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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둥이적자에 이어 금융불안까지…국가신용등급 향배는
국가신용등급 평가 위해 방한한 무디스
"거시경제 지표상 평가에 불리" 견해
"상대적으로 상황 나쁜 편 아냐" 반론도
추경호 "하반기 이후 경제 점차 회복" 어필
2023-04-04 05:00:00 2023-04-04 05:00:00
 
 
[뉴스토마토 정해훈·주혜린·김유진 기자]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이 한국 땅을 밟은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Moody’s)에게 “한국경제의 하반기 회복세” 요인을 어필하고 나섰지만 등급 평가에 대한 전망은 밝지 않습니다. 경상·재정 수지 적자에 이어 무역적자 장기화, 금융불안 요인까지 한국경제호를 향한 국제 정세발 충격파가 도사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전문가들도 무역 적자와 국가 부채 등이 신용등급 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습니다. 반면 현 상황만 놓고 보면 신용등급 조정에 이를 수준은 아니란 견해도 나옵니다.
 
3일 추경호 부총리는 오는 5일까지 3일간 한국 연례협의를 실시하는 무디스 협의단과 만나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등에 따른 국내 기업의 불확실성이 상당 부분 해소됐다고 피력했습니다.
 
K-반도체와 관련해서는 기업의 대규모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는 점을 부각하는 등 세제·입지·인프라·인력 양성의 다각적 지원책을 설명했습니다.
 
글로벌 은행 사태와 관련해서는 "최근 문제가 되는 해외 금융기관들에 대한 국내 기관의 투자 규모가 크지 않다"며 "우리 금융기관들의 건전성과 유동성이 양호하다. 국내 금융·외환시장 안정세가 지속되는 등 영향이 제한적"이라고 강조했습니다.
 

3일 추경호 부총리는 오는 5일까지 3일간 한국 연례협의를 실시하는 무디스 협의단과 만나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등에 따른 국내 기업의 불확실성이 상당 부분 해소됐다고 피력했습니다. 사진은 부산 남구 신선대 부두 모습. (사진=뉴시스)
 
하지만 연초 우리나라의 관리재정수지와 경상수지 등 각종 지표에서 드러난 현 경제 상황은 살음판 현국입니다.
 
올해 1월 관리재정수지는 7조3000억원의 흑자를 기록했습니다. 관리재정수지는 통합재정수지에서 국민연금, 고용보험 등 사회 보장성 기금을 제외해 정부의 실제 살림살이를 나타내는 지표입니다. 정부는 올해 관리재정수지가 58조2000억원의 적자를 낼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올해 1월 경상수지도 45억2000만달러 적자를 기록하면서 관리재정수지와 함께 쌍둥이 적자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1월 경상수지 적자 규모는 관련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1980년 1월 이후 최대로 1분기 전망이 밝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정인교 인하대학교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거시경제 지표상으로 보면 평가에 불리한 것은 사실"이라며 "또 현재 글로벌 경제 상황이 밝은 전망보다는 여전히 불확실성이나 리스크가 높은 쪽으로 유지되고 있어 일시적인 지표로 보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오정근 한국금융ICT융합학회 회장은 "신용등급이 조정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며 "수출이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무역 적자도 장기간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특히 우리 수출의 중추인 반도체도 미국의 압력이 강해서 신용등급이 하향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앞서 또 다른 신용평가사 피치(Fitch)는 지난달 13일 우리나라의 국가신용등급을 'AA-', 전망을 '안정적'으로 평가한 바 있습니다. 이는 기존과 같은 평가를 유지한 것입니다. 피치는 지난 2012년 9월 이래로 같은 평가를 내리고 있습니다.
 
3일 추경호 부총리는 오는 5일까지 3일간 한국 연례협의를 실시하는 무디스 협의단과 만나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등에 따른 국내 기업의 불확실성이 상당 부분 해소됐다고 피력했습니다. 자료는 무디스가 평가한 우리나라 국가신용등급 변동 내역. (그래프=뉴스토마토)
 
정세은 충남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경제 악화 등이 다른 나라보다 심화했느냐, 아니냐 등 상대적인 개념으로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상대적으로 보면 우리나라 상황이 그렇게 나쁘지는 않다"고 언급했습니다.
 
문제는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과 크레디트스위스(CS) 합병 등 은행권 위기로 인한 금융권 정세입니다. 우리 정부는 해당 사태에 대해 '영향이 제한적'이라고 공언하고 있지만 금융불안이 국제 금융 시장의 새로운 변수로 등장하면서 변동성 우려를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오정근 회장은 "국가 부채, 가계 부채로 연체율이 올라가고 있는 데다가 우리나라 은행 또한 고금리로 인해 연체율이 더 올라가고 있다"며 "은행 위기, 금융 시장의 불확실성 등 신용등급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습니다.
 
반면 정인교 교수는 "실리콘밸리은행 같은 경우는 리스크가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상태지만 미국이나 유럽의 은행들이 나름대로 대응하고 있어 세계적인 금융 위기 상황으로는 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어 "국내 불안 요인이라면 이미 작용했을 텐데, 아직 그 단계까지는 오지 않았다"며 "상황이 악화하지 않는다면 관리가 될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습니다.
 
정세은 교수는 "실리콘밸리은행 파산이 우리나라에 영향을 미치려면 우리나라가 직접적으로 투자를 많이 했거나 미국 시스템에 충격이 와서 간접적으로 세계 금융 시스템이 충격을 받아야 한다. 현재로서는 두 가지 모두 아니다"라며 "이것은 시스템적인 위기이기 때문에 우리가 다른 나라보다 더 크게 충격을 받을 것 같지는 않다"고 예측했습니다.
 
한편, 무디스는 지난 2015년 12월부터 우리나라 국가신용등급을 'Aa2', 전망을 '안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Aa2'는 'Aaa', 'Aa1'에 이어 세 번째로 높은 등급입니다. 무디스는 이번 연례협의 결과를 반영해 상반기 중 우리나라 신용등급을 발표할 예정입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연례협의차 방한한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Moody's) 진 팡 국가신용등급 아태 지역 담당 부대표와 면담하고 있습니다. (사진=기획재정부)
 
세종=정해훈·주혜린·김유진 기자 ewigju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이규하 경제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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