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기자
(인터뷰)‘고속도로 가족’ 정일우 “아무도 저인지 몰라 보더라고요”
“이 영화 제대로 소화 못하면 두 번 다시 영화 못하겠구나 싶었죠”
“아이 이용하는 아빠 모습 그리고 그 아빠가 ‘빌런’ 아니길 바랐다”
2022-11-04 01:00:01 2022-11-04 07:53:09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배우라면 누구나 꿈꾸는 것이 몇 가지 있다. 그 중 한 가지, ‘의외란 단어. ‘이 배우에게 이런 모습이 있었다’ ‘이 배우가 이런 배역을 소화했다는 게 믿을 수 없다등등. 이런 말이 아마도 배우들이 꿈꾸는 가장 궁극적 칭찬일 듯하다. 그래서 언제나 배우들은 작품을 통해 변신을 꿈꾼다. 그 변신을 통해 배우들은 느낄 것이다. 변신한 배우의 연기를 보고 관객들이 느끼는 카타르시스. 배우들 역시 마찬가지다. 자신이 꿈꾸고 바라보던 목적과 희망 같은 무엇. 그 무엇이 바로 다다르지 못했고 이르지 못했던 새로움일 것이다. 그리고 그 새로움을 만났을 때 배우가 느낄 수 있는 카타르시스는 관객이 느끼는 카타르시스 이상의 무성이 더 들어있다. 이 과정이 배우 정일우에게 온전히 담겨 있었다. 그는 영화 고속도로 가족에서 데뷔 이후 그가 선보인 배역과는 다른 세계에 존재할 것만 같은 인물을 연기했다. 정일우는 부잣집 도련님그리고 실장님또는 잘생긴 연인등 정형화된 이미지가 있었다. 그의 예쁘장한 외모가 이런 이미지 구축에 문명 큰 몫을 했다. 그래서 결심했다. 제대로 망가져 보기로. 길거리에서 주워 입은 듯한 알록달록한 옷, 부스스한 헤어스타일, 쉰내가 날 것 같은 더러운 피부톤. 그냥 그 모습 그대로에서 스크린 반대편 관객들의 코를 찌르는 악취가 나는 듯하다. 그렇게 고속도로 가족속 아빠 그리고 남편 기우는 정일우를 통해 만들어졌다. 참고로 정일우는 이제야 배우가 된 기분이라며 너무 행복한 웃음을 짓는다.
 
배우 정일우. 사진=9아토엔터테인먼트·제이원인터내셔널컴퍼니
 
두 가지일 듯하다. ‘고속도로 가족을 본 관객과 영화 관계자 그리고 매니지먼트 관계자들까지. 도대체 왜 정일우가 이 배역을 했을까. 그리고 두 번째는 도대체 왜 이 영화 시나리오가 정일우에게 갔을까. 이 두 가지 의문점이 고속도로 가족을 보고 나면 떠오르게 되는 가장 궁금한 두 가지가 된다. 물론 어떤 쪽이든 정일우는 난 행운아라며 활짝 웃었다. 이 영화가 자신에게 온 것 자체가 행운이란다.
 
보셨으니 아시겠지만 남자 배우라면 영화의 기우같은 배역은 탐을 밖에 없잖아요. 물론 반대로 진짜 걱정도 많았고 겁도 났었어요. 경력 중에 유독 영화가 없어요. 솔직히 영화를 너무 하고 싶어도 이상하게 제안이 들어와요. 그래서 이번 영화를 제대로 소화 못하면 다시 영화 못하겠구나 싶었죠. 그래서 진짜 치열하게 준비하고 준비를 했어요.”
 
모든 배우들에게 마찬가지일 듯하다. 배우는 본인이 작품 속 인물의 하나부터 열까지 이해가 되고 납득이 되야 그 인물이 될 수 있었다. 정일우도 당연하다. 무엇보다 그는 자신이 그토록 원하는, 자신의 고착화된 이미지를 깰 수 있는 작품을 만났기에 이해와 납득을 위해 머리를 싸매고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 하지만 몇 가지 걱정되는 지점이 있었다. 그걸 위해 배우 인생 최고의 노력을 아끼지 않았단다.
 
배우 정일우. 사진=9아토엔터테인먼트·제이원인터내셔널컴퍼니
 
우선 두 가지가 좀 걱정이 됐었어요. 기우가 휴게소에서 2만원을 빌리는 장면이 나오잖아요. 그때 아이들이 등장하는데, 잘못하면 애들을 이용하는 듯하게 느껴질 수도 있을 듯했죠. 그래서 감독님과 상의 끝에 바뀐 설정이, 아빠를 지켜보다 답답한 마음에 아이들이 오는 걸로 했죠. 무엇보다 가장 큰 걱정은 기우가 빌런처럼 보이지 않기를 바랐어요. 특히 기우가 영화 마지막 잘 살고 있는 가족들을 찾아가는 장면이 이해가 안돼 감독님과 정말 많이 논의를 했었어요.”
 
사실 진짜 큰 변화는 고속도로 가족속 정일우의 모습이다. 도저히 정일우라고 보기에는 힘들 정도로 망가진 모습으로 등장한다. 영화를 보면 아마 대부분의 관객들은 정일우를 단번에 찾아 알아보기 힘들 것이다. 그런 느낌이 강하게 드는 건 극중 정일우의 모습 때문이다. 제대로 망가진 모습으로 제대로 즐기며 웃고 또 웃으며 극중 기우가 됐다. 너무도 신나게 즐기는 정일우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정일우는 문자 그대로 너무도 편안하고 즐겁게 기우를 즐겼단다.
 
사실 전 극중 모습보다 더 가려고 했었어요(웃음). 머리는 장발로 할지 붙여 보기도 했었어요. 결국 제 머리를 실제로 길러서 헝클어트리고 등장했죠. 지저분한 수염도 분장이 아니라 실제 제가 기른 수염이에요. 그런 외모로 실제 촬영 장소인 휴게소에서 돌아다니면 아무도 못 알아 보셨어요(웃음). 저 정말 휴게소에서 극중 기우처럼 그렇게 지냈어요. 너무 편해서 이렇게 지내도 나쁘지 않은데싶을 정도였어요. 하하하.”
 
배우 정일우. 사진=9아토엔터테인먼트·제이원인터내셔널컴퍼니
 
정일우가 이런 과정을 통해 만들어 낸 기우’. 극중에서 휴게소를 삶의 터전으로 살아가는 한 가족의 가장이다. 우리 사회가 말하는 노숙자’. 하지만 기우 본인의 관점에선 세상 즐겁고 편안하고 행복한 삶을 살아가지만 한 편으론 숨기고 싶고 드러내고 싶지 않은 아픈 무엇이 있다. 사실 기우는 마음이 아프다. 그래서 거리에서 살아가는 삶을 택했다. 그는 그것이 세상으로부터 자신과 가족을 지키는 일이라고 굳게 믿고 있었다. 기우의 아픈 마음은 정일우에게 이렇게 보였다.
 
우선 정신과 의사 분들과 만나서 많은 조언을 구했어요. 마음이 아프신 분들이 대부분 어떤 과정을 통해서 희로애락을 느끼고 드러내는지 알게 됐죠. 굉장히 다양한데, 대부분은 안정감을 느끼면 좀 오버스러울 정도로 밝은 모습을 보이신데요. 하지만 외부의 어떤 공격이 들어오면 점차 이상한 행동을 보이는 과정이 있다고 하더라고요. 저도 극중에서 보면 제가 배도 긁고 무릎도 꿇고 빌고. 이상한 행동들이 좀 나와요. 특히 마지막 영선의 가족을 찾아가 폭발하는 장면은 이런 과정을 통해 마지막에 드러난 기우의 아픔이라고 봤어요.”
 
정일우는 너무도 해보고 싶었던 영화, 그리고 자신은 생각조차 하지 않았던 장르의 캐릭터를 연기하면서 배우 인생 가운데 가장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무엇보다 연기 잘하는 배우들과 함께 하면서 보고 경험하고 체험한 것이 너무도 달랐다고. 스스로가 자라고 성장한 느낌이 들 정도였다고. 특히 함께 한 배우들 가운데 이 배우의 연기를 눈 앞에서 보고 함께 작품을 한 것만으로도 자신의 배우적 커리어가 달라질 듯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배우 정일우. 사진=9아토엔터테인먼트·제이원인터내셔널컴퍼니
 
함께 하신 모든 선배 동료 배우들이 다 대단한 연기력의 소유자이시지만 그 가운데에서 특히 이 선배의 연기는 눈으로 보고 경험한 것만으로도 제가 몇 단계는 성장한 느낌이었어요. 아마 짐작 하실 테지만 백현진 선배인데, 다른 차원의 연기를 하시더라고요. 생활 연기라는 걸 넘어서 그냥 그 지역에 계신 50대의 중고 가구점 사장님이 오신 건가 싶을 정도였어요. 그런 선배님이 촬영하면서 저한테 네가 보여주는 호흡이 맞다라면서 칭찬을 해주시는 데, 너무 황홀했죠.”
 
사실 정일우를 언급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작품이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이다. ‘정일우의 이름 석자를 세상에 알린 작품이기도 하지만 정일우의 필모그래피 가운데 가장 이질적인 작품이기도 하다. 또한 정일우에겐 어느 정도 꼬리표의 성격이 되는 작품인 것도 사실이다. 정일우로선 하이킥에 대한 꼬리표 때기가 꼭 필요할 듯 예상이 됐다. 하지만 의외로 그는 다른 대답을 내놨다.
 
저한테는 너무 감사한 작품이에요. ‘하이킥이 없었다면 지금의 제가 있었을까요. 그 작품이 없었다면 배우 정일우도 없었다고 단언합니다. 그리고 사실 레전드가 됐기 때문에 제가 때고 자시고 할 수준을 넘어선 것도 있어요. 하하하. 벌써 16년이나 지난 작품임에도 아직까지 얘기를 하시고 사랑해 주시는 작품이에요. 전 너무 신기하고 계속 모든 분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작품으로 남았으면 해요.”
 
배우 정일우. 사진=9아토엔터테인먼트·제이원인터내셔널컴퍼니
 
인터뷰 마지막에 하고 싶었던 질문이다. ‘고속도로 가족’, 언론 시사회 이후 쏟아지는 호평으로 많은 이들의 관심이 집중하고 있는 작품이다. 묵직한 질문과 함께 주제 메시지 어느 하나 빠지지 않는다. 물론 영화 본연의 재미도 보장할 있다. 하지만 작품을 보면 가지 갸우뚱할 있는 포인트가 보인다. 영화 마지막 결말이다. 다양한 해석이 나올 수도 있고, 반대로 결말을 이해하지 못하는 시선이 나올 수도 있을 듯하다.
 
결말에 대해선 감독님의 말씀으로 대신을 해야 같아요. 당연히 감독님 결정을 따르고 저도 공감하고 지지합니다. 열린 결말이라고 이해해 달라고 하셨어요. 사실 현장에서 감독님과 배우들 그리고 스태프들이 여러 의견을 냈지만 감독님이 결정을 하셨어요. ‘열린 결말로 가자라고. 영화 결말을 보면 몇몇 콘셉트는 현장에서 즉석으로 추가된 것도 있어요. 보시고 판단해 주세요. 근데 아마 상상하신 것 이상의 다른 엔딩이라 많이들 여러 의견을 내실 듯해요. 그것도 너무 좋아요. 그렇게 입에 오르내리는 작품. 그런 작품이 너무 기다려졌고 지금 만나서 행복합니다.”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