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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손보, 자필서명 위조에 해피콜 조작까지
보험설계사, 지인과 공조…보험계약 서류 위조
보험사 모니터링 전화도 무용지물
전문가들 "모럴해저드 우려…소비자 보호 강화해야"
2022-12-02 06:00:00 2022-12-02 06:00:00
[뉴스토마토 허지은 기자] 보험설계사가 서류를 위조해 피보험자의 의사와 관계 없이 보험 계약을 체결하고 엉뚱한 사람이 보험금을 수령케 한 사실이 뒤늦게 적발됐다. 보험사 모니터링 전화도 무용지물이었다. 
 
1일 <뉴스토마토> 취재에 따르면 지난 2020년 2월경 보험설계사 A씨는 70대 남성 B씨를 보험 계약의 당사자(피보험자)로 하는 롯데손해보험(000400)의 '무배당 롯데 안심종합보험'을 판매했다. 문제는 이 보험의 계약자는 B씨가 아닌 B씨의 내연녀 C씨였다.
 
C씨는 B씨가 본래 배우자와 법적 혼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던 사실을 알지 못한 채 별도의 수익자(보험금 수령인) 지정을 하지 않고 보험 계약을 도왔다.
 
보험설계사 A씨는 자필서명을 포함한 보험계약 서류를 B씨가 없는 자리에서 내연녀 C씨와 함께 작성했다. 보험계약서류에는 B씨의 번호 대신 다른 사람의 휴대전화 번호를 입력해, 보험사의 '해피콜'을 B씨가 아닌 다른 사람이 받도록 조치했다. 이렇게 B씨는 동의한 적도 없고 인지하지도 못한 보험에 가입됐다.
 
피보험자와 보험계약자가 일치하지 않는 타인을 위한 상해보험의 경우 피보험자도 보험 계약 서류에 자필 서명을 해야 하고, 보험사가 보험 소비자도 계약 내용을 이해했음을 확인하기 위한 통화인 해피콜도 진행돼야 한다. 이런 보험소비자 보호 장치는 위주와 조작으로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했다. 보험 계약 체결 한달 여 만에 B씨가 상해 사고로 사망한 뒤, 사망 보험금이 지급됐다. 해당 보험상품을 판매한 롯데손해보험도 계약의 문제점을 알아채지 못한 것이다.
 
2016년 9월 전북지방경창청 교통범죄수사팀 담당 수사관들이 고의로 교통사고를 내는 수법으로 보험사기 범죄를 저지른 사건에 대해 관련 서류를 확인하고 있는 모습. 사진은 본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사진 = 뉴시스)
 
B씨의 아들이 뒤늦게 보험 서류를 살피던 과정에서 관련 위법 행위가 적발됐다. B씨의 아들은 "보험계약서류는 물론 보험계약녹취록도 모두 조작됐다"며 "보험계약서류 상 필체가 아버지(B씨)의 것이 아니었고, 부친임을 자처하며 해당 보험사와 부친의 보험을 계약한 자는 아버지가 아닌 전혀 다른 사람이었다"고 말했다.
 
설계사 A씨는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당시 보험계약에서 잘못을 저질러 보험설계사에서 해촉됐다"며 자신의 잘못을 인정했다. B씨의 아들은 설계사 A씨에 대해 사문서위조 및 위조사문서행사 등의 혐의로 고소한 상태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례가 보험 계약 절차는 물론 피보험자에 대한 본인확인 절차의 허술함을 드러낸 것이라고 꼬집었다. 한창희 국민대 명예교수(보험법)는 "보험계약 상 절차 미흡으로 인해 모럴해저드(도덕적해이)가 발생하고 보험살인으로 이어지는 사례가 적지 않은 만큼 가입 절차에서 보험소비자를 보호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며 "피보험자에 대한 서면 동의 과정을 정비해 보험 사기를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교수는 "보험사는 설계사와 보험 계약에 대한 관리·감독 의무를 다하지 못했다"며 "서면동의에 의한 보험사의 내부 통제 절차와 설계사에 대한 교육과 감독 절차를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미수 서울디지털대 교수(경영학 보험 전공)는 "보험사가 직접 피보험자를 만나거나, 해피콜만으로 확인을 하더라도 해피콜 과정에서 피보험자가 맞는지 본인확인을 면밀하게 할 수 있는 절차 보완이 필요하다"며 "현재 관련법상 이 부분이 보험사의 의무는 아니지만 모럴 리스크를 방지하기 위해 꼭 필요한 과정"이라고 조언했다.
 
허지은 기자 hj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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