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가 15일 발표한 랩어카운트 개선안에 대해 증권가의 원성이 높다. 이번 개선안이 비현실적 내용을 담고 있는 등 랩어카운트 영업을 저해할 수 있다는 불만이다.
15일 금융위는 랩어카운트의 경우 일임수수료 외에 위탁매매수수료를 받을 수 없으며 최소가입금액은 업계 자율에 맡기겠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일임투자제도개선안을 발표했다.
업계는 일단 최소가입금액 기준제한을 두지 않았다는 부분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하지만 다수 관계자들은 "애매모호한 규정이 많고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것 같다"며 "개선안대로라면 랩어카운트 시장이 위축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당초 개선안을 만든 취지가 랩어카운트를 양성화하기 위한 것이었는데 아무리 찾아봐도 양성화를 위한 조항은 없는 것 같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집합운용과 주문..무슨 말이냐
우선 문제되는 부분은 집합주문에 대한 규정이다.
금융위는 펀드와 같이 각 계좌별로 똑같은 종목에 똑같은 비율로 투자주문을 하는 집합운용에서 투자자의 성향에 따라 계좌별로 다르게 투자주문하는 집합주문으로 1년간 유예기간 후 시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 증권사 랩어카운트 담당자는 “지금도 계좌별로 운용은 따로 하지만 주문은 동시에 나가는 방식의 집합주문 방식으로 계좌를 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담당자는 “같은 날 사는 주식에 대해서는 같은 가격으로 매수되는 게 상식적으로 맞다”며 “하지만 이번 제도안으로 본사에는 고객이 다 원하는 대로 해주라고 하는데 앞으로 어떻게 몇 천 개나 되는 계좌를 일일이 관리할 지 모르겠다”며 난색함을 표했다.
또 위탁매매수수료를 따로 받을 수 없도록 한 규정에 대해서는 “이미 매매수수료가 사라진지 오래이고, 일임수수료가 높아 영향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 애매한 규정..혼란스러울 뿐
랩어카운트의 보수체계 조정 역시 논란의 소지가 많다. 특히, 성과보수 체계 부분이 문제가 되고 있다.
금융위는 투자일임계약의 경우 성과보수를 받되 신뢰할 수 있는 지수 등을 기준지표로 설정하도록 의무화한다고 규정했다. 문제는 이 신뢰할 수 있는 기준지표다.
대형 증권사의 관계자는"주식형이나 채권형 랩어카운트의 경우 기준지수를 코스피지수 또는 국고채 3년물로도 할 수 있겠지만 채권과 주식형이 투자성향에 맞게 혼합돼 있는 경우는 그 기준지표를 어떻게 설정해야 하는지가 명확하지 않다"고 말했다.
여기에 투자성향에 따라 기준수익률이 다르고 운용도 달리되는데 이부분을 모두 고려해서 지표를 만들려면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며 상품개발에도 차질이 우려된다.
◇ 운용하기도 바쁜데 상담까지..기가막혀
계좌운용상담 업무를 투자일임재산을 운용하는 일임운용역으로 한정한다는 규정 역시 합리적이지 못하다는 지적이다.
지금까지 랩어카운트는 FP자격증을 소유한 PB들이 해왔다. 하지만 이 부분을 랩어카운트를 운용하는 매니저에게 맡기겠다는 얘기다.
증권사 관계자는 "증권사 안에 랩매니저가 6명 정도인데 고객은 8000명 정도된다. 6명이 8000명의 고객을 만나 상담해야 한다면 운용은 언제 하냐"고 볼멘소리를 냈다.
투자자문사의 자문내용 차등화에 대한 규정 역시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이 관계자는 "법에 투자자문사는 고객에게 종목과 비중 시기를 제공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며 "이부분을 금융당국이 어기겠다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특히, "금융투자업자로 분류되는 증권사는 자문사에게 자문료를 주는데 어떤 것을 제공받을 수 있다는 것인지 자문을 못받는데 운용을 어떻게 하라는 것인지 도통 이해할 수가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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