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률형 아이템, 확률 정확성 검증 시스템 부재…"법적 토대 시급"
GSOK, 확률형 아이템 확률 정보 공개 미이행 여부만 판별
실효성 없다는 지적…공정위도 한시적 조사에 그쳐
전문가 "게임법 개정 속도내는 일이 중요"
2023-02-14 06:00:18 2023-02-14 08:12:30
[뉴스토마토 이선율 기자] "극도로 낮은 확률이 큰 문제입니다. 확률형 아이템 공개 의무화를 넘어 정확성을 체크할 수 있는 검증 시스템이 필요합니다." (유튜버 센터로드TV)
 
확률형 아이템 법제화가 9부 능선을 넘었지만, 현재 법안은 규제의 틀을 마련하는 데 의의를 지닌 만큼 실효성을 담보하려는 노력이 계속해서 수반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확률형 아이템의 지나친 사행성을 바로잡으려면 확률의 정확성을 검증하는 시스템이 필요한데, 현재로선 이같은 시스템을 갖춘 곳이 전무하기 때문입니다. 자율규제 준수 이행 여부를 모니터링해온 한국게임정책자율기구(GSOK)조차 확률 공개를 이행하지 않은 경우에만 제재가 가능합니다. 
 
올해 1월 기준 GSOK가 발표한 자율규제 미준수 게임들.
 
현재 게임사들은 확률형 아이템 자율규제에 따라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확률을 공개하고 있습니다. 자율규제 모니터링은 현재 한국게임정책자율기구가 담당하고 있으며, 지난 2015년 7월 아이템 등급별 구간 확률 정보를 공개하도록 권고한 것을 시작으로 확률 정보 공개 범위를 점차 확대해 3차 개선안까지 마련한 상황입니다. 3차 개선안은 강화형 및 합성형 콘텐츠 등을 포함하는 유료 확률형 콘텐츠까지 정보 제공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게임 이용자들이 줄곧 지적해온 부분은 공개된 확률이 정확한지 신뢰하기 어렵다는 점입니다. 게임사들이 자체적으로 확률을 공개하는 수준이라 확률의 정확성을 식별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인데요. 
 
이 문제에 대한 게임사들의 답변은 제각각입니다. 한 게임사 관계자는 "확률이 나올 가능성에 대한 수치를 세팅할 수 있는데 이를 그대로 공개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면서 "만약 어떤 캐릭터가 나올 수 있는 확률의 실제 값을 0.5%라고 입력하면 0.5% 실제 수치를 공개하는 방식으로, 거짓말을 할 수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다른 게임사 관계자는 "GSOK에서 모니터링하고 (확률 정확성 부분도) 감독해서 문제로 보일 시 정정하라고 요청도 한다"면서 사실상 GSOK의 역할이라고 책임을 돌렸습니다. 
 
GSOK는 확률형 아이템의 정확성까지는 확인하지 못하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GSOK 관계자는 "확률형 아이템 확률 정보가 정확한지 검증하는 권한은 사실 없으며, 따로 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이 부분은 공정거래위원회에서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공정위에선 확률형 아이템의 정확성에 대한 검토는 민원이 들어오는 경우에 한해 진행합니다. 공정위 관계자는 "평상시에 게임 내 확률의 정확성을 모니터링하진 않는다"면서 "민원이 들어와 구체적 사례가 생겼을 때 소비자보호법을 집행해 들여다보고 있다. 확률 정보 자체를 규제하는 것이 아닌 확률을 속여서 소비자가 피해가 가지 않도록 관련 내용을 조사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해외는 어떨까요. 일본에서는 일본 온라인게임협회 가이드라인에 따라 유료 아이템의 획득 확률 정보를 자율적으로 공개하고 있습니다. 다만 경품표시법에 따라 컴플리트 가챠 적용은 엄격히 금지하고 있습니다. 중국에선 2019년에 판호 규정을 개정하며 확률형 아이템 확률 표기 방식을 기존 백분율에서 시도 횟수로 표기하도록 구체적 가이드라인을 제시했습니다. 중국 현지에서 확률형 아이템의 판매는 가능하지만 해당 규정 요건을 지키지 않으면 판호 발급이 제한됩니다. 유럽의 벨기에는 확률형 아이템을 아예 도박처럼 취급해 법으로 금지했고, 네덜란드·스페인은 현재 확률형 아이템 금지법 도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용자들이 본 확률이 정확한지 확인할 방법은 현 구조에선 불가능하다고 봤습니다. 이 때문에 확률형 아이템을 둘러싼 사행성 문제 등을 해결하려면 근본적으로 법 토대를 만드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현재 국회에서 추진중인 확률형 아이템 정보 공개 등 의무화 내용을 담은 게임법 개정안이 통과되는 일이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는 중요한 첫 걸음이라는 설명입니다.
 
위정현 중앙대 경영학과 교수(한국게임학회장)은 "현재로선 게임사가 주는 자료만 믿을 수 밖에 없는 등 검증할 방법이 없다"며 "식품에 들어있는 성분표시와 달리 게임 이용자들의 경우 평소 일상적으로 확률이 제대로 표기돼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현 체제에서는 공정위에 민원을 넣는 수준에서만 확률 정확성을 판별할 수 있는데 중간에 공정위가 기각해버리면 방법이 없다. 이 때문에 일차적으로 게임법 통과가 필요한 것"라고 덧붙였습니다.
 
이선율 기자 melody@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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