를 보면, 비대위원장, 원내대표, 정책위의장과 4명의 비대위원 등 총 7명으로 구성된 비대위에서 5명이 친윤계로 분류됩니다. 여권은 22대 총선 지역구 당선인(90명) 중 영남권 비중이 65.6%(59명)에 달하는데요. 이에 현재 당원투표 100%인 차기 당대표 선출 규칙이 변경될 수 있을지에도 의문이 제기됩니다.
 
특히 정책위의장으로 임명된 정점식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과 검사 시절부터 친분이 깊어, 현 정부 출범 이후에도 자주 소통하는 '찐윤'(진짜 친윤석열)계으로 통합니다. 이에 따라 당연직 비대위원으로서 향후 전당대회 규칙 개정 등 논의에서 윤 대통령의 뜻을 반영할 것으로 관측됩니다.
 
추 원내대표가 원내사령탑에 오르면서 여야 협치는 더 요원해졌습니다. 추 원내대표는 당선 직후 대야 투쟁을 강조했는데요. 그는 당선인에게 "108명 당선인이  단일 대오를 이루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흔들리는면 아무것도 못한다. 거대 야당은 그 틈을 계속 노리고 있지만 뭉치면 당당하게 맞설 수 있다"고 당부했습니다. 
 
'정권심판론'에도 불구하고 국민의힘은 끝내 '윤심'을 따라가는 모습입니다. 윤석열정부에서 초대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을 지낸 추 원내대표는 '용산 출장소'라는 이미지를 극복에 하는 데 한계가 있을 거란 게 지배적인 분위기입니다. 그는 극한의 여소야대 구도 속에서 '찐명'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를 상대로 22대 국회 원 구성 협상을 해야 하는데요. '대구·경북(TK) 자민련' 프레임에 갇혀 대야 협상력을 발휘할지 미지수입니다.
 
결국 원 구성을 둘러싼 여야 힘겨루기로 '지각 개원' 가능성만 높아지고 있습니다. 21대 국회는 본업인 민생·경제 입법과 예산심의를 제대로 하지 않은 채 진흙탕 싸움으로 시간을 허비해 ‘역대 최악 국회’라는 오명을 썼습니다. 협치든 혁신이든 물거품 될 여지가 크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유지웅 기자 wisema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
인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