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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1기 신도시 재건축 길 열렸는데…분당 주민들 '반신반의'
부동산 시장 고요한 변화…매물 거두고 일부 매수세 보여
"본질적 부분은 빠졌다"…시행령 마련 지켜봐야
2023-02-09 06:00:00 2023-02-09 06:00:00
분당신도시 서현동의 시범삼성한신아파트. (사진=김성은 기자)
 
[뉴스토마토 김성은 기자] 1기 신도시 등 재건축을 위한 '노후계획도시 특별법'이 나왔지만 기대와 회의감이 공존하고 있습니다. 재건축 길은 열렸지만 여전히 제도의 미흡함이 문제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이번 정책 발표로 부동산 시장 변화도 주목됩니다. 일부 매도자들은 매물을 거두거나 발빠른 수요자들은 선점에 나섰는데요. 그러나 부동산 시장 침체에 전반적인 분위기는 고요했습니다.
 
8일 경기 성남 분당신도시 한 주민은 "염원하던 재건축사업의 법적 근거를 마련한다는 점에서 고무된 분위기"라면서도 "안전진단 면제가 조건부인 만큼 지켜보자는 의견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분당·일산·중동·평촌·산본 등 1기 신도시 주민들은 주거환경 개선을 위해 원활한 재건축사업을 요구해왔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공약이기도 한 '1기 신도시 재건축사업'은 지난해 8.16대책 이후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는데요. 기대가 컸던 반면 대책에 '2024년까지 마스터플랜을 마련한다'는 단 두 줄만 담겨 주민들의 실망감이 컸었죠.
 
이번에 정부가 내놓은 특별법은 1기 신도시 주민들의 요구를 상당 부분 반영했습니다. 안전진단 면제 또는 완화, 용적률 상향, 절차 간소화 등이 대표적입니다. 다만 완화된 안전진단 기준 등 구체적인 사항은 시행령에서 규정할 예정이라, 아직 불투명한 부분이 많은 상황입니다.
 
최우식 1기 신도시 범재건축연합회장은 "막상 본질적인 부분은 빠져 있다"며 "특히 안전진단 면제 관련 부분에서 문제가 예상된다"고 꼬집었습니다. 그는 "안전진단 면제를 받기 위해 사업 공공성을 확보해야 하는데, 이때 재원 마련과 토지 소유 문제는 어떻게 풀어야 하느냐"라며 "안전진단 규제 완화에 포함되지 않는 단지들은 재건축이 어렵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분당신도시 정자동 일대 아파트 전경. (사진=김성은 기자)
 
밑에서 움직이는 매도·매수자
 
노후계획도시 특별법으로 분당신도시는 호재를 맞았지만 부동산은 잠잠했는데요. 이날 찾은 서현동 일대 한 중개업소에 30분 넘게 머무는 동안 전화나 방문 문의는 한 건도 없었습니다.
 
행동에 나선 매도·매수자도 있습니다. 서현동의 한 부동산 관계자는 "특별법이 나오고 매물을 회수한 매도자들이 있다"면서 "시범한양아파트 60평이 17억원에 팔리기도 했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습니다.
 
서현동 일대 시범한양을 비롯해 시범우성·현대·삼성한신은 통합 재건축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시범'이라는 이름이 붙은 만큼 가장 먼저 지어졌는데요. 향후 선도지구로 지정돼 재건축사업도 치고 나갈 수 있다는 기대감이 깔려 있다는 게 공인중개사의 설명입니다.
 
서현동 뿐만 아니라 정자동의 한 공인중개사도 "일부지만 매수자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며 "매물을 알아보는 사람들이 꽤 있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집값 하락세가 지속되면서 관망세가 짙었는데요. 서현동의 다른 부동산 관계자는 "더 기다리면 집값이 떨어질 수 있다는 기대심리에 매수자들은 대기 중이고, 매도자들은 가격을 더 낮추지 않고 있다"며 "매도와 매수가 팽팽히 버티고 있어 거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금리도 높고 아파트 가격 자체가 비싸다 보니 쉽사리 들어오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당분간 이런 분위기가 유지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김성은 기자 kse5865@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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