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성 보릿고개에 건설사 자본확충 '비상'
회사채 스프레드 확대에 롯데건설 등 유증 통해 조달나서
삼성물산·DL이앤씨, 현금·현금성 자산 작년 말 대비 줄어
부동산PF 부실화에 자금책 악화…"불확실성, 위험으로 드러나"
2022-10-21 06:00:00 2022-10-21 08:52:54
서울 아파트 공사 현장. (사진=연합뉴스)
[뉴스토마토 백아란 기자] 국내 건설사들이 올해 들어 유상증자를 잇달아 단행하며 자금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철근, 시멘트 등 주요 건설 자재 생산에 필요한 원자재 가격이 급등한 가운데 금리인상과 경기 침체로 재무안전성 문제가 불거진데 따른 대응이다. 특히 건설업 특성상 차입금이 많고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Project Finance)과 같은 자금조달이 끊임없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건설사 조달 역량이 시험대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2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들어 이달 19일까지 유상증자를 결의한 건설사는 롯데건설·SK에코플랜트·코오롱글로벌·금호건설·동부건설·KH건설·삼부토건 등 9개 건설사로 집계됐다.
 
유상증자는 기존 주주나 일반투자자·특정 투자자(제3자 배정)에게 대가를 받고 신주를 배정하는 방식으로, 건설사들은 운영자금 조달과 타법인증권 취득 등을 위한 목적에서 유상증자를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동부건설과 같이 유상증자의 목적이 법원 회생안에 따라 회생채권의 변제를 위한 것도 있지만, 대부분은 금리 인상에 따른 부담과 채권 발행시장 위축으로 자금 조달책에 변화를 준 것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현재 건설사 자금 조달 기준이 되는 신용등급 AA-급(3년 만기) 회사채 금리는 19일 기준 연 5.533%로 연중 최고치를 경신했으며 회사채와 국고채(3년물) 간의 신용도 차이를 보여주는 스프레드는 1.202%포인트로 13년 만에 최고수준으로 치솟은 상태다. 통상 신용스프레드 확대는 회사채 수요가 줄어 기업의 자금조달이 어려워졌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건설사 입장에서는 재무구조 개선과 단기 자금소요에 대비할 필요성이 커진 셈이다. 문제는 유상증자 자체가 재무 상태가 좋지 않은 곳이 선택하는 ‘최후의 수단’이란 이미지가 강한데다 결국 유동성이 부족하다는 것을 공시한다는 측면에서 재무건전성에 대한 우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 최근 들어서는 강원도 레고랜드 관련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디폴트(채무 불이행) 사태 등으로 부동산PF 부실 우려가 높아지면서 건설사 자금조달에 비상이 걸린 상태다.
 
여기에 HDC와 한화건설 등이 출자한 통영에코파워와 포스코건설이 건설하고 있는 민간 석탄화력발전소 삼척블루파워 등은 회사채 시장을 통해 자금 조달에서 나섰다 미매각에 그쳤고, 일부 중소 건설사의 경우 주택 익스포져(위험노출)가 커지면서 줄도산 우려도 나오고 있다.
(표=뉴스토마토)
시공능력평가 상위 10대 건설사들의 경우 올해 상반기 연결 재무제표 기준 현금 및 현금성 자산(단기금융상품 제외)이 전년말 대비 5% 가량 오른 14조6704억원으로 아직 유동성에 여유가 있는 상황이다. 단 삼성물산과 DL이앤씨의 경우 각각 작년말보다 현금 및 현금성자산이 7.4%, 8.9% 감소한 가운데 부동산 시장 전반적으로 냉각기를 맞음에 따라 우발채무에 대한 우려를 벗기 힘든 실정이다.
 
롯데건설 역시 지난 18일 운영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2000억원 규모의 주주배정증자를 결의했다. 신주는 보통주 171만4634주로, 배당기산일은 내년 1월1일이다. 현대건설·대우건설·HDC현대사업개발과 컨소시엄을 이뤄 진행하는 둔촌주공아파트 재건축사업을 비롯해 청담삼익 재건축사업 등 대형 개발사업으로 PF 우발부채에 대한 우려가 커진데 따른 것이다.
 
롯데건설의 반기보고서를 보면 올해 상반기 기준 아파트 분양자와 시행사 등의 중도금·보증서 발급 등을 위해 제공한 사업비대출 잔액(보증총한도)은 7조4417억원으로 조사됐다. 이는 작년 동기(5조3420억원)에 비해 39% 늘어난 수준이다.
 
이에 대해 롯데건설은 원자재 가격 상승과 부동산 경기 침체의 우려가 나오는 상황에서 재무구조 안정화에 선제적으로 나섰다고 입장을 밝혔다. 시장에서는 금리 인상 등으로 조달 환경 악화가 불가피하다면서도 지나친 우려를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강경태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분양경기 악화, 금리 상승에 따른 채권 발행·유통시장 경색으로 시공사 유동성 고갈 우려가 부상하고 있다”면서 “분양경기 악화 시기에 건설사들이 증자를 택하는 이유는 금리 상승으로 시공사 연대보증 조건 브릿지론 유동화증권(ABCP·전자단기사채 형태)의 차환이 어려워지거나, 미착공 PF 인수 가능성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시공사 크기에 관계없이 유동성 확보를 위해 증자를 비롯한 여러 수단을 강구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둬야 할 것”이라면서도 “대형 시공사 도산을 내다보는 것은 다소 앞서간 추측으로 가려져 있던 불확실성이 측정 가능한 위험으로 드러난 것”이라고 평가했다.
 
백아란 기자 alive020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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