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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변호사비 대납 의혹’ 수사 딜레마
‘쌍방울 CB-이재명 변호사비’ 연관성 확인 안 돼
“에스크로 걸었으면 당사자 아닌 제3자 변호사비 대납 불가능”
2023-01-25 06:00:00 2023-01-25 09:04:02
[뉴스토마토 박효선 기자] 설 명절 연휴를 반납하고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을 대상으로 고강도 조사를 벌여온 검찰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변호사비 대납 의혹’ 규명에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습니다. 
 
김 전 회장을 둘러싼 의혹 중 검찰이 밝히고자 하는 부분은 2018~2019년 쌍방울 전환사채(CB) 거래와 이 대표 변호사 수임료 간 연결고리입니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검찰은 쌍방울 CB 발행과 매각 과정 등 자금 흐름을 면밀히 살펴보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직까지 20억원 규모의 쌍방울 CB가 이 대표 변호사에게 흘러갔다는 확실한 증거나 정황은 발견하지 못한 것으로 보입니다. 검찰이 김 전 회장 구속영장에 ‘변호사비 대납 의혹’ 관련 혐의를 적용하지 못한 이유로 해석됩니다. 
 
구속 기한이 얼마 남지 않은 김 전 회장에게서 검찰이 ‘이 대표 변호사비 대납 의혹’ 관련 유의미한 진술을 확보할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해외 도피 중 태국에서 체포된 김성태 쌍방울 전 회장이 지난 17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하는 모습. (사진=뉴시스)
 
“기소 못 막으면 변호인 수임료 두 자릿수 안 돼” 
 
이 대표가 주장하는 2018년 자신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 변호인단 수임료는 2억8000만원입니다. 이 대표는 2021년 10월 국정감사에서 “2억5000만원이 좀 넘는 금액을 변호사비로 다 지불했다”며 “변호인 대부분이 다 사법연수원 동기이거나 대학친구, 법대 친구들”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는 “2억8000만원 가량을 낸 것도 너무 큰 부담이다”며 농협은행과 삼성증권 계좌를 통해 변호사들 수임료를 모두 정상 지급했다고도 강조했습니다.
 
검찰은 쌍방울이 2018년 11월과 2019년 10월 각각 100억원씩 총 20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CB)를 발행한 것과 2018년 이 대표 사건 변호사비 연관성에 무게를 두고 그 연결고리를 찾고 있습니다.
 
‘이 대표 변호사비 대납 의혹’은 쌍방울이 200억원 규모 CB를 발행하고, 계열사가 이를 사들이게 함으로써 그 과정에서 취득한 이득 중 일부인 23억원을 이 대표 변호사비로 대납했단 게 골자입니다.
 
이에 검찰은 지난 17일부터 18일까지 이틀간 김 전 회장을 상대로 그의 횡령·배임 혐의를 비롯해 2018~2019년 쌍방울 발행 CB와 이 대표 변호사비 연관성 등을 집중 추궁했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다만 쌍방울 발행 CB가 이 대표 변호인들에 흘러 들어간 정황은 아직까지 확인된 내용이 없습니다.
 
법조계와 금융투자업계 등에 따르면 쌍방울 계열사는 2021년 3월경 이 대표의 선거법 사건 변호사 법무법인 계좌로 현금 20억원을 입금했다고 합니다.
 
수사팀은 2021년 6월경 이 대표 변호인 23억원 수임 의혹 관련 내용이 담긴 제보자 녹음 파일을 참고해 그해 3월 쌍방울 계열사에서 넘어간 해당 20억원에 주목했으나 이 금액은 인수합병(M&A) 관련 계약금으로 조사됐습니다.
 
게다가 이 금액은 이 대표의 변호사가 아닌 같은 법무법인 소속의 또 다른 변호사 에스크로 계좌에 예치됐는데, 결국 M&A가 무산되면서 쌍방울 측으로 반환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당시 쌍방울 계열사 M&A를 담당했던 이 변호사는 윤석열 대통령 후배이자 막역한 사이로 알려진 인물입니다.
 
법조계는 20억원이 쌍방울 측에 반환되지 않았더라도 에스크로를 걸어뒀다면 애초에 이 자금이 이 대표 측으로 흘러가기 어려운 구조라고 진단했습니다. 에스크로는 기업 간 M&A 등 거래에서 제3자가 거래대금 또는 주식을 맡아주고, 거래조건이 충족되면 양측에 거래대금 또는 주식을 넘겨주는 것을 말합니다.
 
양측의 동의하에서만 인출이 가능한 구조로 일종의 ‘거래 사고’를 막기 위한 장치입니다. M&A 시장에서는 주로 담당 변호사나 법무법인이 에스크로 계좌를 맡습니다. 
 
쌍방울 본사. (사진=뉴시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M&A 계약 시) 에스크로 계좌를 통해 거래하는 과정에는 적어도 3명 이상의 다수 당사자가 서류를 검토하고 날인을 찍는다”면서 “그 당사자들을 속이고 20억원이라는 금액을 (이 대표) 변호사비로 대납한다는 것이 현실적으로 일어나기 힘든 일”이라고 설명했습니다.
 
M&A 과정에서 셀러와 바이어간 팽팽한 기싸움이 벌어지는 상황에 에스크로에 예치된 금액을 당사자와 관련 없는 자에게 전달하는 일은 있을 수 없다는 얘기입니다.
 
이어 “피의자들은 자신에 대한 수사 단계에서 구속 또는 기소를 막기 위해 검사 출신 전관들을 선임하곤 한다”며 “그런데 변호인이 자신의 기소를 막는데 실패하고 사건이 이미 재판 단계로 넘어가면 피고인 측에서 주는 수임료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많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이 대표의 변호사들이 2018년 ‘선거법 위반 사건’ 기소를 막지 못했다는 점에서 수임료가 20억원을 넘지는 않았을 것이란 분석입니다.
 
또 다른 변호사도 “정치인 사건의 경우 (변호사들이) 돈 보다는 자신의 커리어를 생각해서 수임료를 많이 받지 않는 경우가 많고, (이 대표) 선거법 사건은 수십억원이 들 정도로 난이도가 높은 사건도 아니었다”며 “검찰이 8개월 만에 한국으로 들어온 김 전 회장 구속영장을 청구할 때 변호사비 대납 의혹 내용을 넣지 못한 것도 (23억원) 연관성을 찾지 못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검사·판사 출신 등 20여명 변호사들 수사 진통 예상
 
검찰의 ‘이 대표 변호사비 대납 의혹’ 사건 수사 과정에도 관심이 쏠립니다. 2010년 이후 쌍방울 계열사들 사외이사들을 살펴보면 법조인만 20명이 넘고 그 중 절반이 검사 출신으로 집계됩니다.
 
이들 중에는 이른바 ‘윤석열 사단’으로 불리는 검사 출신 변호사들과 검사 시절 김 전 회장을 수사했던 대형로펌 소속 변호사, 이 대표 사건 변호사 또는 고문변호사 등이 고루 포함돼 있습니다.
 
검찰이 이들을 이 대표와 함께 수사 선상에 올려 강제수사에 돌입할 경우 상당한 파장이 예상됩니다. 기업들의 검사 출신 사외이사 영입 문제가 공론화되거나 변호사 단체가 움직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변호사 단체 한 관계자는 “검찰이 이 사건 관련 (쌍방울 계열사) 사외이사로 있던 변호사들 관련 압수수색을 하거나 수사를 하는 것은 수사기관의 역할이므로 문제가 없다”면서도 “이 사건과 별개로 범죄 혐의가 있는 피의자 또는 피고인이 방어권 행사를 하는데 검찰이 각종 자료들을 털어간다면 이는 초법적 권한을 행하는 것이므로 기본권 침해가 될 수 있어 이 경우 (변호사 단체에서) 문제 삼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변호사 단체 집행부 출신도 “수사를 통해 이 대표 관련 사건을 규명해야 한다”면서도 “(그 과정에서) 변호인-의뢰인 비닉권(ACP)을 침해한다면 이는 위헌적 수사행위가 될 수 있다”고 했습니다.
 
그는 “아직 쌍방울과 이 대표 간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 명확한 증거가 나온 것은 아니지만, 만일 증거나 진술 등이 나온다면 (쌍방울 계열사 사외이사) 변호사들도 변호사법 위반 또는 횡령·배임 공범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사랑재에서 열린 2023 신년 기자회견에서 취재진 질문을 듣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효선 기자 twinseve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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