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수익자 모르는 보험계약 해지 사유는 무효"
"계약자·수익자 달라도 하나의 보험계약… 해지 시 모두 통지해야"
2022-09-16 06:00:00 2022-09-16 10:04:58
[뉴스토마토 박효선 기자] 타인을 수익자로 하는 보험 계약, 즉 계약자와 수익자가 다른 경우 보험료 미납으로 인한 계약 해지 시 보험사가 계약자 뿐 아니라 수익자에게도 이를 통지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A씨의 유족이 현대해상(001450)을 상대로 낸 보험금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6일 밝혔다.
 
재판부는 “현대해상이 하나의 보험계약에 기초한 전체 보험료의 납입을 최고(통지)했음에도 그 중 일부에 대한 해지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일방 당사자의 의사에 따라 장래의 법률관계를 불안정하게 만들 우려가 크다”며 상고를 기각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 보험계약은 현대해상과 B씨(A씨의 언니) 사이에 피보험자를 A씨로 하여 체결된 하나의 보험계약”이라며 “현대해상은 B씨의 보험료 납입 지체로 보험계약 전체가 해지될 수 있다고 고지했을 뿐 기본계약과 선택계약을 분리해서 납입을 최고하거나 해지를 통보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사건 보험계약은 사망담보 특약의 보험수익자를 원고들(A씨 유족)로 정한 것을 제외하고 보험수익자를 모두 A씨로 정하고 있어 원고들보다는 A씨가 보험계약 유지에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며 “원고들이 A씨의 사망 후 보험수익자로서 보험금을 청구했다는 현대해상 측 주장은 사후적 사정에 지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B씨는 2013년 말 동생 A씨를 수익자로 하는 현대해상 보험계약을 체결했다. 이 보험 상품은 기본계약과 2개의 상해사망담보 특약을 포함한 18개의 선택계약으로 구성됐다. 이 중 사망담보 특약 보험수익자만 A씨의 법정상속인으로 계약 체결하고, 나머지 부분은 모두 A씨를 보험수익자로 정했다.
 
그런데 보험기간인 2015년 2월 A씨가 교통사고로 사망했다. 이에 A씨의 법정상속인인 유족들은 현대해상을 상대로 사망담보 특약에 따른 2억원의 보험금을 청구하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현대해상 측은 이 사건 보험계약 중 사망담보 특약 부분이 B씨의 보험료 미납으로 인해 2014년 10월 3일 해지됐으므로 보험금 지급의무가 없다고 주장했다.
 
1심 재판부는 “B씨가 납입최고기간까지 보험료를 납입하지 않음으로써 보험계약 중 상해사망담보 계약 부분이 망인(A씨)의 사망 전 적법하게 해지된 것”이라며 현대해상 측 손을 들어줬다.
 
반면 2심 재판부는 “보험료 미납을 이유로 보험계약에 기한 보험료 납입 최고 및 해지의 의사표시가 담긴 안내장을 보험계약자인 B씨에게 발송할 당시 2014년 9월경에는 사망보험금의 수익자인 원고들보다는 기타 보험수익자인 A씨가 이 사건 보험계약 유지 여부에 보다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다”며 1심을 뒤집고 현대해상이 유족에게 보험금 1억원을 지급할 것을 명했다.
 
대법원 청사 전경. (사진=뉴스토마토)
 
박효선 기자 twinseve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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