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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O 빙하기①)올해 공모 기업수 70곳 예상…전년대비 25% 감소
발행사·주관사의 필요에 의한 공모가 상단 평가도 나와
기관확약비율 50%미만 기업 85%…주가 대부분 하락
IPO 옥석가리기 더욱 중요해져
2022-11-11 06:00:00 2022-11-11 06:00:00
[뉴스토마토 최은화 기자] 증시 전반의 침체로 기업공개(IPO) 시장 분위기 역시 악화일로다. 최근 두달여 사이 5개 이상의 IPO 예정 기업이 상장 철회신고서를 접수하는 등 분위기가 급격히 얼어붙고 있다. 침체된 분위기 속에서 일부 상장사가 공모가 상단 결정 이후 일반청약에서 한 자릿수 성적표를 받아드는 등 일반적인 시장 분위기와 다른 면모도 나타나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상장 철회가 속출하는 부진한 공모 시장에서 IPO 진행을 성공시켜 수수료를 챙겨야 하는 주관사와, 공모가 상단을 통해 발행 규모를 키워 자금을 확보해야 하는 발행사의 필요성이 맞아 떨어진 것으로 평가했다. 이 과정에서 개인투자자의 공모주 옥석가리기가 더욱 중요해졌다는 지적이다. 
 
'IPO 불황'…높은 공모가·청약경쟁 한 자릿수 '아이러니' 
 
11일 IR컨설팅 전문기업 IR큐더스에 따르면 올해 초부터 10월 말까지 코스피와 코스닥시장(스펙·코넥스 상장 및 재상장 제외)에서 IPO를 진행한 기업은 총 60곳이다. 같은 기준으로 지난 한해 IPO 한 기업 수는 94곳이다. 11월과 12월까지 IPO가 예정된 기업이 10여곳인 점을 감안해도 올해 IPO기업 수는 지난해와 비교해 25% 가량 줄었다. 또 올해 청약 경쟁률이 한 자릿수에 그친 기업은 13곳으로 나타났다.
 
공모 규모면에서도 지난해와는 큰 차이가 있다. IPO 호황이던 지난 한해 공모규모는 20조4500억원으로 직전년도(4조7000억원)대비 326% 급증했다. 하지만 올해 3분기까지 공모규모는 15조2366억원, '대어급' IPO기업인 LG에너지솔루션(373220)을 제외하면 2조4866억원에 불과하다. IPO를 진행한 기업 수 대비 공모규모가 2조원 안팎에 불과하다는 건 '대어급' IPO가 많았던 지난 해와 달리 규모가 작은 기업들 중심의 IPO가 많았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공모 규모가 작은 기업들의 IPO가 이어지는 가운데 높은 공모가에도 청약 경쟁률은 한 자릿수를 기록하는 기업도 나타났다. 지난달 20일 상장한 핀텔(291810)은 공모 밴드 상단인 8900원에 공모가를 책정했다. 공모규모는 178억원, 공모주식주는 200만주다. 기관 수요예측에서 558.92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는데, 청약 경쟁률은 6.4대1에 그쳤다. 기관 수요예측은 올해 IPO를 진행한 기업 중 15위 정도로 올해 부진한 시장 상황을 고려했을 때 아주 최악은 아니지만, 청약 경쟁률은 한 자릿수로 눈에 띄게 저조했다. 탑머티리얼(360070)은 공모가가 밴드 상단인 3만원에 책정됐는데 청약 경쟁률은 12대1에 그쳤다. 공모규모는 600억원 수준이다.
 
올해 IPO업황이 부진해 상장 철회와 연기를 결정하는 기업들이 속속 나오고 있는 터라 주관사 입장에서는 수수료를, 발행사는 높은 공모금액을 얻기 위해 '윈윈' 전략을 택하고 있는 분위기라는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금융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FI(재무적투자자)와 SI(전략적투자자) 등 비상장 시절 투자를 진행한 기관 투자자의 엑시트 방법은 IPO를 통하는 방법이 최선"이라며 "최소 1년에서 5년 이상 투자한 주체들의 엑시트를 위해 발행사의 경우 무리한 공모를 추진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IPO 이전에 전환사채(CB)나 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을 통해 투자에 나선 기관들도 동일한 경우"라며 "상장 주관사가 투자 회사인 경우도 있고, 그런 경우 높은 공모가로 결정되기도 한다"고 전했다.
 
기관확약 안하는 기관 '수두룩'…상장 첫날 주가 대부분 '하락'
 
기관 수요예측에서 크게 흥행하지 못했음에도 공모가를 상단으로 결정한 기업의 경우엔 기관 의무보유 확약(기관 확약) 물량도 현저히 낮은 것으로 집계됐다. 기관 확약이란 IPO에 참여한 기관들이 공모주를 일정 기간 보유하겠다고 약속하는 제도를 말한다. 짧게는 15일부터 길게는 6개월까지 구분돼 있다. 
 
올해 IPO를 진행한 기업 다수의 기관확약비율이 한 자릿수 혹은 전무한 것으로 조사됐다. IR큐더스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IPO를 진행한 기업 60곳 중에 15곳의 기관확약비율이 한 자릿수를 기록했다. 또 4곳은 아예 기관확약을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기관확약비율이 50%를 넘지 못하는 곳은 51곳으로 전체의 85%에 해당했다. 지난해에는 상장 기업 94곳 가운데 한 자릿수 혹은 확약을 하지 않은 곳은 17곳에 불과했다. 전체의 18% 수준이다. 확약비율이 절반 이하인 곳이 전체의 77%였는데 대부분 두 자릿수 비중을 나타냈다. 
 
시장분위기 침체로 손해를 보지 않기 위해 기관들은 확약을 하지 않고 투자를 감행하는 분위기라는 게 관계자의 전언이다. IPO업계의 한 전문가는 "요즘에는 시장이 안 좋으니 기관들이 IPO에 참여하더라도 의무보유확약까지 걸고 하는 경우가 없다"고 말했다.
 
통상적으로 기관 확약비율이 높을수록 상장 후 주가 상승 여력이 높은 패턴이 나타났다. 의무보유 주식들이 시장에 풀리지 않아 유통물량 수가 줄어 수급 부담을 덜어주기 때문이다. 실제 올해 의무확약이 저조한 종목들을 보면 상장 첫날 주가(종가기준)가 공모가 대비 하락했다. 기관확약이 전무한 애드바이오텍(179530)(-15%), 스톤브릿지벤처스(330730)(-18.6%), 노을(376930)(-7.9%), 보로노이(310210)(26.9%)는 첫날 종가가 공모가 대비 하락했다. 한 자릿수 확약비율을 기록한 15개 기업 중 절반 이상인 8곳(모아데이타(288980)·비플라이소프트(148780)·KB스타리츠(432320)·나래나노텍(137080)·위니아에이드(377460)·대명에너지(389260)·쏘카(403550)·인카금융서비스(211050))도 내림세로 마감했다.
 
확약을 하지 않은 기관들이 대부분 상장 첫날 보유 물량을 털어내면서 주가에도 악영향을 줬다는 분석이 나온다. 또한 그 피해의 대부분이 정보가 부족한 개인들에게 전가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시장 분위기가 침체된 만큼 공모가격을 보수적으로 책정해 개인투자자들의 피해를 최소화 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IPO에 정통한 전문가는 "시장분위기가 다운된 만큼 공모가격을 발행회사랑 협의를 통해 보수적으로 책정하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여의도 증권가의 모습. 사진=최은화
최은화 기자 acacia040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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