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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은행, 최대 순익에도 내부는 '난리통'
연금·카드·외환 등 실적 목표치 상향
시중은행과 수익 경쟁 혈안 지적
2024-03-13 06:00:00 2024-03-13 06:09:34
[뉴스토마토 이종용 기자] 기업은행이 지난해 최대 실적을 기록했지만 내부에서는 영업 압박에 대한 불만이 속출하고 있습니다. 퇴직연금이나 카드, 외환 등 기업대출 외 부문에 실적 목표치를 과도하게 책정하면서 이익 창출에만 혈안이 돼 있다는 지적인데요. 중소기업 금융 지원이라는 국책은행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느냐는 회의론이 적지 않습니다. 
 
"소상공인·자영업자에 카드 영업"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기업은행 직원 복지, 연봉, 영업 정책 등에 대한 불만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경영진이 역대 최고 성과를 자화자찬하고 있는 반면 일선 현장에서는 그 같은 성과를 체감하기 어렵다는 내용입니다.
 
기업은행은 지난해 연결 기준 당기순이익이 2조6752억원으로 역대 최대 연간 순익을 기록했습니다. 4대 금융지주 중 실적 4위인 우리금융지주 순익(2조5167억)을 1000억원 가량 앞지른 규모입니다. 이런 실적에도 불구하고 임금 인상률은 2.5%로 다른 시중은행에 비해 현저히 낮은데요. 국책은행인 기업은행은 기획재정부 공공기관운영위원회의 공무원 임금 가이드라인에 따라야 합니다. 위원회가 지난해 공공기관 임금 가이드라인을 2.5%로 확정한 만큼 기업은행 역시 이를 따를 수밖에 없습니다.
 
소상공인·중소기업 지원을 위해 기업은행이 가장 먼저 정부 금융지원프로그램에 투입됐음에도 적절한 보상을 받지 못했다는 불만이 나옵니다. 실제로 기업은행 임금 자체도 다른 시중은행 대비 낮은 수준입니다. 공공기관 특성에 따른 결과지만 내부 직원들은 반발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임금 인상과 복지 개선에 대한 불만이라고 치부하기에는 내용이 가볍지 않은데요. 중소기업은행법에 따라 설립된 국책은행 특성에 따라 임금 인상, 복지 등 처우에서 민간 은행과 차별을 두는 것은 인정하더라도 중소기업 지원이라는 국책은행 역할에 맞지 않은 영업 압박이 과도하다는 지적입니다.
 
기업은행 한 직원은 "중소기업자에 대한 효율적인 신용제도를 확립함으로써 중소기업자의 자주적인 경제활동을 원할하게 하고 경제적 지위 향상을 도모하는 것이 기업은행 설립 목적"이라며 "방카슈랑스와 퇴직연금, 신용카드, 펀드 영업을 강화하는 것이 중소기업자의 경제활동을 지원하는 데 도움이 되냐"고 꼬집었습니다.
 
김성태 기업은행장(사진)은 올해 신년사에서 비이자부문을 강화하기 위해 퇴직연금과 외환, 카드, 수익증권에 대한 경쟁력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사진=뉴시스)
 
'국책은행 역할 맞나' 회의론도
 
고금리·고물가에 어려움에 빠진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을 대상으로 성과 지표에 맞추기 위해 영업 개선과 관련이 없는 상품까지 권유해야 하는 딜레마에 빠졌다는 토로도 있습니다. 
 
기업은행 다른 직원은 "정책자금 지원에 집중해도 모자란 마당에 퇴직연금이나 카드 영업 목표치를 두 배 이상 올렸다"며 "영업현실은 고려하지 않고 영업점 지원과 영업 인프라 개선에 뒷전이면서 실적만 만들어내라고 강요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기업은행은 김성태 행장 취임 이후 비이자부문 강화에 공을 들이고 있는데요. 김 행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비이자부문을 강화하기 위해 퇴직연금과 외환, 카드, 수익증권에 대한 경쟁력을 높이겠다고 강조한 바 있습니다. 앞서 기업은행은 지난해 '개인고객·카드사업그룹'을 분리해 '카드사업그룹'을 떼어내고, '연금사업그룹'을 신설하기도 했습니다.
 
퇴직연금과 카드사업 그룹이 신설된 이후 영업점 성과를 평가하는 핵심평가지표(KPI)도 확대 개편했는데요. 중소기업 금융지원이라는 역할에 집중하기 보다는 시중은행과의 영업 경쟁이 우선시 된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최근 시중은행들이 기업대출에 공격적으로 뛰어든 가운데 기업은행은 방카슈랑스와 연금, 카드, 외환 등을 비롯해 자산관리 부문에서 수익 창출을 꾀하고 있습니다.
 
다만 기업은행 측은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에 유동성을 충분히 공급하고 시장안전판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적정 이익 창출을 통한 탄탄한 자본적정성 유지가 필수적이라는 입장입니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지난 4년간 기업은행은 국책은행으로서 코로나19 팬데믹과 고금리·고물가·고환율 등 3중 위기 상황에서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의 위기극복 지원을 위해 최선을 다해왔다"며 "정책금융기능은 강화하고 시중은행과의 무리한 경쟁은 지양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정책금융 강화 및 고객중심 경영문화 확립을 위해 중기금융과 고객보호, 내부통제 지표 배점을 확대하는 등 국책금융기관 역할 수행을 지원하기 위한 경영평가기준을 지속적으로 개선·운영하고 있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습니다.
 
KPI 공개 요청에 대해선 경영상 비밀에 관한 사항으로 공개하기 어렵다고 전했습니다. 
 
기업은행이 중소기업 금융지원이라는 본연의 역할 보다 시중은행과의 영업 경쟁에 혈안이 돼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은 서울 중구 을지로 기업은행 본점 모습. (사진=뉴시스)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증권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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