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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기 가업승계, 경제 관점서 봐야할 때"
가족기업학회, 춘계학술대회 개최
라정주 원장 "가업상속세율 줄이면 자본·매출·투자 증대"
김희선 연구위원 "제2 창업으로 보고 지원해야"
2023-04-27 14:05:46 2023-04-28 10:19:59
[뉴스토마토 변소인 기자] 중소기업의 가족간 기업승계에 대해 '부의 대물림'이라는 색안경을 벗고 경제 관점에서 봐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습니다. 기업승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경제적 손실을 입지 않도록 정부 정책의 빠른 변화가 필요하다는 이야기입니다.
 
가족기업학회는 27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춘계학술대회를 열고 '대전환기, 중소기업 혁신성장을 위한 기업승계 정책방향'에 대해 논의했습니다. 학술대회에는 윤병섭 가족기업학회장을 비롯해 정윤모 중소기업중앙회 상근부회장, 오동윤 중소벤처기업연구원장, 신재경 중소벤처기업부 기업환경정책과장 등이 참석했습니다.
 
이날 라정주 파이터치연구원장은 '가업상속세 감면의 거시경제적 효과'에 대해, 김희선 중기연 연구위원은 '중소기업 승계 활성화를 위한 제도 개선방향'에 대해 발표했습니다. 학술대회에 참석한 기업인들과 연구자들은 중소기업의 가업승계를 위해 정부와 정치권의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고 한 목소리로 외쳤습니다.
 
윤병섭 학회장은 인사말에서 "우리나라 중소·제조 가족기업 경영자 연령분포의 변화를 보면 평균연령이 점점 고령화되고 있으나 승계완료 기업은 매우 적다. 승계가 원활히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며 "대부분의 국가는 가족기업 승계가 원활히 되도록 세제, 교육 등 정책적 지원을 하고 있으나 우리나라는 지원이 미흡하고, 기업승계에 대한 부정적 인식도 여전히 팽배하다"고 지적했습니다.
 
가족기업학회가 27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춘계학술대회를 열고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중기중앙회)
 
발제를 맡은 라 원장은 우리나라 기업의 최대상속세율이 매우 높아 중소기업의 투자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우리나라의 99.9%가 중소기업인 상황에서 기업들이 상속세에 큰 부담을 느끼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라 원장은 "우리나라에서 가족기업의 비중은 전체 기업의 74%에 달한다"면서 "가족기업은 가업승계를 중시하기 때문에 가업상속세율에 매우 민감하다"고 말했습니다.
 
라 원장이 가업상속세율을 50% 감면하는 상황을 정량분석 결과 총노동수요 0.13%, 총실질자본 1.93%, 총실질투자 1.88%, 총 매출액 0.15%가 각각 증가했습니다. 특히 사회후생도 0.4% 뛰었습니다. 그는 "쉽게 말하면 가업상속세율을 50% 감면하면 자본을 자식에게 더 많이 물려줄 수 있어 한계효용이 증가한다"면서 "기업이 더 물려주기 위해 투자를 늘리게 된다. 이렇게 되면 일자리, 생산, 매출과 영업이익이 연쇄적으로 늘어난다"고 설명했습니다.
 
결론을 통해 라 원장은 상속 공제제도가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꼬집은 뒤 현행 가업상속세율을 전 구간에 걸쳐서 줄여야 한다고 제안했습니다.
 
이어 김 연구위원 법 제도 마련의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김 연구위원은 "중소기업 대표자의 연령이 매년 증가하고 있지만 원활한 세대교체는 이뤄지지 않아 정부지원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면서 "중소기업의 기업승계는 기업의 지속적인 성장과 연속성을 위한 중요한 수단인데 승계가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았을 경우에는 우리 경제에 미치게 될 손실 부분은 상당히 클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선진국의 경우 기업승계를 통해 경영을 지속하게 하고 종업원의 일자리를 유지해 경제적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등 기업승계를 기술경영의 대물림으로 보고 존중하는 분위기가 사회적으로 형성돼 있다"며 "우리나라도 중소기업 기업승계를 제2의 창업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필요하다. 승계를 체계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법률적 근거와 지원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발제 발표가 끝난 뒤 이어진 토론에서도 인식변화에 대한 필요성이 지속 제기됐습니다. 조봉현 IBK기업은행 부행장은 "기업승계는 한국 경제의 지속 성장과 규제 개혁, 경제적 관점으로 봐야 한다"면서 "기업 성장의 걸림돌을 제거해 주는 것이 승계를 원활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조세 외에 금융, 기술승계, 후계자 교육·컨설팅 등 종합적인 패키지로 묶어 지원하는 체계를 갖춰야 한다"며 "주무부처인 중기부 내에 분과를 만들어 종합적인 지원을 해야 한다"고 제안했습니다.
 
송공석 한국욕실자재산업협동조합 이사장은 "정치인과 시민단체들은 기업승계가 무상으로 기업을 물려받는다고 착각하고 있는데 이제는 인식을 바꿔야 한다"고 했습니다.
 
2세 경영인을 대표해서 참석한 김소희 한국가업승계기업협의회 회장은 "1세대에서 2세대로 기업을 승계받기도 어려운 상황인데 자녀 세대에게는 또 어떻게 기업을 물려줄 수 있을지 고민이 많다"면서 "기업승계가 기업가 정신, 책임의 대물림이라는 점도 알아달라"고 호소했습니다.
 
의견을 청취한 신재경 중기부 기업환경정책과장은 "2세, 3세 경영에 들어서면서 노하우와 기술이 결합된다면 기업은 훨씬 더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며 "기업승계가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시행령 개정사항 등은 기획재정부와 지속적으로 협의해 보완해 나가겠다"고 약속했습니다.
 
변소인 기자 bylin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나볏 중기IT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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