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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방미인 디지털 휴먼…IT 기술경쟁 '활활'
가상인간 마케팅 비용, 2019년 9조원서 올해 17조원으로 증가 전망
실존인물 단순 대체 넘어 콘텐츠·게임·웹툰·홈쇼핑 다방면서 활약
다채로운 외모와 목소리 구현…기업간 합종연횡·기술개발 투자 활발
2022-05-09 17:12:41 2022-05-09 17:12:41
[뉴스토마토 이선율 기자] IT업계를 중심으로 디지털휴먼(가상인간)을 앞세운 기술경쟁이 뜨겁다. 가상과 현실의 경계를 넘나드는 디지털 휴먼은 기업의 새로운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고 홍보효과를 더욱 높이는 최적의 마케팅 수단으로 각광받는 중이다. 디지털휴먼 기술은 아직 초기 단계지만 성장성이 큰 만큼 기업들은 해당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합종연횡 및 투자를 늘리며 공격적인 대응에 나서는 중이다. 
 
이미 해외에서는 '루 두 마갈루', '릴 미켈라', '바비' 등을 중심으로 지난해부터 SNS(사회관계망서비스) 등에서 강력한 인플루언서로서 활약했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비즈니스 인사이더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기업이 버추얼 인플루언서 등 가상인간 마케팅에 쓰는 비용은 2019년 80억달러(약 9조원)에서 2022년 150억달러(약 17조원)로 두 배 가까이 증가할 전망이다. 미국 블룸버그는 이 자료를 인용하면서 가상인간 시장 규모가 2025년께 실제 사람 인플루언서 시장규모를 추월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왼쪽부터 디지털휴먼 네이버 로지, 스마일게이트 한유아, 넷마블 리나와 크래프톤의 버추얼휴먼 이미지. (사진=각사)
 
과거 가상인간은 광고, 가수 등 연예분야에서 실존인물을 대체하는 정도의 역할이었다면 최근에는 게임, 웹툰·웹소설 등 콘텐츠부터 쇼핑 방송까지 다방면에서 활약하며 개별 캐릭터로서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네이버는 가상인간 '로지'를 필두로 마케팅 활동 반경을 넓히는 중이다. 최근 네이버는 싸이더스 스튜디오엑스와 협업해 로지의 AI(인공지능) 보이스를 클로바 AI 음성합성 기술로 만들어 라디오에서 처음 선보였다. 라디오에서 로지는 스페셜 게스트로 출연해 DJ와 이야기를 나누고, 청취자 사연도 직접 소개했다. 로지의 AI 보이스는 네이버 클로바에서 자체 개발한 NES(Natural End-to-end Speech synthesis system) 기술을 이용해 제작됐으며, 40분 수준의 짧은 녹음만으로도 분야 제약 없이 사람에 가까운 자연스러운 목소리를 구현한 점이 특징이다. 네이버는 지난해말 235억원을 들여 로지를 개발한 로커스를 인수한 바 있다. 로커스는 싸이더스스튜디오엑스를 자회사로 두고 있는데, 네이버의 인수는 향후 웹툰 IP 기반 애니메이션 제작이나 웹툰 캐릭터를 가상인간으로 제작하는 등 디지털 휴먼 사업 확대를 위한 사전 작업으로 풀이된다. 
 
앞서 지난 3일에는 회사 최초로 가상인간 이솔을 등장시켜 네이버 쇼핑라이브에서 첫 데뷔전을 치르기도 했다. VFX(시각특수효과) 전문기업인 자이언트스텝과 공동개발한 이솔은 특별 호스트로 출연해 새 화장품을 소개했는데, 해당 라이브 시작 전부터 화제를 모으며 80만에 이르는 뷰 수를 기록했다. 
 
스마일게이트 역시 오래전부터 디지털 휴먼 기술요소를 연구·개발해 왔다. 2018년 에픽세븐 홍보를 위해 국내 기업 중 처음으로 가상인간 유튜버 세아를 선보였고, 지난해 8월에는 버추얼 아티스트 '한유아'도 개발했다. 한유아는 YG케이플러스와 매니지먼트 계약을 맺은 이후 광고 모델 및 가수로 맹활약 중이다. 한유아는 고유한 목소리 구현을 위해 다양한 연령대 수백명 보이스 데이터를 취합한 뒤 AI로 합성해 목소리를 만들었다. 스마일게이트는 자이언트스텝, CJ ENM뿐 아니라 국내외 유수 기업들과 협업해 한유아의 활동 반경을 넓혀나간다는 방침이다. 
 
넷마블은 자회사 넷마블에프앤씨를 주축으로 디지털휴먼 기술을 구현하고 있다. 지난해 말 넷마블은 카카오엔터테인먼트와 파트너십을 구축했는데, 향후 케이팝 아이돌 사업 및 메타버스 콘텐츠 개발을 토대로 시너지를 낸다는 방침이다. 이후 지난 1월 넷마블은 제5회 NTP에서 메타휴먼 제나, 리나, 시우 선보이며 이르면 연내 케이팝 아이돌 그룹을 선보이겠다는 계획을 전했다. 그 중 디지털 휴먼 '리나'는 배우 송강호, 가수 비가 소속돼 있는 써브라임과 전속계약을 체결하고 엔터테인먼트업계 진출을 공식화했다. 현재 리나는 지난 1월 넷마블의 신작게임 '오버프라임' 영상을 통해 처음 모습을 드러냈고, 그 외에 인스타그램, 틱톡 등 SNS를 운영하며 입지를 넓히는 중이다.
 
크래프톤은 극사실주의(하이퍼 리얼리즘) 기술을 기반으로 디지털휴먼(버추얼휴먼)을 제작하고 있다. 지난 2월 버추얼 휴먼 데모 영상을 공개한 크래프톤의 가상인간은 모션캡처 기반으로 생생한 움직임을 구현했으며 리깅(Rigging)을 이용한 동공 움직임과 다채로운 표정연기, 피부솜털과 잔머리 등까지 구현해 실제 인간과 흡사하게 만들었다는 점이 특징이다. 크래프톤은 향후 버추얼 휴먼을 게임 캐릭터, 이스포츠, 버추얼 인플루언서, 가수 등 다방면에 활용할 방침이다. 또 인공지능(AI), 음성합성(TTS, STT), 보이스 투 페이스 등 제작기술을 연구개발해 서로 대화할 수 있는 캐릭터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이선율 기자 melod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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