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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잃은 민주노총)'하퀴벌레'라니…하청·비정규직 노조 '눈물 닦아라'
일부 대형 노조 중심으로 '고용 세습' 등 부작용 쏟아져
대우조선해양 사태 때는 원청 노동자들이 하청 파업 핍박도
민주노총 "기득권화 이미지, 보수 언론 등에 의해 덧씌워진 것"
2023-01-16 06:00:00 2023-01-16 06:00:00
 
 
[뉴스토마토 장성환 기자] 노동조합(노조)은 사회적 약자인 노동자들의 권리를 지키고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수많은 탄압과 시련 끝에 사용자인 기업을 넘어 정부와도 대화와 협상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성장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집단이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입니다.
 
그러나 현재의 노조를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시선이 그리 곱지만은 않습니다. 약자들을 대변하는 집단이 아닌 '귀족 노조'라는 이미지가 굳어진 지 오래입니다. 특히 조합원 수가 많아 회사에 강력한 영향을 미치는 일부 대형 노조를 중심으로 각종 부작용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그 단적인 예로 '고용 세습'을 꼽을 수 있겠습니다. 고용노동부가 지난해 5~6월 100인 이상 사업장 1057곳을 조사한 결과 63개 기업이 여전히 정년퇴직자와 장기근속자, 노조와 직원이 추천한 자에 대한 우선·특별 채용 단체협약 조항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이는 오래 전부터 '현대판 음서제'라는 사회적 비판을 받아왔으나 아직까지 완전히 근절되지 않은 모습입니다. 
 
이 외에도 공사 현장에서는 강성 노조들이 자기편 노조원 채용을 강요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같은 요구를 거부할 경우 공사를 방해해 정해진 기일을 맞춰야 하는 시공사를 협박하기도 합니다.
 
민주노총도 여기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습니다.
 
대형 노조 기득권 누릴 때 약자들은 힘들게 투쟁하며 '노노 갈등'까지
 
이렇게 일부 대형 노조가 기득권을 누리는 동안 뒤에서 힘들게 고군분투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바로 하청업체노조·비정규직노조원들입니다. 이들은 당장 해결해야 할 수많은 과제들이 산적해있지만 힘이 약하다는 이유로 쉽지 않은 싸움을 이어나가고 있습니다. 특히 회사나 정부가 아닌 다른 노동자들이 입장 차이를 이유로 비난해 이른바 '노노 갈등'이 일어나기도 합니다.
 
지난해 발생한 '대우조선해양 사태'에서 이러한 '노노 갈등'의 양상을 엿볼 수 있습니다. '민주노총이 민주노총'을 지켜주지 못한 겁니다.
 
민주노총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조선하청지회) 조합원들은 작년 6월 2일 삭감된 임금 30% 원상 회복 등을 요구하며 파업에 돌입했습니다. 같은 달 22일부터는 유최안 조선하청지회 부지회장이 배를 만드는 작업장인 제1도크에서 가로·세로·높이 각 1미터의 철 구조물 안에 몸을 가두고 농성까지 벌였습니다.
 
파업 기간 이들을 힘들게 한 건 다름 아닌 원청 노동자들이었습니다. 정규직 직·반장 등 중간관리자로 구성된 '현장직반장책임자연합회'나 '민주노동자협의회' 소속 인원들이 찾아와 농성 중인 천막을 커터칼로 찢거나 얼린 생수병을 하청 노동자에게 던지기도 했습니다.
 
게다가 일부 원청 노동자들은 '대우조선해양을 지키는 모임'이라는 단체 채팅방을 만들어 하청 노동자들을 바퀴벌레에 빗대 '하퀴벌레'라고 비하하는 등 비난과 막말까지 쏟아냈습니다.
 
조선하청지회의 파업으로 일부 공정의 생산이 중단되고, 그만큼 연장·휴일근로를 할 수 없게 돼 임금 손실 등이 발생하자 이들을 원색적으로 비난한 것입니다.
 
조선하청지회 관계자는 통화에서 "개인적으로 당시 저희를 비난하던 분들에게 정말 스스로 떳떳하다고 생각하는지 물어보고 싶다. 심리적으로 큰 상처가 됐다"며 "앞으로 또 어떤 일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우리가 원청지회에 사안별로 도움을 요청할 때 응해줬으면 좋겠다"고 밝혔습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일부 노동자들의 일탈로 생각한다"며 "원청지회 소속 다수 노동자들은 우리를 응원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이어 "다시는 이 같은 일이 생기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정규직 노동자들도 우리(하청지회 노동자)와 같은 노동자임을 항상 기억하길 바란다"고 덧붙였습니다.
 
학교비정규직노조 "힘 약하다고 투정·떼쓰기 치부 안 돼"
 
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는 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 등과 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를 구성해 단일 임금체계 도입과 급식실 노동자 폐암 산재 문제 해결 등을 요구하고 있지만 좀처럼 진전이 없는 상태입니다.
 
17개 시·도교육청과 교육공무직 노동자들이 교섭을 이어가고 있긴 하지만 좀처럼 입장 차이가 좁혀지지 않고 있습니다.
 
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 관계자는 "우리도 다른 큰 노조처럼 조합원 수가 더 많고 힘이 있었으면 문제 해결이 더 쉽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했다"며 "큰 노조가 하는 것은 요구고 우리처럼 힘없는 사람들이 하는 것은 투정과 떼쓰기로 비치는 부분이 있는데 이러면 안 된다"고 토로했습니다.
 
민주노총 "비정규직 위한 투쟁 중점적으로 벌여"
 
민주노총이나 산하 대형 노조들은 비정규직을 위한 투쟁을 중점적으로 벌이고 있다는 입장입니다. 그럼에도 보수 언론을 포함한 우리 사회의 기득권 세력들이 민주노총에게 기득권화·대기업 중심 활동 이미지를 덧씌웠다는 건데요.
 
한상진 민주노총 대변인은 "최근의 민주노총 투쟁 활동만 봐도 비정규직들을 위한 투쟁이 주류였지 대기업 정규직들의 요구로 투쟁을 한 적은 없다"면서 "우리 사회 기득권 세력이 반노동·반노조 기조를 가지고 있는데 보수 언론들이 여기에 편승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이어 "민주노총은 조합원들만을 위한 사업이 아닌 전체 노동자 계급의 대표성을 가지고 일하고 있다"며 "대우조선해양 사태를 포함한 최근 비정규직 관련 노동 쟁의 행위 역시 민주노총이 주도했고, 해고·구조조정·불법 파견 같은 약자들의 의제를 중심으로 투쟁한다"고 덧붙였습니다.
 
민주노총 산하 대형 노조 가운데 한 곳으로 알려진 전국금속노조의 윤장혁 위원장도 "금속노조가 작년만 보더라도 비정규직 노동자·사회적 약자들을 위한 투쟁을 중점적으로 했다"면서 "노조 조합원들만의 투쟁을 하는 게 아니라 미조직된 노동자들까지 포괄하는 활동도 하고 있다"고 항변했습니다.
 
아울러 "부정적인 사회적 시선은 보수 언론의 기사로 좀 왜곡된 측면이 있다"며 "이 부분은 우리가 지향하는 바에 맞춰 노력해나가면 해소될 것으로 본다"고 했습니다.
 
민주노총은 하청지회 노조를 비롯해 약자에 대한 투쟁과 돌봄을 이어가는데, 기득권 세력과 보수 언론 논리에 휘둘려 사람들이 그렇게 바라본다는 말입니다.
 
지난해 7월 민주노총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가 경남 거제시 대우조선해양 1도크를 점거한 채 농성을 하고 있는 모습.(사진 = 뉴시스)
 
장성환 기자 newsman9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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