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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업계 "실손보험료 인상 제한 해제를"…소비자는 봉?
전문가들 "소비자 물가와 직결된 문제, 민간 자율 안돼"
2022-12-08 17:08:12 2022-12-08 17:08:12
[뉴스토마토 허지은 기자] 보험업계가 실손의료보험료의 조정 제한을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간 25% 범위 내에서만 실손보험료를 인상할 수 있는 현재 규정을 풀어달라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소비자 물가와 직결되는 금융상품인 만큼 가격 책정을 민간 자율로 맡길 수 없다는 입장이다.
 
보험연구원은 8일 오후 서울 광화문에 위치한 코리안리재보험 빌딩에서 '실손의료보험 정상화를 위한 과제'를 주제로 정책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날 세미나에서 보험연구원은 실손보험료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김경선 연구위원은 '실손의료보험 가격 규제 현황과 과제'에 대한 주제발표에서 "실손보험은 관련 규정에 따라 보험료 조정이 제한되고 있어 보험료 조정이 필요한 시점에 필요 인상분의 충분한 반영이 어렵다"며 "현재의 가격 규제는 보험료와 보험금 청구 간 연계를 강화시키는 방향으로 재검토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실손보험료는 관련법에 따라 상품을 판매하는 보험사가 보험료를 마음대로 조정할 수 없도록 돼 있다. 보험업감독규정에 따라 실손보험료는 연간 25% 범위 내에서만 인상이 가능하다. 보험사가 25% 이상 보험료를 올리고 싶어도 불가능하게 돼 있다. 신상품 출시 후 5년 내에는 요율 조정도 규제를 받고 있다.
 
사실상 실손보험의 요율 조정은 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지는데, 출시 후 5년간은 보험료 인상이 어렵다는 의미다. 3세대 실손보험이 올해 처음 보험요율 조정 주기를 맞은 것도 이 규제 때문이다. 보험요율도 금융당국이 일정 부분 통제하고 있다. 실손보험은 가입자 규모만 3800만명으로 제2의 국민건강보험으로 불리는 만큼, 실손보험료 인상은 물가상승으로 이어지게 되기 때문이다. 
 
보험연구원은 실손보험료를 보험사가 마음대로 정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세웠다. 김 연구위원은 실손보험료 조정한도 범위(25%)를 단계적으로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보험원리에 따른 자율적 요율 조정 원칙을 실현해 안정적으로 실손보험을 운영하고 재무 리스크를 해소할 수 있다"고 말했다. 보험상품의 요율은 자율적으로 정해져야 하고 실손보험도 예외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소비자 문제를 연구하는 전문가들은 이날 보험연구원의 주장에 문제를 제기했다. 김창호 인슈포럼 대표는 8일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실손보험은 가입자가 국민 대다수인 금융상품이고 소비자 물가와 직결되는 금융상품이기 때문에 가격 책정을 민간 영역에만 맡겨둘 수 없는 것"이라며 현 규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어 "보험료 조정한도 규제 완화는 실현되기 어려운 주장"이라며 "물가상승, 소비자 부담을 고려해야 하는 금융당국으로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세미나에서는 실손보험 신상품의 보험료 인상 주기를 5년에서 3년으로 단축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김 연구위원은 "신상품이 일정한 통계적 요건을 만족할 경우 출시후 3년에 해당할 때에도 요율을 조정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며 "가입자가 체감하는 보험료 인상 부담을 여러 기간으로 분산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5년만에 보험료를 인상하는 것보다 3년만에 인상하는 것이 인상폭이 적을 것이라는 의견이지만 보험료 인상이 더 자주 일어날 수 있다는 부담도 있다.
 
실손보험료 인상을 위한 보험연구원의 주장은 계속됐다. 정성희 보험연구원 산업연구실장은 '실손의료보험 지속성 제고 방안'을 제안하며 재가입주기를 5년에서 1~3년으로 단축하는 방안을 언급했다. 정 실장은 "의료이용 환경이 변화하는 것과 국민건강보험 정책 추진에 대응해 보장 내용을 유연하게 변경하기 위해 재가입주기 축소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실손보험은 재가입때마다 계약 내용이 갱신돼 보험료도 함께 인상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소비자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최미수 서울디지털대 교수(경영학 보험전공)는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소비자 입장은 고려하지 않은 주장"이라며 "보험요율이 갱신됐을 때 예측할 수 없을 정도로 보험료 인상되는 경우에 대한 고려가 없다"고 꼬집었다.
 
보험연구원은 8일 실손의료보험 정상화를 주제로 정책 세미나를 개최했다. (사진 = 허지은 기자)
허지은 기자 hj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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