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투자 포기하고 정부지원사업으로"…SVB 파산에 방향 트는 벤처
해외투자사 후속투자 차질 생긴 벤처…해외시장 진출도 제동
한국벤처투자 "국내 스타트업 영향 적어"…벤처협, 피해설문조사 진행
2023-03-14 16:00:00 2023-03-15 09:06:18
[뉴스토마토 변소인 기자]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의 역풍으로 관련 벤처기업들이 긴장을 감추지 못하고 있습니다. 해외투자사의 투자를 받는 기업의 경우 당장 눈앞의 피해가 없다고 하더라도 후속 투자에 영향이 불가피한 만큼, 재무 계획을 수정하고 정부 지원 사업에 집중하는 등 방향을 선회하는 모습입니다.
 
1983년 설립된 미국 SVB은 글로벌 벤처대출 시장을 선도해왔지만 자금난에 시달리면서 결국 파산을 맞이했습니다. 미국 연방예금보험공사(FDIC)는 지난 10일(현지시간) SVB의 영업을 중단시키고 FDIC가 예금지급 업무를 대행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역대 2위 규모인 SVB가 파산하자 일순간 금융주가 폭락했고 투자심리도 급랭하고 있습니다. 국내 벤처기업의 경우 영향이 크지 않지만 해외투자사의 투자를 받거나 SVB에 자금을 예치한 경우는 여파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상황입니다.
 
실리콘밸리 소재 투자사로부터 투자를 받은 한 국내 벤처기업은 며칠 전 경고 메일을 받았습니다. 메일은 '뱅크런에 대한 우려로 SVB와 퍼스트리퍼블릭은행에서 안정적인 곳으로 돈을 옮기는 것이 좋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습니다. SVB뿐만 아니라 퍼스트리퍼블릭은행도 안전하지 않다고 본 것입니다. 투자사가 투자한 기업 중 SVB에 자금을 예치해 둔 기업을 알고 있다면 알려주고, 그들이 어떤 일을 겪고 있는지 설명해 달라는 요청도 있었습니다.
 
11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타클래라에 위치한 실리콘밸리은행(SVB) 본사에 있는 로고. (사진=연합뉴스)
 
다행히 이 기업의 경우 자금이 국내 은행에 예치돼 있어 SVB 파산으로 인한 큰 피해는 입지 않았습니다. 대신 기존 투자사와 진행 중이던 후속 투자 건은 큰 영향을 받게 됐습니다. 이 기업 대표는 "기존 투자사로부터 재투자를 받기 위해 준비하고 있던 중이었는데 이런 일이 발생해 유감"이라면서 "투자사에게 어떤 상황인지 묻고 싶지만 투자 받는 입장이라 겁나서 묻지도 못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우리처럼 해외 투자사와 후속 투자를 진행하고 있던 기업이나 SVB에 자금을 예치해둔 기업, 해외에 현지 법인 설립을 준비하려던 기업은 영향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고 덧붙였습니다.
 
이 기업은 지난 주말 임원진들이 모여 긴급회의를 열고 대응방안을 모색했다고 합니다. 논의 결과 추가 투자 진행이 어려워질 것으로 보고, 정부 지원 사업에 더욱 집중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이 기업 대표는 직접적으로 투자 환경이 급속도로 악화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하며 정부의 추가 예산이 필요하다고 호소했습니다. 
 
다만 현재 SVB 관련 리스크가 벤처업계 전방위로 퍼진 것은 아닌 만큼, 위의 경우처럼 위험에 노출된 기업들을 속히 추려내 시의적절한 지원 조치를 취하는 것이 중요해보입니다. 리스크가 조기에 해소돼야 투자심리 경색 또한 막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벤처투자는 일단 이번 사태로 국내 스타트업에 미칠 영향력은 적을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한국벤처투자가 출자한 글로벌 자펀드의 일부가 SVB를 수탁사로 사용한 것으로 파악됐으나 해당 자펀드 대부분이 예금보험한도 이내 예금으로 예치됐기 때문에 한국벤처투자 출자 글로벌 자펀드에 미치는 직접적인 영향은 없을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한국벤처투자는 국내 벤처투자시장이 위축되지 않도록 선제적으로 시장 모니터링을 수행한다는 방침입니다.
 
벤처기업협회는 지난 13일 밤부터 회원사들을 대상으로 피해 설문 조사에 돌입했습니다. 14일 오후 3시 20분 기준 약 360개사가 응답했는데 큰 피해는 없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협회 관계자는 "일부 SVB 은행 예치 건이 보고됐으나 자금이 예금보험한도 내에 있어서 보호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큰 피해는 아직 보고된 바 없다"고 말했습니다. 협회는 오는 16일까지 설문조사를 진행할 예정입니다.
 
변소인 기자 bylin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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