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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민주당 혁신위원장 파동', 한국 정당정치의 부조리
2023-06-09 06:00:00 2023-06-09 06:00:00
민주당 혁신위원장 철회 후폭풍이 거세다. 갑자기 생긴 후폭풍이라기보다 민주당이 안고 있던 문제들이 이래경 혁신위원장 파동으로 더 악화돼 드러난 셈이다. '천안함 자폭' 등 그의 과거 발언들과 행보가 9시간만의 혁신위원장 사퇴의 직접적인 원인이 됐다. 그러나 민주당의 진로에서는 혁신의 방향과 목적 자체에 대한 논란이 근원적인 쟁점이다. 그렇잖아도 총선 일정이 가까워지면서 불거질 수밖에 없는 총선 전략과 이재명 대표 리더십을 둘러싼 문제다.
 
우리나라 정당 조직에서 혁신위원회의 구성은 낯설지 않다. 지도부를 대체하는 비상대책위원회와 달리 당의 지도부가 당의 혁신이나 위기 극복을 위해 꾸리는 조직이었다. 2015년 새정치민주연합(민주당의 전신)의 문재인 대표는 리더십 위기와 분당 극복을 위해 혁신위를 가동했다. 김상곤-조국 혁신위원회였다. 당의 조직과 운영 방식의 혁신을 위한 개선안도 냈지만, 국면 전환용의 성격이 컸다. 지난해 ‘국민의힘’은 지방선거 승리 직후에 혁신위원회를 꾸리기도 했다. 이준석 당시 대표는 당원민주주의 구현과 공천제도 개선안을 마련하겠다며 최재형 혁신위원장 체제를 구성했다. 윤석열 대통령 체제의 여당 역할 재정립 의도도 있었다. 알다시피 이준석 대표체제 자체가 붕괴되면서 유야무야 됐다. 
 
이번 민주당의 혁신위원회 구성은 비명계로 불리는 당의 비주류에서 요구한 것이었다. 기존의 사법리스크에 전대 돈봉투 의혹, 코인 문제 등이 겹친 도덕성 추락 상황에 대해 혁신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물론 이재명 대표체제와 총선 전략을 두고 이전부터 혁신위원회, 심지어 비대위 체제까지 거론되기도 했다. 친명계나 ‘개딸’ 그룹에서는 정부여당의 정치탄압에 동조하는 ‘수박’들의 이재명 대표 흔들기로 맞대응 해왔다. 그러나 정치탄압이나 기획수사라는 항변으로 무마할 수 없는 부조리들이 터지면서 혁신위원회 구성을 수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사법리스크와 맞물린 리더십 문제와 도덕성 추락에 대한 혁신 전략은 결국 인적 쇄신이다. 지도부와 차기 총선 후보의 혁신이다. 자기희생이나 결단이 없는 한, 결국 당 내부의 권력투쟁 양상이 될 수밖에 없다. 이재명 대표가 ‘큰 꿈을 펼치는 것에 대해 끊임없이 지지’한다는 이래경 이사장의 혁신위원장 임명은 국민 일반의 보편적 신뢰 회복보다는 정치탄압에 대한 맞대응과 이재명 체제의 강화로 읽힐 수밖에 없었다. 의총에서 제기된 당 비주류의 혁신 요구 의도와는 달랐다.
 
사실 혁신위원회의 구성은 정당 자체의 혁신 기능이 작동하지 않았다는 반증이다. 늘 단일대오를 앞세웠다. 이견은 내부총질이라며 집단 문자와 규탄시위로 협박하기까지 했다. 대선 패배, 지방선거 패배에도 있어야 할 혁신 대회는 없었다. 당 대표는 대선 패배 책임을 지고 의원직을 사퇴했는데, 패배한 후보 당사자가 그 자리를 승계하는 부조리도 거리낌없이 진행됐다. 나아가 당내 77.8%의 지지로 당대표가 됐다. 실존 철학자들이 말했던 부조리의 시대 같았다. 
 
제1야당의 부조리한 행보는 그 정당만의 실패를 넘어 야당이 매개해야 할 권력 비판기능의 실패로 이어지고 있다. 대통령과 여당의 상대적 부실이 유일한 자산이다. 여야의 총체적 부실이다. 차기 총선에서의 국민의힘 참패, 반대로 민주당 참패라는 정반대의 황당한 전망들이 나오고 있는 부조리한 한국 정당정치 상황이다.
 
김만흠 전 국회입법조사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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