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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F대주단 구성, 업권별·업장별 '동상이몽'
PF연체율 2금융 대비 은행권 양호
'브릿지론' 비중 많을수록 협의 주도권↓
2023-05-03 06:00:00 2023-05-03 06:00:00
 
[뉴스토마토 김보연 기자]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주단 협의체가 본격 가동된 가운데 대주단 운영 과정에서 금융업권과 사업장별로 입장이 갈리는 분위기입니다. 대주단은 채무액 기준으로 협의체 의결을 거쳐 채무조정과 출자전환, 자금 지원 등을 결정하는데요. 업권별로 PF 대출규모나 연체율이 다르고, 선·후순위 권리 간의 이해관계가 달라 대주단 협의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PF 대주단이라는 자율협의체를 두고 금융업권별로 반응이 엇갈리고 있습니다. 은행 등 제1금융권에서는 '폭탄 돌려막기'가 될 수 있다고 우려하는 반면 브릿지론의 비중이 큰 저축은행, 증권사, 보험사 등은 대주단 내 협상권이 줄어들지 않을지 전전긍긍하고 있습니다.
 
PF 대주단은 건설사에 돈을 빌려준 대주인 채권금융기관들의 모임인데요. 협약에 따라 공동 관리 절차를 밟아 신규 자금 지원과 만기 연장 등 사업장의 정상화 방안을 의논할 예정입니다. 공동관리는 사업장별로 설치되어 있는 자율협의회가 대주의 4분의3 이상 동의를 받아서 진행합니다. 공동관리가 개시되면 자율협의회는 사업성 평가를 거쳐 신규 자금 지원(4분의3 동의 조건)과 만기 연장(3분의2 동의 조건) 등을 논의하게 됩니다.
 
제1금융권은 공동관리 절차에 돌입할 경우 정상적으로 채권을 회수할 수 없을 사업장이 많은 상황이라 결국 공동으로 책임을 지고 다같이 손실을 떠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습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현재 저축은행이나 증권사 위주로 부실 채권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데 이 손실을 다같이 공평하게 떠안으라고 하면 부실 리스크가 거의 없는 시중 은행은 몹시 억울하다"고 설명했습니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금융권의 부동산 PF 대출 잔액은 129조9000억원으로 전년 112조6000억원보다 17조3000억원, 연체율은 0.37%에서 1.19%로 뛰었습니다. 그런데 업권별 PF 연체율을 보면 사정이 다릅니다. 같은 기간 증권사 6.67%p, 여전사 2.20%p, 저축은행 2.05%p, 보험 0.6%p 등 연체율이 오른 반면 은행권은 0.02%p 내려갔습니다.
 
은행을 제외한 다른 업권의 경우 브릿지론 영업에 치중한 게 독이 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통상 자본 여력이 없는 시행사는 2금융권으로부터 높은 금리로 브릿지론을 받은 뒤 분양 수익이 확정되면 본 PF를 받아 브릿지론 대출금을 갚는데요. 문제는 부동산 경기 침체로 미분양이 늘고 금리까지 치솟으면서 대출을 해결하지 못하는 사업장이 속출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 부동산 PF 부실 사태에서 눈길이 쏠리는 곳은 증권사와 여전사, 저축은행입니다. 이들이 취급하는 브릿지론은 다른 업권과 비슷한 규모이지만, 상환 시점이 임박한 데다 변제 순위도 뒤처집니다. 실제로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2금융권의 브릿지론 중 90%의 상환 기간이 올해 집중돼 있습니다.
 
특히 이들 업권의 브릿지론 가운데 후순위 비중이 40%에 육박하는데요. 선순위 채권자 중심으로 PF 대주단이 운영될 경우 후순위 채권자에 전액 상각을 요구할 가능성도 존재합니다. 한 캐피탈사 부동산금융 관계자는 "선순위 채권자 중심의 대주단 협의체가 상각이나 출자 전환을 요구할 경우 후순위가 반발할 수도 있어 협의체 진행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 금융전문가는 "선순위, 근저당권 설정없이는 대출을 안해주는 등 리스크 관리를 잘하고 있는 시중은행이 리스크 관리가 되지 않아서 생긴 문제에 대해 희생하는(해결하는)건 동의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한 아파트 건설 현장. (사진=뉴시스)
 
김보연 기자 boyeo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증권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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