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기자
(토마토 칼럼)'윤심'만 바라보는 전당대회, 민심은 '실종'
2022-12-08 16:22:21 2022-12-08 16:22:21
정기국회가 막바지에 이른 가운데 집권여당인 국민의힘 시선은 차기 전당대회를 향하고 있다. 새로 선출될 당대표는 22대 총선 공천을 관리하며 총선 승리를 이끌어야 한다. 다음 총선에서마저 패할 경우 윤석열정부는 '식물정부'가 된다. 이미 169석을 지닌 민주당의 힘을 눈으로 확인했다. 
 
문제는 '염불'(총선 승리)에는 뜻이 없고 '잿밥'(공천권)에만 관심이 있다는 데 있다. 다들 '윤심'(윤석열 대통령 의중)이 누구를 향하는지 촉각을 곤두세운다. 윤심을 업어야 당대표에 오를 수 있고, 이는 생사여탈권과도 같은 공천으로 직결된다는 뜻이다. 공교롭게도 윤심과 배치되는 후보는 유승민 전 의원 하나로, 그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민심을 압도하고 있다. 민심에는 뒤지지만 당심에서는 승부가 가능한 나경원, 안철수 두 사람은 윤 대통령의 신뢰가 낮다. 그외 친윤 후보를 자처하는 이들은 다 고만고만한 게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그러자 때아닌 '한동훈 차출설'이 당을 발칵 뒤집었다. 발단은 주호영 원내대표였다. 신중한 성정으로 정평이 나 있는 주 원내대표가 지난 3일 별안간 대구에서 당권주자들 실명을 거론하면서 "다들 성에 차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차기 당대표 조건으로 △수도권 대표성 △MZ 소구력 △안정적 공천권 행사 등을 제시했다. 윤 대통령과의 관저회동 직후여서 이는 곧 윤심으로 받아들여졌다.
 
2선으로 물러났던 원조 윤핵관 장제원 의원이 재등장했다. 그는 주 원내대표를 향해 "그런 얘기를 자꾸 하니까 일을 잘하는 한동훈 장관 차출론도 나오는 것 아니냐"며 타박한 뒤, "대통령께서는 그런 생각이 전혀 없다"고 대통령 의중을 꺼내들었다. 이에 질세라 장 의원과 함께 원조 윤핵관의 한 축을 형성했던 권성동 의원도 주 원내대표를 질타했다. 이준석 전 대표와의 갈등 등으로 당의 혼란에 책임을 졌던 모습들은 '윤심'과 '공천권' 앞에 무참히 잊혀졌다.
 
그렇게 관저정치는 '윤심'의 향배를 좇는 계파정치로 둔갑했다. 그저 누가 관저로 초대를 받았느냐, 무슨 대화가 오갔느냐만 최대 관심사가 됐다. 유력 당권주자인 나경원 전 의원은 "관저는 아직 못 갔다. 특별한 분들만 가시는 것 같다"며 "관저를 갔다 와야지 낙점이 된다고 (한다)"면서 뼈있는 농담도 던졌다. 대통령 취임식에조차 초대받지 못했던 '서러움'이 느껴졌다. 스스로를 윤 대통령과 언제든 소통이 가능하다고 말하는 윤상현 의원은 "관저를 갔다 온 분들이 너도나도 자기 정치한다고 윤심을 팔고 있는 게 문제"라고 했다. 과거 친박근혜 핵심이었던 그는 현재 신 윤핵관으로 불린다. 
 
윤심의 과도한 당무 개입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여야를 막론하고 이어졌다. 4선 중진 홍문표 국민의힘 의원은 8일 한 라디오에서 당내 윤심 논란에 대해 "국민 입장에서는 대통령이 국정을 바르게 하려면 정당에 초연하게 있는 것이 좋다고 하는 분도 있을 것"이라며 당정분리 원칙을 꺼내들었다. 홍 의원은 "(전당대회가)당파 싸움이나 정파 싸움으로 가면 국민이 얼마나 짜증을 내겠나. 대통령도 그걸 원치 않을 것"이라고 했고, 윤 대통령을 향해서도 "대통령으로 충실하는 것이 우리 당을 위하는 것이고 나라를 위하는 것"이라고 사실상 자중을 당부했다. 당정분리와 당무 불개입은 윤 대통령의 약속이었다. 
 
이소영 민주당 의원은 "대통령을 만나고 와서 저런 얘기를 하니까, 대통령의 힘을 빌려서 호가호위하면서 합리적인 토론 없이 '이것이 윤심이다' 이렇게 주도할 수 있다"며 "그러면 당이 위태로워지고 당내 민주주의는 무너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비공개 일정이라서 누구를 만나는지 알려줄 수도 없고 그 안에서 어떤 대화가 이뤄졌는지도 알 수 없는데, 나중에 관저에 다녀왔다고 하는 분들이 마치 이게 윤심인 양 발언들을 쏟아내면서 그게 당 정치를 좌지우지하는 요소가 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치권에서는 관저정치에 시동을 건 윤 대통령의 직접적인 책임을 거론하기도 한다. 윤 대통령은 최근 윤핵관 4인방을 비롯해 국민의힘 지도부, 김기현 의원과 주호영 원내대표 등을 만난 데 이어 두터운 신임을 보내고 있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등을 관저로 불러들였다. 소통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반길 일이다. 하지만 전당대회를 앞둔 미묘한 시점에서 의심을 살 만한 행동이라는 비판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야당 지도부와의 만남은 새정부 출범 이후 단 한 차례도 이뤄지지 않았다.
 
가장 큰 문제는 유승민 전 의원의 독주에서 보이듯 민심과 당심의 괴리다. 괴리가 깊으면 깊을수록 총선 승리는 멀어진다. 
 
임유진 정치부 팀장 limyang83@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