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균열음까지…초라해진 미일 편중외교
일, 야스쿠니신사 참배로 한일 과거사 외면
미, 북일 정상회담 지지 이어 블링컨 방중
한, 미·일 의존 탓에 G7 정상회의 초청 불발
2024-04-23 17:12:32 2024-04-23 18:05:58
[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윤석열정부 들어 공고해진 한·미·일 편대에 미세 균열이 생기고 있습니다. 윤 대통령은 취임 초부터 미·일에 편중된 외교 노선을 펼쳤는데요. 최근 들어 미·일의 연대 강화 움직임 등 한국의 미·일 편중 외교 부작용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습니다.
 
특히 지난 11일(현지시간) '군사 기술 협력'에 방점을 찍은 미·일 정상회담은 동아시아 질서의 중대한 변화를 예고했습니다. 미·일이 '쿼드'(미·일·호주·인도 안보협의체)와 '오커스'(미·영·호주 안보협의체)를 비롯한 '소다자 동맹'에 나서면서 한국이 종속변수로 전락할 처지에 놓였습니다.
 
한국이 미·일에서 멀어지는 사이, 일본은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강행하면서 한일 과거사에 대해서도 진전 의지가 없음을 쐐기 박았습니다. 미국은 중국 견제를 위해 북일 정상회담을 공개 지지하는 한편 중국과의 접점 찾기에도 나섰습니다. 반면 한국은 계속 초대받던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도 초청받지 못하면서 국제 외교 운동장이 대폭 축소됐습니다. 윤석열정부의 '외교 실패'라는 비판과 함께 한국이 주변국의 긴밀한 움직임 속에서 자칫 '외교 고립'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돈독해지는 미·일…자국 이익 극대화
 
23일 일본 지지통신 등에 따르면 일본 초당파 의원 모임인 '다함께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는 국회의원 모임(이하 야스쿠니 모임)' 회원 약 90명은 태평양 전쟁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 신사에 집단 참배했습니다. 이들은 야스쿠니신사의 춘계 제사를 맞아 이날 아침 집단으로 신사를 찾았는데요. 해당 모임 의원들은 춘계·추계 제사 때마다 야스쿠니 신사를 찾고 있고, 지난해 10월 추계 제사 기간에도 집단 참배했습니다.
 
앞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도 춘계 예대제 첫날인 지난 21일 내각총리 대신 '기시다 후미오' 명의로 '마사카키'라고 불리는 공물을 바쳤는데요. 기시다 총리는 2021년 총리 취임 이후 한국과 중국 등 주변국을 의식해 야스쿠니 신사를 직접 참배하지 않고 공물을 봉납해 오고 있습니다.
 
일본의 정치 지도자들이 야스쿠니 신사를 찾아 공물을 봉납하거나 참배를 되풀이한 것은 과거사에 대한 반성과 성찰이 없음을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한일 과거사에 대해서도 반성과 성찰 등 진전 의지가 없음을 명확히 한 것으로 해석됩니다. 외교부가 논평을 통해 "일본의 책임 있는 지도자들이 역사를 직시하고 과거사에 대한 겸허한 성찰과 진정한 반성을 행동으로 보여달라"고 촉구한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일본은 친미 진영 내에서 자국의 위상을 높이면서 미국과의 연대 강화에도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기시다 총리가 지난 11일 방미 기간 상·하원 합동연설에서 "미국은 혼자가 아니다. 우리가 함께 한다"며 일본의 글로벌 리더십을 강조한 대목은 일본의 자신감이 엿보입니다. 기시다 총리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통해 안보·기술 동맹을 대폭 강화하는 등 자국의 위상을 높이는 기회로 삼았습니다.
 
미국 역시 아시아 전략에서 일본 의존도를 높이며 한미일 대 북중러 신냉전 구도 속에서 자국 이익을 극대화하는 전략적 외교 노선을 취하고 있습니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은 기시다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 "동맹국들이 북한과 대화를 시작할 수 있는 기회를 갖는 것을 환영한다"며 북일 정상회담에 대해 공개적으로 지지 입장을 밝혔는데요. 일본과의 외교·안보 밀착을 통해 중국 견제에 본격적으로 나섰다는 해석이 나옵니다.
 
미국은 중국 견제에 나서는 것과 동시에 중국과의 접점을 찾는 노력도 함께 하고 있습니다. 한국과 중국의 관계가 최악으로 치닫는 것과 대조적으로 미국은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24일부터 중국 방문에 나서 중국과의 대화를 시도합니다.
 
일본 여야 국회의원들이 23일 춘계 예대제를 맞아 태평양전쟁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신사에 집단 참배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 G7 초청 불발…축소된 외교 운동장
 
반면 한국은 주변국의 긴밀한 움직임 속에 점차 고립되는 형국입니다. 미·일에 치중한 편중 외교 탓에 오는 6월13~15일 이탈리아 남부 풀리아의 작은 마을 파사노에서 열릴 G7 정상회의에도 초청받지 못했습니다. G7 국가 외에도 아르헨티나·이집트·튀니지·케냐·알제리와 인도·브라질·남아프리카공화국 등이 초청될 예정인데, 한국은 초청국 명단에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앞서 한국은 2020년 이후 3차례 G7 정상회의에 초청 받았는데요. 2020년(미국), 2021년(영국) 회의에 이어 지난 2023년에는 일본 초청으로 히로시마에서 열린 G7 정상회의에 참석했습니다.
 
이를 두고 대통령실은 "G7 의장국의 관심 의제에 따라 초청 국가 명단이 선정되며, 의장국인 이탈리아의 경우 자국 내 이민 문제와 연결된 아프리카·지중해 이슈 위주로 대상국들을 선정했다"는 궁색한 입장문만 내놨습니다.
 
정치권에선 그간 미·일 편중 외교 영향으로 한국의 외교 운동장이 대폭 줄었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특히 미국과 일본에 치우친 한국 외교는 국제문제에서 미국과 일본의 협의가 이뤄지면 저절로 따라올 것으로 여겨질 수 있다는 일침도 뒤따릅니다. 독립변수가 아닌 종속변수로 전락했다는 지적입니다. 
 
민주당은 "'글로벌 중추국가'의 기치를 내걸고 국제적 위상을 강화하겠다던 윤석열정부의 'G7 플러스 외교'가 무색해졌다"면서 "대중관계를 희생시키면서까지 미·일을 비롯한 서방국가와의 연대를 강화해 왔음에도 이런 결과라니 참담할 지경"이라고 비판했습니다.
 
문재인정부에서 국립외교원장을 지낸 김준형 조국혁신당 당선인 역시 논평을 통해 "'눈떠보니 후진국'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며 "미국과 일본 중심의 일방적인 외교 노선으로 외교 운동장이 대폭 줄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차 미국을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11월16일(현지시간) 샌프란시스코 모스코니센터 미 대통령 양자회담장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 회동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기념촬영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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