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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애니메이션 연이은 흥행, 정말 좋은 현상일까요(분석)
2023-03-10 16:41:47 2023-03-10 16:41:47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3월 극장가, 전통적인 비수기 시장입니다. 각급 학교의 개학 시즌과 맞물리면서 극장가는 이 시기 관객 모으기에 꽤 어려움을 겪습니다. 그래서 영화 시장 역시 이 시기에는 리스크가 큰 대규모 제작비가 투입된 블록 버스터가 아닌 중소 규모 영화를 배치합니다. 하지만 올해는 상황이 좀 묘합니다. ‘코로나19’ 이후 무려 2년이 넘는 시간 동안 제자리 걸음을 하던 국내 영화 시장이었습니다. 작년 초부터 사실상 극장내 취식이 허용되면서 숨통이 트이고 정상화가 이뤄지는 듯했습니다. 하지만 해가 바뀌고 올해 3, 기묘한 현상이 벌어졌습니다. 극장가에서 한국영화가 사라졌습니다. 그리고 그 자리에 일본 애니메이션이 자리했습니다. 그것도 무려 3편입니다.
 
 
 
10일 영진위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집계에 따르면 박스오피스 1위는 스즈메의 문단속그리고 3위가 더 퍼스트 슬램덩크’, 4위가 귀멸의 칼날: 상현집결, 그리고 도공 마을로입니다. 박스오피스 TOP5가운데 무려 3편이 일본 애니메이션 입니다. 반짝 흥행과 일시적 현상이라고 하기엔 심상치 않아 보입니다. 일단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지난 1월에 개봉해 무려 두 달 동안 TOP5에 머물고 있습니다. 누적 관객 수도 400만을 넘어설 조짐입니다. ‘귀멸의 칼날: 상현집결, 그리고 도공 마을로코로나19’ 시기 일본 애니메이션 신드롬 시작이라 할 수 있는 귀멸의 칼날: 무한열차의 또 다른 시리즈 입니다. ‘스즈메의 문단속은 국내에 두터운 마니아층을 보유한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신작입니다. ‘흥행할 만한 작품이 흥행한다라고 할 수도 있지만 눈여겨 볼 점은 분명히 있습니다. 우선 애니메이션에 대한 인식 변화입니다.
 
지금까지 일본 애니메이션은 방학 시즌에 반짝 장사를 하던 아이템이었습니다. 어린이용 애니메이션으로서 부모 손을 잡고 보는 가족극 형태에 머물러 왔습니다. 하지만 코로나19’ 이후 국내외 신작 영화들이 개봉이 아닌 창고행을 택하면서 극장가에는 빈 스크린이 늘어나기 시작했습니다. 그 자리를 아이러니하게도 일본 애니메이션들이 차지해 버리기 시작했습니다. 이 시기, 소소하게 늘어가는 일본 애니메이션 마니아들을 위한 여러 이벤트와 굿즈 N차 관람 행사가 이어졌습니다.
 
반면 이 시기 창고행을 택한 여러 한국영화들은 개봉 시기와 흐름을 놓치면서 트렌드에서 밀려나는 모양새가 돼 버렸습니다. 대표적인 케이스가 작년 여름 시장 개봉을 강행한 바 있는 외계+’ 1, 그리고 한산: 용의 출현’, ‘비상선언’, ‘현트였습니다. 일부는 손익분기점을 넘었고 일부는 처참하게 실패했습니다. 이들 영화 모두 묵힌 영화란 선입견 그리고 트렌드에 밀려나는 서사 흐름 등으로 관객들에게 예상 밖의 외면을 받았습니다. 일부 작품은 흥행 실패에도 불구하고 완성도 측면에서 다른 관점으로 봐야 한다는 지적도 있었지만 비슷한 시기에 한 묶음으로 규정돼 버리는 피해를 보기도 했습니다.
 
이런 흐름은 작년 말과 올해 초 개봉한 영웅’ ‘교섭’ ‘유령세 작품의 흥행 실패까지 이어집니다. 결과적으로 트렌드와 시장 상황에 걸맞지 않는 묵힌 영화들이 연이어 개봉하고 실패를 반복하면서 그 자리를 이른바 확고한 마니아층을 보유한 일본 애니메이션이 대신한 것입니다.
 
하지만 일본 애니메이션 흥행 신드롬이 한국 영화 시장에 어떤 결과를 가져올 것인지에 대한 질문에는 시장 전체로선 부정적인 측면이 강합니다. 한 영화 제작사 관계자는 뉴스토마토와의 전화통화에서 투자 시장 자체가 너무 얼어 붙었다면서 전체 흐름은 아니지만 지금처럼 영화 시장이 얼어 붙은 상태에선 리스크가 큰 제작 투자보단 수입 배급 쪽으로 눈을 돌리는 경향도 많아 지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관계자도 뉴스토마토와의 전화통화에서 극장 요금도 너무 높고, 한국영화에 대한 인식도 요즘 최악이나 다름 없다면서 이런 상황이라면 비싼 돈 들여서 보는 영화, 될 수 있으면 요즘 트렌드로 관객들은 선택을 한다. ‘더 퍼스트 슬램덩크가 재미도 있었지만 그런 측면도 워낙 강했다고 본다고 전했습니다.
 
일부에선 일본 애니메이션 전문 수입사들이 이런 분위기에 오히려 피해를 볼 수도 있을 것이란 의견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적은 금액으로 수입해 시즌 흥행 장사를 이어오던 이들 수입사가 일본 애니메이션의 급격한 흥행과 화제성이 달궈지면서 대형 투자 배급사까지 이 시장에 뛰어들 경우 수입 금액이 상승하면서 결과적으로 이들 기존 중소 수입사들의 설 자리 마저 위협 받게 될 것이란 점입니다.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성남 엔터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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