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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라·루나’ 사태 검찰 수사, '투자계약증권' 규명 관건
검찰, 미국 '하위 테스트' 법리로 '증권성' 판단
이복현 “특정 요건 충족 가상자산은 증권 판단 가능”
법원 “테라·루나 증권성 여부에 법리상 다툼 여지 있어”
법조계 “자본시장법 적용 시 금융위·거래소 등 파장 클 것”
2022-10-12 06:00:00 2022-10-12 14:19:28
[뉴스토마토 박효선 기자] 오는 19일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 여권 효력이 만료되며 그의 신병 확보에 나선 검찰이 ‘테라·루나’에 대한 자본시장법상 투자계약증권 입증에 주력하고 있다. 권 대표에게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기소하기 위해서다. 우리나라는 가상화폐를 규율할만 한 법체계가 사실상 마련돼 있지 않은 상황이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단(단장 단성한)과 금융조사2부(부장 채희만)는 미국 연방대법원의 ‘하위 테스트(Howey Test)’를 근거로 테라·루나에 증권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자금 투자 여부 △투자를 통해 수익을 얻으리라는 합리적 기대감 △투자금이 공동 사업에 쓰였는지 △그로 인한 수익이 발기인 또는 제3자의 노력으로부터 나오는지 등 ‘하위 테스트’의 4가지 기준을 토대로 증권성 여부를 따진다.
 
이 같은 기준을 만든 미국 ‘하위(Howey) 판결’은 증권의 종류 중 ‘투자계약증권’에 관한 정의를 세운 대표적 판례다.
 
자본시장법상 증권은 투자계약증권을 비롯해 수익증권, 채무증권, 지분증권, 파생결합증권, 증권예탁증권 등 6가지로 나뉜다. 이 중 자본시장법상 투자계약증권이란 특정 투자자가 그 투자자와 타인 간의 공동사업에 금전 등을 투자하고 주로 타인이 수행한 공동사업 결과에 따른 손익을 귀속받는 계약상의 권리가 표시된 것을 말한다.
 
검찰이 ‘테라·루나’가 자본시장법상 투자계약증권이라고 보고 있는 가운데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일부 같은 입장을 내비쳤다.
 
이 원장은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가장자산 중 일부 가상자산이 금융투자 상품이나 증권으로 인정할 수 있는 부분이 아예 없다는 (금융위원회 등의) 견해에 저는 생각을 달리한다”면서 “법률가로서나 금융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으로서 ‘특정 요건인 경우 (가상자산도) 증권으로 판단할 수 있다’는 의견이 있다. 그 의견 관련 자료를 검찰에 제공했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4월에는 금융위 산하 증권선물위원회가 조각투자 플랫폼인 뮤직카우의 ‘음악 저작권료 참여 청구권’을 자본시장법상 투자계약 증권으로 판단했다.
 
하지만 법원은 조심스런 입장이다. 홍진표 서울남부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지난 6일 권도형 대표의 측근인 테라폼랩스 업무총괄팀장 유모씨의 구속영장을 기각하며 “유씨에게 적용된 혐의(자본시장법 위반)에 대한 법리상 다툼의 여지가 있어 보인다”고 설명했다.
 
앞서 법원은 2020년 3월 말에도 투자자들이 가상자산 거래소를 운영하는 A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이 거래소를 통해 거래된 토큰에 대해 “자본시장법상 투자계약증권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투자자들은 이 소송에서 승소했지만, 해당 토큰이 투자계약증권에 해당한다는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법조계에서도 ‘테라·루나’가 자본시장법상 투자계약증권이냐 여부에 대해 다소 모호하다는 의견이 대다수다. 다만 각론에선 이견을 보였다.
 
우선 ‘테라·루나’가 투자계약증권 보다는 수익증권 성격에 가깝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수익증권은 고객이 맡긴 재산(신탁)을 운용해 그로 인해 발생하는 수익을 분배받을 수 있도록 권리를 표시한 증권이다.
 
가상자산 분야 전문 가상자산 전문 한상준 변호사(법무법인 대건)는 “과거 토큰에 대한 투자계약증권성을 부인한 사례(2020년 민사 판례)가 있다”면서도 “그 판례는 투자자들이 해당 토큰 거래를 통한 시세차익 발생 과정 중 (피고 측의)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례였고, ‘테라·루나 사태’와는 구조가 다르다”고 했다.
 
한 변호사는 “테라의 경우 1달러 페깅(1코인 당 1달러 가치 고정)되는 스테이블코인(달러 등 법정화폐에 연동하도록 설계된 코인)이라서 시세 차익 보다는 배당금을 받기 위한 투자자들이 더 많았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 부분은 증권성으로 볼 수 있는 여지가 있지만, 그렇다고 (투자자들이) ‘뮤직카우’ 케이스처럼 공동투자로 들어간 것은 아니어서 테라·루나를 투자계약증권으로 접근하는 게 바람직한지 모호한 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수익이 발생했을 때 (투자자가) 수익배분 청구를 할 수 있느냐가 핵심인데, (테라폼랩스는 투자자에게) 19.4%의 이자 수익을 약정했으므로 (테라·루나는) 투자계약증권이라기 보다 그나마 수익증권이라고 볼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가상자산 전문 김경환 변호사(법무법인 민후)는 “(검찰이) 하위 테스트를 거친다 하더라도 기본적으로 테라·루나는 스테이블코인이고, 사실상 투기에 활용된 면은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투기나 투자 목적 코인은 아니었을 것”이라며 “(테라·루나는) 디파이(탈중앙화금융)로 운영돼 중앙집권적 코인이라고 보기 어렵다 보니 조심스럽지만 증권성이 좀 약하지 않나 싶다”고 분석했다.
 
다만 “(권 대표가) 수익률(19.4%)을 보장했다는 점에서 (테라·루나가) 지분증권이라는 주장도 있지만 이는 다소 형식적 접근으로 보인다”면서 “투자계약증권을 대입하는 게 그나마 가능성 있는 얘기지만, 이를 대입하려면 하위테스트를 거쳐야 한다. 하위테스트에서 중요한 것은 (테라·루나의) 중앙집권화 또는 탈중앙화 등 여부인데 이 부분이 검증돼야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테라·루나에 대한 증권성이 인정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증권 분야 전문 차상진 변호사(차앤권 법률사무소)는 “예전부터 (금융투자업계 등에서 특정 가산자산을) 투자계약증권으로 봤어야 한다는 시각이 많았다. 지난 4월에는 금융위 증선위가 뮤직카우 상품이 투자계약증권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면서 “그간 금융당국에서 가상자산에 대한 증권성을 인정하지 않았던 만큼, 검찰에서 (테라·루나 사태) 자본시장법 적용 시 정책적으로 상당한 파장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서울남부지검 '금융범죄중점검찰청' 현판. (사진=뉴스토마토)
 
박효선 기자 twinseve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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