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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보험사가 잘못 지급한 실손보험금, 의사에게 반환 청구 못해“
1·2심 “삼성화재, ‘채권자대위권’ 행사 요건 갖춰”
대법 “피보전채권-대위권리 밀접관련성 인정 안돼”
2022-08-25 16:32:23 2022-08-25 18:22:32
[뉴스토마토 박효선 기자] 환자가 병원에서 실손의료보험금 지급 대상이 아닌 시술을 받고 보험금을 타간 경우 보험사는 시술을 한 의사에게 보험금을 돌려달라고 청구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5일 삼성화재(000810)가 '트리암시놀른' 주사 치료를 한 의사 A씨를 상대로 낸 실손보험금 반환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자판해 소를 각하했다. 파기자판은 대법원이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환송하거나 이송하지 않고 직접 재판하는 것을 말한다.
 
재판부는 “피보전채권과 대위권리 사이에 밀접관련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피보험자의 자유로운 재산관리행위에 대한 부당한 간섭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13명 중 다수 의견을 낸 8명의 대법관은 “피보전채권의 실현 또는 만족을 위해 대위권리의 행사가 긴밀하게 필요하다는 등의 밀접한 관련성이 인정된다면 보전의 필요성을 인정할 특별한 사정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으나, 이 사건에서 피보전채권인 보험자(삼성화재)의 피보험자(환자)에 대한 부당이득반환채권과 대위채권인 피보험자의 요양기관에 대한 부당이득반환채권 사이에는 피보전채권의 실현 또는 만족을 위해 대위권리의 행사가 긴밀하게 필요하다는 등의 밀접한 관련성을 인정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보험자가 요양기관의 위법한 임의 비급여 진료행위가 무효라는 이유로 자력이 있는 피보험자의 요양기관에 대한 권리를 대위해 행사하는 것은 피보험자의 자유로운 재산관리행위에 대한 부당한 간섭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삼성화재의 채권자대위권 행사에는 보전의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판단이다.
 
김재형·박정화·안철상·이동원·이흥구 대법관은 반대의견을 냈다. 이들 5명의 대법관은 “금전채권 보전을 위한 채권자대위권 행사에서 채무자의 무자력을 요구하며 보전의 필요성을 엄격하게 인정하려는 다수의견의 태도는 무자력 요건을 완화하여 채권자대위권 행사를 허용하는 범위를 확대해 온 판례의 기본적인 방향과 배치된다”고 반론을 제기했다.
 
또한 “채권자인 보험자가 피보험자에 대해 갖는 피보전채권과 채무자인 피보험자가 요양기관에 대해 갖는 권리, 즉 대위할 권리는 두 채권의 발생원인, 내용과 목적 등에 비춰 밀접한 관련성이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보험자의 채권자대위권의 행사가 피보험자의 재산관리에 부당한 간섭이 된다고 보기 어렵다”며 “피보험자는 보험자가 진료행위의 당사자인 요양기관을 상대로 부당한 이익의 반환을 구하도록 해 자신은 분쟁으로부터 벗어나기를 원한다고 보는 것이 피보험자의 의사나 거래관념에 부합하고 바람직하다”고 봤다.
 
채무자의 재산능력을 기준으로 채권자대위권 행사의 요건을 엄격히 판단하는 건 최근 판례와 맞지 않는다는 시각이다.
 
의사 A씨에게서 비염 치료를 위한 ‘트리암시놀른’ 주사 치료를 받고 진료비를 낸 환자들은 진료내역서를 A보험사에 제출해 실손보험금을 수령했다.
 
이후 트리암시놀른이 실손의료보험 대상이 아니라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삼성화재는 “트리암시놀른 치료는 신의료기술로 평가받지 못한 진료행위로 국민건강보험법 등 관련 법령에 위반되는 임의비급여에 해당한다”며 A씨를 상대로 보험금 반환청구 소송을 냈다.
 
1심은 삼성화재의 주장을 일부 받아들여 B씨에게 3846만원을 지급하라고 판시했다. 2심도 채권자대위권 행사의 요건을 갖췄다고 보고 삼성화재 측 손을 들어줬다. 다만 반환하라고 명한 액수는 2730만원으로 줄었다.
 
이번 대법원 전합 판단은 보험업계에 적잖은 영향을 줄 전망이다. 현재 대법원 민사3부에서는 보험사가 안전성이 확인되지 않은 '맘모톰'(진공흡입기 등을 이용한 유방종양절제술) 시술을 한 의사를 상대로 보험금을 돌려달라고 청구한 사건을 심리 중이다.
 
이 사건도 신의료기술평가를 받기 전 맘모톰 시술을 한 것이 적법한지, 보험사가 환자를 대신해 의사에게 직접 진료비 반환을 요구할 수 있는지 여부가 쟁점이다.
 
대법원 전경. 사진/뉴스토마토
 
박효선 기자 twinseve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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