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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세계는 '식량 안보' 빗장…1%도 안 되는 '국산 밀' 자급률 높인다
aT, '국산 밀' 전문 생산단지 내년 74개소로 확충
0.8%에 불과한 밀 자급률, 2025년 5%까지↑
국산 밀 정부 비축량, 2025년 3만톤으로 늘려
"우리 밀 제품 개발, 매입 후 우리 밀 사용 업체에 제공"
2022-09-22 16:14:37 2022-09-22 16:14:37
[뉴스토마토 이규하 기자] 공기 좋고 물이 맑다는 충북 청주의 초정약수로를 달리다보면 식량 안보의 방파제 역할을 하는 '국산 비축밀' 기지가 눈에 들어온다. 축구장 4배가량 규모에 해당하는 2만7660㎡ 대지면적의 청원 비축기지에는 저온 10도씨를 유지하는 창고동에 수매 밀 795톤이 쌓여있다.
 
멥쌀 2080톤과 콩나물콩 1189톤, 콩 399톤까지 더할 경우 1톤 트럭 대수로 4463대가 보유할 수 있는 물량이다. 저온시설의 비축밀은 3년까지 보관 가능하고 과거 노후화된 온수 및 방열 시스템도 현대화 작업을 통해 안전하게 비축할 수 있는 운영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현재 정부 비축기지는 수도권, 충청권, 호남권, 대경권, 부경권으로 전국 14개 비축기지가 포진돼 있다. 이 중 평당 몇 톤을 보관할 수 있는지 여부의 보관능력은 장성이 가장 큰 6000톤 규모다. 그 다음으로는 부산이 5000톤 규모를 자랑한다.
 
하지만 기후 변화와 감염병, 전쟁발 여파로 국제 곡물 수급이 불안정해지면서 식량안보 문제는 또 다른 리스크로 대두되고 있다. 앞서 인도(밀), 튀르키예(식용유·콩 등), 인도네시아(팜유), 이집트(밀·옥수수) 등 자국 식량안보를 위한 국가들의 수출 통제가 거듭되면서 불안감은 가중돼 왔다.
 
21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우리나라 식량자급률은 2020년 기준 45.8%로 절반 이상을 수입하고 있다. 사진은 충북 청주시 청원구 내수읍 풍정리에 위치한 청원 비축기지 모습. (사진=뉴스토마토)
 
최근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이 공개한 보고서의 식량안보 해외 사례를 보면, 식량안보가 아랍 국가들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협하는 주요 요인으로 부상하고 있다. 
 
걸프협력기구(GCC) 국가들은 소비 작물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스마트팜을 통해 자급률 확대를 꾀하는 중이다. 
 
식량안보의 중요성은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관계자는 “식량 위기는 다양하게 발생할 수 있으며 막대한 경제적 비용을 지출해도 식량 확보가 어려운 상황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며 “국제 곡물 수급 위기에 대비해 식량안보 차원에서 주요 곡물에 대한 최소한의 자급·비축 중요성이 새롭게 인식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우리 밀 자급률이 2020년 기준 0.8%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1%도 안 되는 국산 밀의 자급률을 높이기 위해 전문 생산단지 육성의 필요성이 커지는 이유다. 콩도 30.4%로 낮은 수준이다.
 
이에 따라 농식품부는 밀 산업 육성 기본계획을 통해 2025년 밀 자급률을 5%까지 끌어올리겠다는 청사진을 내민 상황이다. 2027년까지 밀 7.9%, 콩은 40.0%의 식량자급률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난해 39개소에 그친 밀 전문생산 단지도 올해 51개소에서 내년 74개소로 확충한다. 밀 전문 생산단지를 대상으로 공동영농과 규모화·조직화가 지원된다는 얘기다.
 
제1차 밀 산업육성 기본계획(2021~2025)에 따라 국산 밀 정부 비축량도 매년 늘린다. 올해 1만4000톤으로 잡은 국산 밀 비축은 1만7000톤으로 상향 조정해 매입한다. 내년에는 2만톤, 2024년 2만4000톤, 2025년 3만톤이다.
 
기존 수입 밀을 국산 밀로 대체하는 기업에게는 국산 밀을 활용한 제품개발에 주력할 수 있도록 비축밀을 공급한다. 
 
현재 우리 밀로 제품을 개발한 곳은 SPC 삼립으로 베이커리(빵) 4종이 있다. 계열사인 파리바게뜨도 신제품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aT 관계자는 “국산 밀 매입을 전년 대비 확대하는 업체 등을 대상으로 제분·유통비 등을 일부 지원하는 밀 가공확대지원사업도 올해 신규 사업으로 추진한다”고 말했다.
 
국산 콩 자급과 관련해서는 논콩 재배면적을 늘리고 올해 12월부터 내년 3월까지 사전 약정물량을 매입할 계획이다.
 
저온시설의 비축밀이 3년까지 보관 가능한 점을 들어 소진되지 않은 우리 밀 활용에 대해 농식품부 관계자는 “예를 들어 우리술을 만드는 주종용으로 사용할 수도 있다”며 필요 업체가 사용할 수 있도록 관련 지침을 만드는 것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김춘진 aT 사장은 “공사가 공급한 비축밀로 기업에서 신제품 개발·출시를 통해 국산 밀 소비 확대에 앞장서고 있다”며 “국산 밀·콩의 경쟁력을 강화해 2027년 식량자급률 밀 7.9%, 콩 40.0% 목표 달성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21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우리나라 식량자급률은 2020년 기준 45.8%로 절반 이상을 수입하고 있다. 사진은 세종특별자치시 금남면에 위치한 SPC 세종공장의 우리밀 차량 모습. (사진=뉴스토마토)
 
청주(충북)=이규하 기자 judi@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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