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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원·어린이집 통합한다지만…'재원·교사 처우' 등 갈길 먼 '유보통합'
교사 자격·교원 문제…반발 여전
'지방교육 재정교부금' 재원 한계
"새 통합기관 모델도 여전히 모호"
2023-03-29 05:00:00 2023-03-29 05:00:00
[뉴스토마토 주혜린 기자] 윤석열 정부가 2년 후 유치원과 어린이집 관리체계를 통합하는 '유보통합'에 나선다는 방침이나 통합 과정이 순탄치 않을 전망입니다. 30년 넘게 해결하지 못한 유보통합의 2025년 적용이 성급한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옵니다. 특히 재정 부담, 새 통합기관, 교사 처우 개선 등에 대한 밑그림이 전혀 없어 공언에 그칠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내민 '저출산·고령사회 정책 과제 및 추진 방향'을 보면 유치원과 어린이집 관리체계를 통합하는 '유보통합'이 2025년부터 추진됩니다.
 
앞서 보건복지부·교육부는 지난 1월 30일 30년 넘게 논의에 그쳤던 유보통합 추진 방안을 발표한 바 있습니다.
 
정부는 1단계로 유치원과 어린이집 격차를 완화할 수 있도록 올 하반기부터 선도 교육청 3∼4곳을 선정해 운영한 뒤 2단계로 2025년부터 유보통합을 본격적으로 시작할 계획입니다.
 
두 단계에 걸쳐 유보통합을 완성한다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정책 제시는 여전히 오리무중입니다. 영유아교육·보육통합추진위원회는 2월 말 발족할 예정이었지만 현재까지 기약도 없는 상태입니다. 
 
유보통합은 복지부와 교육부로 관할이 나눠지는 등 양측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얽혀 있는 과제입니다. 역대 정부에서도 여러 번 시도했지만 결론을 내지 못하면서 난제가 적지 않습니다. 
 
만 3~5세 유아교육을 담당하는 유치원은 '학교'로 분류돼 교육부와 시·도 교육청이 관할하지만, 만 0~5세 영·유아보육을 맡는 어린이집은 사회복지기관으로 분류돼 복지부와 지자체가 관할하고 있습니다.
 
일단 유보통합의 가장 핵심 쟁점은 재원 부담을 비롯해 유치원과 어린이집 교사 자격 문제입니다.
 
정부는 내년부터는 유보통합 선도교육청을 지정하고 유보통합에 필요한 추가 예산은 지방교육재정에서 확보할 계획입니다.
 
그러나 시도교육감들은 이런 유보통합 방향에 동의하면서도 구체적인 방안이 없다며 행·재정적 지원 계획을 마련해야 한다고 교육부에 촉구하고 있습니다. 유보통합 관련 예산을 지방교육 재정교부금이 아닌 중앙정부 차원에서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세수에 따라 규모가 달라지는 지방교육 재정교부금으로는 안정적인 예산 확보가 어렵기 때문에 유보통합에 따른 국고 지원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누리과정 도입 당시에도 예산 부담을 놓고 정부와 시도교육청이 갈등을 빚은바 있습니다.
 
교육부·복지부의 부처 통합과 관련해서는 기존 보육체계에 따른 복지부 예산과 조직, 업무가 더 많은 상황에서 보육계의 목소리가 더 반영될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옵니다. 유보통합으로 사립유치원 지원이 늘어날 경우 ‘예산 퍼주기’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습니다.
 
정부가 2025년부터 유치원과 어린이집 관리체계를 통합하는 '유보통합' 추진을 본격화했지만, 통합에 대한 뚜렷한 방안은 아직 제시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사진은 한 어린이집 원생 대피훈련 모습. (사진=뉴시스)
 
또 유보통합은 교사 처우가 하향 평준화될 것이라는 우려와 교원 자격 기준이 마련되지 않아 반대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습니다.
 
유치원 교사는 전문대학이나 4년제 대학에서 유아교육을 전공해 유치원 정교사 자격증이 있어야 합니다. 이에 비해 어린이집 교사는 대학에서 관련 학과를 졸업하는 것 외에 학점은행제를 통해서도 자격증을 딸 수 있습니다.
 
관련 법령의 정비도 필요합니다. 관리체계 통합방안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지방교육자치법을 개정해야 하며, 특별회계 신설을 위해서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개정 및 (가칭)교육·돌봄 책임 특별회계법 제정도 해야합니다.
 
신나리 충북대 아동복지학과 교수는 지난 27일 공동포럼 현장에서 "정부에서 제시한 통합기관 운영예시안을 보면 부모들이 실제로 궁금해 하는 운영 및 이용시간, 운영기준 등의 내용이 빠져 있는 등 통합기관 모델이라는 용어에 모호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신 교수는 "어린이집의 장점도 많이 있다는 점을 감안해 유치원과 어린이집의 특장점이 모두 반영된 통합기관 모델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김인경 한국개발연구원 재정·사회정책연구부 연구위원은 재정 투입 방향에 대해 "유보통합 요소별로 여러 개선시나리오를 마련해 부모 부담 수준과 정부 지원 수준을 도출하고, 유보통합 시나리오별로 소요 재정 규모를 추계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부모 부담 수준의 수용성, 정부 지원 확보방안을 고려해 유보통합 방안을 세부적으로 결정해야 한다"고 제시했습니다. 
 
최현선 명지대 행정학과 교수는 "영유아 및 부모 등 수요자의 요구를 반영해 돌봄과 교육이 분리되지 않고, 상호 보완적 관계에서 유기적으로 결합돼 질 높은 교육·돌봄이 제공되는 선도적 통합모델을 개발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역대 정권에서 30년 넘게 해결하지 못한 유보통합을 2025년 현장에 적용하겠다며 너무 성급한 시간표를 꺼내든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옵니다. 사진은 유보통합 전면 철회 촉구하는 유치원 교사들. (사진=뉴시스)
 
세종=주혜린 기자 joojoosk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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