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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팍팍해진 '살람살이'…실질소득 '최대폭 감소'
월평균 실질소득 3.9%↓…통계 작성 후 최대치
음식·숙박 지출, '물가 상승' 영향 증가 폭 둔화
중국 부동산 침체·리오프닝 지연 악영향 우려
2023-08-24 15:27:04 2023-08-24 19:16:31
 
 
[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올해 2분기 가계 소득이 2년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습니다. 물가 변동의 영향을 뺀 실질소득은 17년 만에 최대 폭으로 줄었습니다.
 
이자비용, 외식비와 공공요금 물가 상승 등의 영향으로 지출 부담이 늘면서 살림살이는 더 팍팍해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통계청이 24일 발표한 '2023년 2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2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479만30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0.8% 감소했습니다. 가구당 월평균 소득이 감소한 것은 지난 2021년 2분기 0.7% 감소 이후 8개 분기 만입니다.
 
1인 가구를 포함해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06년 이후 2분기 기준 감소 폭으로는 최대치입니다. 전체 분기로는 2009년 3분기 1.3% 감소 이후 두 번째로 큰 폭입니다.
 
물가 변동의 영향을 제거한 가구의 월평균 실질소득은 3.9% 줄었습니다. 이는 물가 상승분에 비해 소득 증가분이 적었다는 의미입니다. 실질소득 감소 폭은 2006년 이후 최대 수치입니다. 
 
2분기 경상소득은 0.6% 증가했습니다. 항목별로는 근로소득이 4.9%, 재산소득이 21.8%, 사업소득이 0.1% 증가했습니다. 
 
이전소득은 19.6% 감소했습니다. 이는 지난해 2분기 소상공인 손실보전금, 긴급생활지원금을 지급해 소득이 증가했던 것에 대한 기저효과로 풀이됩니다.  
 
경조소득, 보험을 탄 금액 등 비경상적 수입을 나타내는 비경상소득은 12.5% 줄었습니다.
 
이진석 통계청 가계수지동향과 과장은 "이번 2분기는 취업자 수 증가 등 고용 상황 개선이 이어지면서 근로소득이 2021년 2분기부터 9분기 연속 증가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년도 공적이동소득 증가에 대한 기저효과로 인해 가구 총소득이 0.8% 소폭 감소했다"고 설명했습니다. 
 
통계청이 24일 발표한 '2023년 2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2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479만30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0.8% 감소했습니다. 자료는 가계 소득 증감률 추이. (그래픽=뉴스토마토)
 
2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비지출은 269만10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7% 증가했습니다. 다만 물가 상승의 영향으로 실질소비지출은 0.5% 줄었습니다.
 
항목별로 보면 오락·문화 14.0%, 음식·숙박 6.0%, 주거·수도·광열은 7.4% 각각 늘었습니다. 다만 음식·숙박은 2021년 4분기부터 올해 1분까지 6개 분기 연속으로 두 자릿수 증가율을 보이다가 한 자릿수로 내려갔습니다.
 
이진석 과장은 "소비지출은 지난해 2분기 이후 큰 폭으로 늘었던 음식·숙박, 오락·문화에서 둔화하면서 이전에 비해 다소 낮은 2.7% 증가율을 나타냈다"고 언급했습니다.
 
이어 "음식·숙박 같은 경우는 앞선 분기에서 계속 두 자릿수 이상 증가하다가 이번에는 6.0%인데, 물가 상승으로 증가 폭이 많이 둔화한 측면이 있다"며 "전체적으로 소비지출이 70분기 연속 증가를 이어가긴 했지만, 코로나19로 인한 '보복 소비'의 성향이 다소 진정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부연했습니다.
 
2분기 가구당 월평균 비소비지출은 92만20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3% 상승했습니다. 이 중 이자비용은 13만1000원으로 전년 동기와 비교해 42.4% 늘었습니다. 이는 1분기 42.8%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증가 폭입니다. 
 
소득 분위별로 보면 하위 20%인 소득 1분위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111만7000원으로 0.7%, 상위 20%인 소득 5분위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1013만8000원으로 1.8% 감소했습니다.
 
또 소득 1분위 가구의 월평균 소비지출은 122만8000원으로 0.5%, 소득 5분위 가구의 월평균 소비지출은 456만2000원으로 3.9% 늘었습니다. 
 
총소득에서 비소비지출을 뺀 가구당 월평균 처분가능소득은 383만10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8%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균등화 처분가능소득 기준으로 집계한 소득 5분위배율은 5.34배로 전년 동기보다 0.26배포인트 줄었습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소득·분배가 지속해서 개선될 수 있도록 취약계층에 대한 고용·사회 안전망을 강화하고 폭염, 호우 등에 따른 물가 불안과 피해가 취약계층에 집중되지 않도록 민생·물가 안정에 총력 대응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진석 통계청 가계수지동향과장이 24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2023년 24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습니다. (사진=뉴시스)
 
여전히 높은 수준의 근원물가는 우려 요인입니다. 체감물가를 반영한 소비자심리지수는 6개월 만에 하락했습니다.
 
7월 소비자물가지수(2020년 100 기준)는 111.20으로 전년 동월보다 2.3% 올랐습니다. 하지만 가격 변동 폭이 큰 농산물이나 석유류를 제외해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지수는 3.9%로 높게 나타났습니다.
 
특히 품목성질별로 가공식품이 6.8%, 외식이 5.9% 상승했습니다. 이들 품목은 전체 소비자물가를 각각 0.6%포인트, 0.77%포인트 끌어올리는 데 기여했습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3년 8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를 보면 소비자심리지수는 8월중 103.1로 전월 대비 0.1포인트 하락했습니다.
 
소비자심리지수는 소비자동향지수 중 6개 주요 지수를 산출해 소비자들의 경제 상황에 대한 심리를 종합적으로 나타내는 지표로 전월 대비 하락한 것은 지난 2월 이후 6개월 만입니다. 
 
문제는 국제 유가에 따른 석유류 가격 상승, 공공요금 인상 등 국내외 요인으로 물가를 자극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입니다.
 
이번 한국은행의 조사에서 향후 1년간 소비자물가 상승에 영향을 미칠 주요 품목의 응답 비중은 공공요금이 66.2%로 가장 컸습니다. 이어 농축수산물이 41.5%, 석유류 제품이 34.8%로 집계됐습니다.
 
여기에 최근 대형 개발 업체를 중심으로 발생한 중국 부동산 시장 침체, 중국 리오프닝(경제 활동 재개) 효과의 지연은 우리나라 수출과 내수에도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됩니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국 경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수출이 10개월째 마이너스인 상태에서 중국 리오프닝 효과도 기대가 없다"며 "또 지금 중국의 부동산 경기가 심각하게 악화하고 있고 한미일 공동선언으로 중국과의 관계도 악화하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그러면서 "세수 펑크 때문에 정부도 지출을 줄이고 있어 정부 정책에 따라 소득이나 일자리가 결정되는 많은 사람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며 "전체적인 경제 상황이 좋아져야 소비도 개선된다고 봐야 하는 것인데, 적어도 3분기에는 소비가 더 좋아질 가능성은 적지 않나 생각한다"고 예상했습니다. 
 
통계청이 24일 발표한 '2023년 2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2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479만30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0.8% 감소했습니다. 사진은 서울 시내 한 대형 마트 채소 판매대. (사진=뉴시스)
 
세종=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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