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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나를 죽여줘’ 장현성 “이 작품 영화화 난 호의적이지 않았다”
원작 연극 주연→영화화 주연까지… “연극 위한 희곡→영화 전환 걱정”
“불편하고 불편한 얘기 맞다…하지만 서로 의지하고 버티는 삶의 얘기”
2022-10-24 00:01:01 2022-10-24 00:01:01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굉장히 악랄한 악역을 멋스럽게 소화하던 배우다. 무게감 있는 작품에서 꼭 필요한 임팩트 강한 배역을 맡기도 했다. 없어도 되는 배역이 아닌 꼭 필요한 배역만 도 맡아 하던 배우였다. 그래서 이 배우에 대한 선입견은 상당히 무겁고 또 무거울 것이란 점이었다. 그런데 이 배우, 웃겨도 너무 웃긴다. 참고로 요즘에는 꼬꼬무아저씨로 불리며 초딩들의 스타로 발돋움하고 있다. 자녀와 함께 출연했던 일상 예능을 통해서도 이미지 반전에 성공하기도 했다. 또한 연예계 절친들과 함께 출연했던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자신의 유쾌함을 드러낸 바 있다. 이제 그는 대한민국 ()쾌남 배우로 불려도 손색 없다. 그런 그가 자신의 고향과도 같은 무대에서 열연을 펼쳤던 동명의 작품을 스크린으로 옮긴 영화의 주인공을 맡았다. 연극으로 공연된 작품이 영화로 옮겨졌는데 연극과 영화에서 같은 배우가 같은 배역을 맡은 경우는 아마도 최소한 국내에선 처음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처음, 이 배우는 그걸 반대했단다. 배역 캐스팅이 아닌 작품 자체의 영화화 반대였단다. 영화 나를 죽여줘의 주인공 민석을 연기한 배우 장현성이다.
 
배우 장현성. 사진=트리플픽쳐스
 
나를 죽여줘는 캐나다의 극작가 브레드 프레이저가 쓴 희곡 킬 미 나우가 원작이다. 국내에선 연극으로 먼저 무대에 올려졌다. 그리고 영화로 이번에 제작이 됐는데, 제작자가 바로 장현성의 대학 동창이자 국내에선 개그맨으로 알려진 김진수다. 김진수는 당연히 극중 주인공 아버지 역에 장현성을 염두했다. 하지만 장현성은 의외로 거절의 의사를 전하고 싶었다고.
 
전 한동안은 이 작품의 영화화에 결코 호의적이지 않았어요. 친한 친구가 제작을 한다고 하지만 일은 별개잖아요. 우선 이 작품은 영화가 아닌 무대 언어의 원칙 속에서 쓰여진 문법으로만 가득 차 있어요. 쉽게 말해 영화를 위해 쓰여진 작품이 아니에요. 맞지 않는 작품 전환 작업이에요. 오히려 작품의 의미를 해칠 가능성이 컸다고 봤어요. 근데 감독님에게 설득됐죠(웃음). 기록물로서의 가치도 있지 않을까 싶었어요.”
 
장현성은 도대체 나를 죽여줘를 누가 영화로 연출할까 싶었단다. 이 얘기, 분명 불편함을 가득 담고 있다. 당연히 이 얘기에 장현성도 고개를 끄덕이며 맞다고 인정했다. 장애인 그리고 장애인의 성문제, 여기에 싱글 파더와 장애인 돌붐 등 정말 우리 사회가 어려워할 만한 소재는 전부 다 포함하고 있는 게 이 작품이었다. 그래서 연극 보다 더 접근성이 쉬운 영화로 연출을 하겠단 감독이 너무 궁금했다고.
 
배우 장현성. 사진=트리플픽쳐스
 
“(웃음) 감독님이 굉장히 조용조용 하시고, 흡사 나른하다고 해야할까. 평소에는 그냥 아주 힘이 다 빠진 듯한 몸짓과 말투로 말씀을 하세요. 하하하. 근데 감독님이 서울대 언어학과 출신이세요. 진짜 단어를 쓸 때 아주 정확한 쓰임의 언어만 골라서 쓰세요. 그 말에 일언반구도 못하겠더라고요(웃음). 그리고 감독님과 대화를 나누다 보니 나를 죽여줘같은 작품은 사족이 들어가면 안되거든요. 그냥 직설적으로 있는 그대로 나가야 하는데, 감독님처럼 쓸 말만 골라서 딱딱 쓰시는 분이라면 오히려 딱 맞겠다는 생각도 들었죠.”
 
우선 이 작품에 대해 출연 배우들 가운데 가장 많이 그리고 누구보다 더 많이 알고 있는 배우가 장현성이다. 이미 연극으로 같은 배역을 소화한 바 있다. 그리고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이 얘기의 불편함그게 궁금했다. 이 작품은 도대체 왜 이렇게 극단적 상황을 그리고 가장 극단적인 상황에 처한 사람들만 모아 놓고 이 세상의 삶 가운데 이런 모습들도 있다고 일반화를 시키는 걸까 궁금했다. 가장 극단적 상황이 영화란 쉬운 접근성을 통해 일반화로 오해를 받을 수도 있을 듯했다.
 
충분히 납득되고 동의도 됩니다. 근데 이유가 있어요. 저도 사실 그게 궁금했었는데, 이 희곡을 쓴 작가가 어린 시절부터 살아온 캐나다의 작은 마을이 아주 빈민촌이래요. 그것에는 그냥 동성애자 마약중독자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들이 그냥 너무도 평범한 일상이었다고 해요. 그래서 작가가 성인이 되고 대도시로 나오자 오히려 놀랐다고 해요. ‘그 삶이 전부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구나그리고 이 도시의 사람들은 그 마을의 삶을 알까라고. 그럼 이해가 좀 되시지 않을까 싶어요.”
 
배우 장현성. 사진=트리플픽쳐스
 
장현성이 출연을 결정하고 감독에게 요구한 건 딱 하나다. ‘나를 죽여줘는 무대극을 기본으로 한 희곡이 기본 베이스인 작품이다. 출연 배우들 가운데 가장 선배이자 최 연장자였다. 그는 배우들과 함께 모여서 이 작품이 가진 의미부터 대사 호흡 그리고 주고 받는 감정의 흐름 여기에 동선까지. 일종의 워크샵을 요구했단다. 대략적으로 영화의 프리프로덕션 기간 중 한 달 정도의 시간을 요구했다고.
 
감독님하고 제작자인 김진수에게 한 달 정도 배우들하고 연습할 공간을 마련해 달라. 그게 제가 요구한 딱 하나의 조건이었어요. 이 작품, 무대극을 위한 대본이라 영화로 전환되려면 일반적 언어로 바꿔야 하는 습관부터 들여야 했어요. 여기에 감정의 흐름도 중요해서 씬 별로 연습도 분명 필요했죠. 그런 점이 기본이 되면 극중에서 민석의 선택과 현재의 마음 그리고 그 주변 사람들의 이해가 관객 들에게 더 공감이 되는 힘을 발휘할 것이라 봤죠.”
 
영화는 시종일관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어려운 질문들만 계속 던진다. 장현성이 연기한 민석은 선천적 중증 지체장애인 아들 현재의 삶에 대한 여러 갈림길에서 고민하고 또 그 고민에 대한 덩어리를 관객들에게 전하기도 한다. 특히 아들 현재의 성 문제에 대해선 다소 직설적인 표현으로 극중에서 그려져 놀라움을 전하기도 했다. 이런 모든 점이 불편함으로 다가온다. 그 불편함을 장현성은 이렇게 표현했다.
 
배우 장현성. 사진=트리플픽쳐스
 
당연히 불편해요. 그런데 지금 이 순간에도 이 영화 속 얘기들은 어딘가에서 진행되고 있을 거에요. 특히 그 불편함, 내 인생에는 그런 일이 절대 없었으면 좋겠다. 내 인생에 개입이 안됐으면 좋겠다. 이런 마음이 전제가 되야 불편함을 느끼는 거 아닐까요. 우리 스스로가 만든 자연스러움, 나이가 들면 몸 여기 저기가 아프고 힘들고 그렇게 삶의 시간이 몸에 나타나는 자연스러움. 그런 것에 익숙하잖아요. 근데 사실 그 반대가 더 많다고 생각은 안하세요. 이 영화 속 장애에 대한 문제들. 겨우 간신히 버티면서 사는 사람들의 얘기. 이런 얘기도 전 한 번쯤 선보여야 한다고 생각돼요.”
 
장현성은 국내 배우로선 최초로 한 작품이 연극과 영화로 각각 만들어 졌고, 두 작품에서 모두 같은 배역을 연기했다. 그는 나를 죽여줘에 대해 불편함이 가득하지만 한 번쯤은 꼭 스스로에게 물어봐야 할 질문이다고 소개했다. 그 질문을 통해 사회에서 소외된 약자들에 대한 시선을 거두지 말고 함께 그리고 더불어 살아가는 즐거운 세상을 꿈꾼다는 장현성이다.
 
배우 장현성. 사진=트리플픽쳐스
 
뭔가를 관객들에게 제시하는 건 무례하다고 봐요. 그냥 질문을 드리는 영화라고 봐주시면 될 듯해요. ‘우린 이렇게 생각하는 데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라고. 혼자선 서 있을 수도 없는 사람들이 서로 의지하면서 간신히 버티고, 그 버팀을 통해 힘을 얻어서 한 걸음씩 나아가는 그런 얘기. 전 이 작품의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여러분도 한 번쯤 생각하고 대답해 보시는 기회를 가져 보시면 어떨까 싶어요.”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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