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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후 우체국, 새 옷 입는다…"지역 사랑방으로 탈바꿈"
5년간 총 400여개 우체국, 지역 특색 맞게 재건축
복지등기·의약품 수거 등 공적 역할 강화
2022-11-23 14:35:16 2022-11-23 14:35:16
[뉴스토마토 김진양 기자] 사과 주산지 강원도 영월에는 '사과 우체국'이, 서핑의 성지인 강원도 양양에는 대형 서핑보드를 외벽에 내걸은 우체국이 건립된다. 천년고도 경북 경주에는 한옥 양식의 우체국이 들어선다. 
 
우정사업본부는 이 같은 내용을 중심으로 하는 노후 우체국 재건축 방안을 23일 공개했다. 손승현 우정사업본부장은 이날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내년부터 2027년까지 전국 400여 우체국을 지역 특색에 맞게 새롭게 개편한다"고 말했다. 과거 '빨간 벽돌'로 상징되던 천편일률적인 디자인에서 벗어나 지역의 명소로 거듭나겠다는 방침이다. 
 
재건축 대상은 전국 3400여개 우체국 중에서 별정 우체국·우편취급국·임대국사 등을 제외한 1900여개국 가운데 지어진 지 35년 이상 된 우체국 400여곳이다. 35년 이상 된 곳 중에서도 그간 개보수를 통해 시설 안전이 개선된 곳은 대상에서 제외됐다. 
 
손승현 우정사업본부장이 23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인삿말을 하고 있다. (사진=우정사업본부)
 
재건축 방향은 투 트랙으로 진행된다. 수도권과 도심 지역 등 개발 가치가 있다고 판단되고 비즈니스 수요도 있는 곳에서는 자산가치를 극대화하는 수익형 우체국사로 변모시킨다. 반면 지방이나 원도심 등 비즈니스 모델 적용이 어려운 곳은 현지 지역과의 상생을 추구하는 것을 콘셉트로 한다. 새 우체국사가 낙후된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어 지역 소멸 이슈의 대안이 되겠다는 구상이다. 
 
손 본부장은 "우체국은 전국에 걸쳐 촘촘한 네트워크를 가진 현장 밀착형 기관"이라며 "소상공인 창업 지원, 주민 복지지원 등 공적 역할을 강화한 형태가 된다면 지역 상생의 거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정사업본부는 노후 우체국 재건축에 5년 간 총 9000억원 정도의 예산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중 내년에만 우선 1000억원을 투입해 50여개 우체국을 재건축한다. 재건축 재원은 우체국 예금사업 운영을 통해 확보된 이익금 등이 쓰일 예정으로 세금 투입 없이 전액 자체 조달한다.  
 
손 본부장은 "노후 우체국 개발은 주민들에게는 깨끗하고 편리한 시설을 제공하고 직원들에게도 위험에 노출되지 않은 개선된 환경에서 일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며 "재건축이 시작되면 침체된 지역 경기에 활력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부연했다. 
 
외적인 변화 외에 우정사업본부는 공적 역할 강화를 위한 사업 또한 모색한다. 지난 7월부터 부산 영도에서 시작한 '복지등기 서비스'를 내년부터는 지방자치단체들과의 협업으로 본사업으로 확대한다. '수원 세모녀 사건'처럼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사람들을 집배원의 간단한 확인을 통해 발견하겠다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한 복지등기 서비스는 지금까지 8개 지자체에서 1100건의 복지등기를 배달했다. 그 결과 136가구가 공공·민간의 직접적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지난 6월 4대 시중은행과 금융 창구망을 개방하기로 맺은 업무 협약의 결과물도 이달 말 가시화된다. 오는 30일부터 시중 은행의 일반 통장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우체국 창구에서도 입출금·계좌조회가 가능하고 우체국 자동화기기(ATM)도 제한없이 이용 가능하다. 시중은행 점포가 점차 사라지고 있는 지방에서 전산망을 연결한 우체국을 통한 금융 소외계층 보호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우정사업본부는 안정적인 물류서비스를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택배노조 등과의 갈등도 꾸준한 소통을 통해 원만한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는 설명이다. 손 본부장은 "화물연대 총파업과 관련해서는 직접적인 영향은 없겠지만 관련 동향을 예의주시 하고 있다"며 "설 명절 노조 파업 가능성도 여러가지 시나리오를 놓고 대비책을 마련한 상태"라고 전했다. 집배원의 택배 배송 투입, 퇴직 집배원의 활용, 일반 개인의 참여 유도 등 물류에 차질이 없도록 만전을 기한다는 방침이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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