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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인생은 아름다워’ 류승룡 “인생은 모두에게 아름다운 것”
“정통 뮤지컬 장르였다면 거절…히트곡 위주 ‘주크박스 뮤지컬’ 솔깃”
“서울극장 마지막 모습 담겨, 촬영에서 실제 눈 내려 모두 소리질러”
2022-09-27 01:00:03 2022-09-27 01:00:03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2004년 데뷔를 했으니 동년배 배우들에 비해 비교적 늦은 시기다. 데뷔 초기에는 단역과 조연을 망라하고 이 배우에게 비슷한 이미지의 캐스팅이 많았다. 워낙 강렬하고 마초적 이미지 때문에 대부분 장르물에서 강렬함을 대표하는 캐릭터를 그에게 요구해 왔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가 그런 배역을 정말 잘했다. 단순하게 악역과 선역을 넘어 강렬한 이미지의 남성적 연기를 동반한 코미디 연기에서도 능수능란했다. 그래서일 듯하다. 정말 희한한 능력이다. 이유를 알 수 없고, 안다고 해도 설명하기 좀 힘든 지점이다. 그가 어느 순간부터 연기를 하면 캐릭터의 선악 구분 없이 반드시 설득을 당하게 돼 있단 점이다. 이건 배우로서 가질 수 있는 최고의 재능이 아닐까 싶다. 그래서 배우 류승룡이 연기를 하면 그 인물이 악인이든 선한 인물이든 그것도 아니면 그 중간 어딘가에 있는 인물이 됐든. 뭐가 됐든 그럴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그래서일 것이다.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를 보고 나면 이 세상 모든 남자들이 눈물을 흘리게 될지 모른단 걸. 투박하지만 살갑지도 않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말 세상에 둘도 없는 가슴 따뜻한 남자 강진봉에 대한 얘기를 류승룡을 통해 전해 들었다.
 
배우 류승룡.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인생은 아름다워는 촬영이 마무리되고 거의 2년 만에 개봉을 하게 됐다. ‘코로나19 펜데믹과 묘하게 시기가 겹쳐지면서 자칫 잘못하면 극장 개봉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 올 수도 있을 것이란 막연한 두려움이 컸던 작품이다. 그래서 주변 반응은 물론 흥행 여부에 대한 기대감은 사실 둘째라고 한다. 극장에서 이 영화를 관객들에게 선보일 수 있는 것 만으로도 너무 감사하고 또 행복하다고.
 
진짜 개봉 못하면 어떻게 하지 싶은 무서움도 있었어요. 너무 오래 기다리게 해 드린 작품이고. 그래서 저 뿐만 아니라 출연 배우들 모두 다 기분 너무 좋아요. 막연하게 11월 정도에 개봉이 될까 싶었는데, 그것보다 조금 더 일찍 극장 상영이 결정됐단 얘기를 듣고 더 기대가 크죠. 촬영 당시 현장에 노래 가사들을 적은 대자보와 음악이 항상 울려 퍼졌는데, 그때 생각하니 다시 행복해지는 것 같아요.”
 
배우 류승룡.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인터뷰 도중 갑자기 류승룡은 인생은 아름다워의 상징과도 같은 곡인 이문세의 알 수 없는 인생한 소절을 흥얼거리며 불렀다. ‘인생은 아름다워는 기존의 히트곡을 기반으로 스토리로 전환시킨 쥬크박스 뮤지컬장르 영화다. 기존 작품을 위해 노래를 만들어 사용한 뮤지컬이 아닌 히트한 대중가요를 스토리로 끌어와 만든 작품이다. 대표적 영화로 맘마미아가 있다. ‘인생은 아름다워에는 국내 대중가요 히트곡 10여곡 이상이 사용됐다.
 
아마 정통 뮤지컬 장르였다면 전 출연을 고사했을 거에요. 근데 주크박스 뮤지컬이란 말에 귀가 솔깃했죠. 극중 사용된 노래가 1970년대부터 2000년대 초까지 히트한 곡들 위주로 나온다고 하더라고요. 제가 다 흥얼거리고 노래한 곡들 이잖아요. 노래도 상황에 맞게 너무 잘 배치가 됐고. 14곡 정도가 사용된 걸로 아는 데, 너무 즐거웠고 너무 재미있었어요.”
 
배우 류승룡.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당연히 류승룡은 이번 작품을 통해 노래를 처음 선보인다. 물론 혼자 흥얼거리고 주변 지인들과 노래방에서 부르는 정도였지만 작품을 위해 노래를 해본 건 처음이 아닌가 싶단다. 예전 비언어 퍼포먼스극 난타멤버로 활동도 해봤기에 무대극에 대한 거부감도 적었지만 인생은 아름다워는 영화와 무대극 중간 형태이기에 그것 역시 큰 도움은 안된 듯 하다며 웃었다. 그는 배우 생활 동안 가장 오랜 시간 동안 준비를 한 작품이 이번 인생은 아름다워라고 손꼽았다.
 
제 기억으로 이번 영화보다 더 오랫동안 준비를 해본 작품은 없어요. 앞으로도 없을 거 같아요. 보통 출연 결정하고 촬영 후 후시녹음까지 걸리는 시간 대비를 해보면 이번 영화는 그 전체를 소화한 것의 3배 정도 노력이 들어간 것 같았어요. 노래 연습만 일주일에 두 번씩 거의 일년을 했으니까요. 실제 녹음을 할 때는 그렇게 연습을 했는데도 한음 씩 잡아가면서 노래를 할 정도였어요. 재미가 있었지 정말 쉽진 않은 작업이었어요.”
 
배우 류승룡.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극중 등장하는 여러 노래 가운데 류승룡이 꼽는 가장 좋아하는 곡도 있었다. 그리고 가장 부르기 어려웠던 곡도 있었다. 우선 가장 좋아하는 곡은 이 영화의 상징적인 곡으로 등장하고 있는 이문세의 알 수 없는 인생이다. 반면 가장 부르기 힘들었던 곡은 최백호의 부산에 가면이었다. 그 외에도 수 많은 명곡들이 이 영화 스토리와 결합하면서 정말 주옥 같은 장면과 감정을 만들어 냈다.
 
“’알 수 없는 인생은 원래 좋아했던 곡이지만 이번에 들어보니 스토리 자체와 너무도 잘 어울리는 곡이라 잊을 수가 없을 거 같아요. 진짜 너무 상황에 딱 들어 맞는 곡 이잖아요. 진짜 어려웠던 곡은 최백호 선배님의 부산에 가면이에요. 최백호 선배님 곡이 사실 들어보면 그냥 그렇게 어려워 보이는 곡이 아니잖아요. 근데 막상 부르면 호흡을 따라가기 거의 불가능할 정도에요. 그래서 최백호 선배님 곡이 정말 멋진 곡이 많은데도 불구하고 리메이크가 거의 없대요.”
 
배우 류승룡.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류승룡은 인생은 아름다워전체 촬영 중 유일하게 식은 땀을 흘린 장면도 있었다고. 극중 20대 젊은 시절이 등장한다. 주인공 강진봉(류승룡)과 오세연(염정아)이 처음 만나게 되는 순간이다. 염정아도 마찬가지였지만 류승룡도 그랬단다. 젊은 시절만큼은 다른 배우가 촬영할 것이라 여겼다고. 하지만 50대인 두 배우가 20대의 젊은 시절을 모두 소화했다. 류승룡은 그때만 생각하면 너무 부끄럽다고 웃는다.
 
지금 봐도 젊은 시절이 더 나이가 들어 보이잖아요(웃음). 젊은 다른 배우가 하겠지 싶었는데 우리가 그냥 다 한다고 해서 진짜 놀랐죠. 하하하. 뭔가 약간 특수효과나 CG가 들어갈 줄 알았는데 그냥 분장과 의상만으로 20대를 연기했어요(웃음). 특히 훈련소 장면에선 제가 훈련병인데 무슨 연대장님처럼 나와서 하하하. 그냥 영화적 재미로 즐겁게 그 장면은 봐주시면 감사할 듯해요.”
 
배우 류승룡.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인생은 아름다워에는 이문세의 알 수 없는 인생이 상징과도 같은 곡으로 등장한다. 그리고 상징과도 같은 장소도 나온다. 이 영화의 시작과 끝을 맺는 장소다. 지금은 영업이 중단돼 폐관한 서울 종로의 서울극장이다. 한때 이곳은 국내 영화 시장의 상징과도 같은 장소였다. 하지만 이제는 영화속에서나 볼 수 있게 됐다. 그리고 이 곳은 인생은 아름다워촬영 당시에는 영업 중이었다. 하지만 개봉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폐관이 결정됐다.
 
지금 생각해도 너무 가슴 아프고 아쉽죠. 하지만 그 마지막이라도 저희 영화 속에 담긴 것 같아서 너무 다행이라 생각해요. 지금 생각 나는게, 마지막 촬영이 서울극장 앞이었는데, 그때 실제로 눈이 내렸어요. 현장에 제설기를 틀어서 실제 눈과 저희가 만든 눈이 함께 어우러졌는데 다들 너무 행복해서 소리 지른 기억이 나요. ‘인생은 아름다워란 제목에 이보다 더 어울리는 마지막 촬영이 있을까 싶어요.”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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