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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익도의 밴드유랑)박소은, 삶 직시하는 '음악 처방전'
새 EP 음반 '타임라인'…"삶은 부루마블 같은 희로애락"
음표로 그린 청춘 자화상…"불건강한 부분도 음악의 일부"
2023-07-28 08:02:03 2023-07-28 08:02:03
 
[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삶은 어쩌면 주사위를 돌리면 희로애락이 펼쳐지는 게임과도 같은 것. '사랑도, 이별도, 행복도, 슬픔도 생의 시간들을 써 내려가다 보면 어떤 결과값에 닿겠지.'  싱어송라이터 박소은이 최근 발표한 새 EP 음반 '타임라인' 앨범 커버를 보다가 문득 든 생각입니다.
 
"모든 선택들이 쌓여 결국 지금의 내가 된 것이란 생각을 하게 됐어요. 오랫동안 정을 붙이고 있었던 공간에서 이번 음반 얘기를 나눠보면 어땠을까요. 제 삶의 이야기를 잘 펼쳐낼 수 있는 곳이면 적당할 것 같네요."
 
최근 본보 기자와 만난 박소은이 말했습니다. 2015년 슈퍼스타K7, 2016년 제27회 유재하 음악 경연대회 장려상 수상, 포크(2020년 1집 '고강동')와 록(2집 '재활용'·록밴드 토스터즈 프론트퍼슨)의 경계 오가며 음악적 스펙트럼을 확장 중인 음악가. 작고 귀여운 체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에너지와 현실을 직면하는 돌직구 스타일의 가사는 남다른 음악 세계입니다. 
 
최근 발표한 새 EP 음반 '타임라인'을 발표한 싱어송라이터 박소은. 사진=유어썸머
 
"어렸을 땐 부정적인 상황에 대해 왜 그렇게 됐을까 자책을 많이 하거나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는데요. 시간이 쌓이고 결국 그런 부분까지도 내 삶의 타임라인이 될 수 있고, 그게 결국 나의 디스코그라피가 될 수 있겠다 싶었던 것이죠. 어차피 음악으로 인생 얘기를 할 것이라면 조금 더 날 것으로, 불건강한 부분들도 들려주고 싶었어요."
 
새 EP '타임라인'은 삶의 그림자를 마주하길 두려워 않는 음반. 단 한 번의 선택(옳은 것이든, 옳지 않은 것이든)이 인생이 바뀌지는 않았을 것이기에, 결과적으로는 모든 선택들이 쌓여서 내가 된 것이기에, 슬픔 역시 관조적으로 바라볼 수 있다는 것.
 
지난해 12월부터 반년 가까이 걸쳐 작업한 6곡을 수록했습니다. 차분하고 고요한 기타톤이 주가 되는 가운데, 삶의 여로를 따라온 자신을 그려냅니다. 수록곡 '마취된 슬픔이 다시 고갤 들 때까지'는 취기가 가시지 않은 다음날 어쿠스틱 기타를 즉석에서 치다가 만들어낸 곡. 슬픔이란 감정을 일순간 잊기 위해 술을 마시거나, 주변 재밌는 친구들을 만나는 것은 그저 ‘일시적 마취’ 감정에 불과하다는 자각에서 쓴 노래입니다. 
 
사랑과 상실을 겪고도 다시 사랑을 찾아가는 이야기에 관한 '섬머솔트', 다음날 당장 죽어도 아쉽지 않을 만큼 사랑한 기억에 관한 '시간이 어지러울 만큼 빠르게 지나가', 상대에게 지나치게 희생하려는 버릇은 사랑이 아닌 방어기제였다는 자각에 관해 쓴 '2시 13분'….
 
"사랑은 결국 유한성이 있는 감정이기 때문에 반복하는 게 아닐까요. 완전무결하고 영원한 것이 아니므로, '그래서 그럴까' 하며 이유를 찾게 되는 것 같더라고요."
 
꺼내고 싶지 않았던, 아름답지만은 않은 기억들을 솔직하게 푸는 이유에 대해 그는 "곡 '일기' 이후 제 얘기에 공감해주고 덕분에 이상한 사람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제 안좋은 감정들에게 스스로 처방전을 내려주는 것 같았다. 비슷한 감정을 느낀 모두에게 약이 될 수 있다면 하는 마음"이라고 전했습니다.
 
싱어송라이터 박소은이 최근 발표한 새 EP 음반 '타임라인' 앨범 커버. 사진=유어썸머
 
사랑과 이별, 삶에 대한 어둠 속 내면에 관한 단상들을 그려내는 음반은 오늘날 청춘의 자화상과도 같습니다. 다른 수록곡들과 달리, 통통 튀는 사운드의 타이틀곡 ‘2017’에서는 치기 어리고 무모한 방황들이 지금을 만든 순간에 대해 노래합니다. 독립 전, 10년 간 살던 동네 목동에서 음악 공부를 하고, 친구들과 자유로운 날들을 만끽하던 날들에 대한 추억을 담았다고. 
 
기타를 시작하게 된 건 영화 '원스'와 '스쿨오브락'을 연달아 봤던 13살 무렵이었습니다. "'원스'의 'Falling Slowly' 장면과 녹음실 장면이 인상 깊어요. '스쿨오브락'은 역시나 마지막 하이라이트 무대 신!" 포크와 록을 오가며 확장된 음악 스펙트럼을 보이고 있는 이유도 이 때문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20살 무렵부터 유재하 경연대회 등에 출연하며 음악 활동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평소 즐겨듣는 음악가는 조니 미첼, 데미안 라이스. "무대에 1인 셋으로 올라가더라도 분위기를 압도하고 모두를 집중시키는 것은 엄청난 재능이라 생각해요. 나중에 혼자 공연을 하게 되더라도 그렇게 꼭 해보고 싶습니다."
 
오는 30일 단독 공연을 열고, 다음달 5일 인천펜타포트락페스티벌에도 참가합니다.
 
이번 음반을 어떤 공간에서 들어보면 좋을지 추천해달라 했습니다. 
 
“순간순간은 엉망일 수 있어도 모두 각자 인생에서 선택한 결과값은 가장 각자 아름답게 보존될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여름 밤바다에서 사색하며 들어보시길 바랍니다.”
 
싱어송라이터 박소은. 사진=유어썸머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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