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선율 기자] "탈중앙화라는 가치를 믿고 투자해 지금까지 버텨왔는데 루나에 FTX사태까지 겪어보니 신뢰가 모두 깨져버렸다." (투자자 A씨)
"불확실성이 큰 자산이기에 섣불리 투자해선 안된다는 교훈을 얻었다." (투자자 B씨)
글로벌 가상자산 거래소 FTX 파산 여파로 전체 가상자산 가격도 지속적으로 약세를 보이면서 투자자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무엇보다 가상자산 산업 자체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면서 루나 사태 이후 이어져온 크립토 겨울이 보다 길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암호화폐거래소인 FTX 파산 여파가 계속되는 가운데 15일 오후 서울 서초구 빗썸 고객지원센터 전광판에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 시세가 나오고 있다. (사진=뉴시스)
유동성 위기를 겪으며 파산한 FTX 사태의 여파는 국내 코인 시장에도 직격탄을 줬다. FTX의 유동성 위기가 불거지기 전인 지난 8일 2만달러 초반에서 움직였던 비트코인은 사태 발생 이후 20% 하락한 가격을 횡보하는 중이다.
글로벌 가상화폐 시황 중계 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시총 1위 가상자산 비트코인은 15일 오후 3시 10분 기준 전날보다 5% 오른 1만6700달러로 집계됐다. 7시간 전보다는 15.21% 하락하며 높은 변동성을 보이고 있다. FTX와 연관이 큰 코인들은 더 큰 폭의 하락 추이를 보이고 있다. FTX 자체 토큰 FTT는 전주 대비 93% 이상 하락한 1.48달러에, FTX가 초기 투자한 솔라나는 전주 대비 60% 이상 떨어진 14.10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FTX에 가상자산 엑스플라를 상장한 게임사 컴투스홀딩스도 파산 여파에 시달리고 있다. FTX의 파산신청으로 현재 약 3200만개(전체 물량의 1.6% 규모)의 엑스플라 인출이 막힌 상태다. 지난 14일 코스닥시장에서 컴투스홀딩스의 주가는 11일보다 11.7% 하락한 4만2250원에 마감했고, 15일에는 전일 대비 7.22% 오른 4만5300원에 마감했다. 이와 관련 컴투스 그룹 측은 "FTX 거래소와 관련해 직접 투자한 바가 없어 재무적 손실은 없다"면서 "FTX 사태와 관련해 다양한 지원책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위메이드의 위믹스, 페이프로토콜의 페이코인 등 국내에서 논란이 일었던 코인 또한 FTX 파산 사태의 영향을 받는 모습이다. 앞서 위믹스와 페이코인 모두 계획과 실제 유통물량이 다르다는 점에 대해 지적받은 바 있다. 이에 위메이드는 위믹스 논란을 불식시키고자 담보 대출을 모두 상환한 상태다. 페이코인도 전일 전체 발행량의 52%에 달하는 20억개를 4회에 걸쳐 소각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하지만 투자 위축세는 아직까지 개선되지 않고 있는 모습이다.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위메이드의 가상자산 위믹스 가격은 FTX 파산 소식이 있기 전인 지난 8일 2300원대였으나 15일 오후 3시 40분 기준 1950원대에서 거래되고 있다. 다만 전일대비론 6.58% 올랐다. 페이코인은 이 시각 전일대비 6.97% 하락한 344원에 거래되고 있다.
FTX 거래소에 유통되는 FTT 코인 이미지. (사진=FTX 홈페이지)
투자 심리 위축세가 이어지는 데는 국내외 수사·금융당국의 규제 움직임도 한몫하고 있다. 외신 등에 따르면 최근 바하마 경찰에 이어 뉴욕 연방지검도 나서 FTX의 위법 행위 여부에 대한 조사에 착수한 상태다.
가상자산업계의 취약성이 잇따라 부각되자 월가 기관투자자들도 가상자산 미래에 대해 회의적인 시선을 보이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지난 13일 "불과 1년 전까지만 해도 가상자산에 대한 낙관론이 쏟아져 나왔지만, 이제는 투자 손실 규모가 너무 크고 가상자산 시장구조도 너무 위험하다는 인식이 자리 잡고 있다"고 보도했다.
국내에선 금융당국이 FTX 파산사태와 관련해 국내 유통중인 자기발행 코인에 대한 전수조사에 나섰다. 국내외 거래소 토큰을 비롯해 위믹스와 페이코인처럼 유통 플랫폼을 가진 업체가 발행한 코인도 점검 대상 물망에 올라있다.
다만 흔들리는 가상자산업계와 달리, FTX 파산 신청에 따른 여파가 전통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은재 기획재정부 산하 국제금융센터 부전문위원은 14일 보고서를 내고 "FTX 사태가 가상자산 업계에 미치는 영향은 크겠으나, 작은 시장 규모와 폐쇄적인 산업 구조 등을 감안하면 전통 금융시장에 미치는 파급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가상자산업계 핵심 주체가 파산을 결정하면서 향후 투자 기관 손실 심화 및 여타 거래소로의 불안 전이, 투자심리 위축과 익스포저(위험노출액) 축소 등으로 디레버리징(부채축소) 사이클이 당분간 지속되겠다"고 진단했다.
이선율 기자 melod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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