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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발전이 부른 '양극화'…고·저숙련 일자리↑ 중숙련↓
(창간 17주년 특별기획: 2023 대한민국 보고서)
고·저숙련 일자리 증가하는데 중숙련만 감소
비서·은행원·우편배달부 등 직업 '소멸' 관측
줄어드는 양질 일자리에…취업 포기하는 청년층
2023-05-11 06:00:00 2023-05-11 06:00:00
 
 
[뉴스토마토 김지영 기자] 산업 현장의 기계·로봇 사용이 활발해지면서 일자리가 전문직과 저임금 노동으로 양극화하는 양상입니다. 기계가 대체할 수 있는 단순 은행 업무, 우편 배달 등 직업은 곧 사라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옵니다.
 
특히 전문직보다 접근이 비교적 쉽지만, 양질인 '중숙련 일자리'들이 사라지면서 청년 경제 활동이 줄어드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입니다.
 
10일 국회예산처 '경제동향 제36호'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 고숙련·저숙련 직업 취업자는 전년 동월 대비 증가한 반면, 중숙련 취업자는 감소했습니다.
 
구체적으로 고숙련 직업 취업자는 전년 동월 대비 31만4000명 늘었으며, 지난해 3월 이후 25개월째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같은 기간 저숙련 취업자는 19만1000명 늘면서 16개월 연속 증가를 기록했습니다.
 
이 중 국내 일자리 중 대다수를 차지하는 중숙련 취업자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10만3000명 줄어 4개월째 감소 중입니다.
 
고숙련은 관리직·연구직 같은 전문직을, 중숙련은 사무직·기능직 등을 말합니다. 저숙련은 서비스·판매·단순노무직 등을 말합니다.
 
중숙련은 제조공장에서 조립이나 기계 조작 같은 일을 하거나 문서를 엑셀로 정리하는 것 같은 단순 사무직 등이 포함됩니다. 고도의 전문성이 필요한 일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의 경험과 교육이 필요한 일들인 셈입니다.
 
중숙련 일자리는 저숙련 일자리보다 비교적 대체가 어렵기 때문에 탄탄하고 안정적인 직업인 경우가 많습니다.
 
10일 국회예산처 '경제동향 제36호'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 고숙련·저숙련 직업 취업자는 전년 동월 대비 증가한 반면, 중숙련 취업자는 감소했습니다. 표는 직업별 취업자 수 증감. (그래픽=뉴스토마토)
  
중숙련 일자리가 줄어드는 데는 수출 부진 등 여러 이유가 있지만, 로봇이나 컴퓨터가 대체하기 가장 용이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고숙련의 경우 오랜 기간 교육이 필요하고 변수가 많아 기계 대체가 어렵고, 저숙련은 저임금이기 때문에 기계로 바꿀 유인이 크지 않습니다.
 
중숙련은 매뉴얼이 정해져 있으면서도 저숙련보다는 고임금이기 때문에 로봇·기계 대체가 가장 쉬울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실제 중숙련 직종에 속하는 비서, 은행원 같은 직업이 곧 사라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옵니다.
 
최근 세계경제포럼(WEF)이 발간한 '2023 일자리의 미래' 보고서를 보면 전 세계적으로 6900만개의 일자리가 증가하고 8300만개가 감소할 전망입니다. 이를 통해 순감하는 일자리는 1400만개로, 전 세계 일자리의 약 2% 수준입니다.
 
직업별로는 인공지능(AI) 전문가가 늘고 단순 사무직은 감소할 것으로 봤습니다. 없어질 직업은 비서, 은행 출납 직원, 우편 배달부, 티켓 판매원 등이 꼽혔습니다. 반면 전문직인 AI·머신러닝 전문가, 정보보안 분석가, 재생에너지 엔지니어 등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습니다.
 
문제는 이런 기술의 침투로 인한 일자리 양극화가 청년 취업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입니다. 비교적 접근이 쉬운 중숙련과 저숙련 직업 중 양질인 중숙련이 줄어들면서 청년들이 취업을 아예 포기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실제 통계청의 고용동향을 보면 청년층(15~29세) 경제활동참가율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1.2%포인트 떨어졌습니다. 전 연령계층 중 경제활동참가율이 낮아진 계층은 청년층이 유일합니다.
 
10일 국회예산처 '경제동향 제36호'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 고숙련·저숙련 직업 취업자는 전년 동월 대비 증가한 반면, 중숙련 취업자는 감소했습니다. 사진은 출근길 시민들. (사진=뉴시스)
 
세종=김지영 기자 wldud91422@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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