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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익도의 밴드유랑)‘재즈 성찬’ 차려지는 서울 노들섬
재즈보컬이자 한국재즈협회장 웅산 인터뷰
“한국 재즈 과거, 현재, 미래 보여주는 자리”
국악-힙합 결합 난장 “재즈, 배려·소통의 음악”
2022-04-13 19:45:57 2022-04-14 09:03:58
[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대중음악신의 ‘찬란한 광휘’를 위해 한결같이 앨범을 만들고, 공연을 하고, 구슬땀을 흘리는 이들이 적지 않다. 그럼에도 TV, 차트를 가득 메우는 음악 포화에 그들은 묻혀지고, 사라진다. ‘죽어버린 밴드의 시대’라는 한 록 밴드 보컬의 넋두리처럼, 오늘날 한국 음악계는 실험성과 다양성이 소멸해 버린 지 오래다. ‘권익도의 밴드유랑’ 코너에서는 이런 슬픈 상황에서도 ‘밝게 빛나는’ 뮤지션들을 유랑자의 마음으로 산책하듯 살펴본다. (편집자 주)
 
“블루스는 모든 대중음악의 뿌리죠. 에피타이저(전채요리) 같은 거예요. 이것부터 드셔보시면 느끼게 되실 겁니다. 메인 요리, 재즈의 풍부한 미감을.”
 
오는 26일부터 5월1일, 서울 노들섬에 재즈 성찬(盛饌)이 차려진다. 한국 재즈 1세대부터 4세대, 블루스, 국악, 힙합까지 100여명의 음악가가 난장을 벌일 대형 공연 ‘2022 서울재즈페스타’(한국재즈협회 주최)다. 서울 용산구 노들섬 복합문화공간 전역에서 열리는 공연은 네이버TV와 네이버나우에서도 생중계된다.
 
12일 화상으로 만난 재즈 보컬이자 이 행사 총괄 기획을 맡은 웅산 한국재즈협회장은 “한국 재즈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한 곳에서 보여주는 자리가 될 것”이라며 “1년간 불도저처럼 계획을 밀어붙였다. 꼭 성공시키고 싶다”고 굳은 결의를 보였다.
 
재즈보컬이자 한국재즈협회장 웅산. 사진=유니버설뮤직코리아 재즈보컬이자 한국재즈협회장 웅산. 사진=유니버설뮤직코리아
 
웅산은 지난해 1월 사단법인 한국재즈협회(2009년 설립) 회장에 취임했다. 신관웅(피아노), 이정식(색소폰)에 이은 협회 3대 회장이다. 취임 직후 2011년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 재즈의 날(매년 4월 30일)’을 기념한 ‘전야 콘서트’(서울 강남구 섬유센터 이벤트홀·2021년 4월29일)를 성황리에 치러냈다. 
 
1년 만에 전야 콘서트가 성대한 축제로 탈바꿈한다. “작년 소박했지만 성공적이었던 전야 콘서트가 작은 씨앗이 됐던 셈이죠. 올해 첫 열매의 결실을 보게 되는 겁니다.” 
 
28일 저녁 7시 노들섬라이브하우스에서 열리는 개막공연 ‘SAZA's Blues Night’가 축제를 예열한다. 기타리스트 SAZA 최우준을 중심으로 한국 블루스 대모 한영애, 재즈 디바 웅산, 기타리스트 찰리정, 싱어송라이터 최항석 등이 한 무대에 올라, 미분음(微分音)의 향연을 펼쳐낸다. 한영애의 ‘누구 없소’를 전 출연진이 함께 연주하고 부르는 순서가 이날의 대미다.
 
“제가 블루지한 감성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은 한영애 선배님 덕이 클 겁니다. 재즈나 블루스는 어느 틀 안에 갇혀 있으면 안되는 장르인데, 선배님은 등장부터 그 틀을 깨시니까요.. 제게는 너무나도 멋진 보컬이시자 영원한 디바이시죠.”
 
지난해 4월 29일, 서울 강남구 섬유센터 이벤트홀에서 열린 '세계 재즈의 날' 전야 콘서트. 웅산(가운데) 한국재즈협회장을 비롯해 한국 1~3세대 재즈뮤지션들이 나란히 서 있다. 사진=Photo by Lee Dayoung
 
30일 저녁 6시30분부터 노들섬 잔디마당에서 열리는 ‘JAZZ all Stars’는 축제 최대 백미(白眉)가 될 전망이다. 분홍 노을 사이로 루이 암스트롱의 명곡 ‘왓 어 원더풀(What a Wonderful World)’ 트럼펫(최선배) 독주가 막을 연다. 신관웅(피아노), 김준(보컬), 이정식(색소폰) 같은 한국 재즈의 선구자들부터 장재효(타악), 한충은(대금) 등 국악 연주자, MC스나이퍼까지 한 자리에 뒤엉킨다. 스캣과 랩, 아니리가 세기의 빅매치를 벌일까. “분명한 것은 노을과 음악이 하나 되는 시간, 세대가 어우러지는 화합과 평화의 메시지를 볼 수 있을 겁니다. 코로나 시국 닫힌 마음의 문을 열 듯... 국악과 재즈, 힙합이 어떻게 어우러지는지 그 난장의 무대를 직접 눈으로 목격해주세요.” 
 
행사는 그야말로 ‘재즈 정찬(正餐)’이다. 강연(재즈피플 김광현 편집장, 재즈평론가 남무성)과 소규모 편성 공연(유사랑· 문혜원·조해인)을 엮는 렉처 콘서트와 블루스 개막공연이 에피타이저라면, 메인코스인 여러 재즈 공연을 지나, 마지막 날 피아노 배틀 ‘4MAN's Piano(말로 보컬 참여)'로 막을 내린다. “축제에는 분명한 흐름을 느끼실 수 있을 거에요. 특히 마지막(4MAN's Piano)엔 후식 때 마시는 에스프레소처럼 깊고 밀도 높은 공연이 될 겁니다.”
 
재즈 꽃이라 불리는 빅밴드 편성의 무대 ‘재즈파크빅밴드’부터 실력 출중한 재즈 보컬들의 별도 무대 ‘디바스 콘서트(Diva’s CONCERT)’ 시리즈, 특정 연주자들의 트리오 무대 등도 마련된다. 프리재즈 거장 강태환(78)부터 올해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재즈 보컬 음반상’ 수상자 마리아킴 등 중견 뮤지션, 그리고 한석규 등 4세대 젊은 피까지, 세대와 장르 불문 면면이 다채롭다.
 
‘2022 서울재즈페스타’. 사진=한국재즈협회
 
이번 행사는 2022년 ‘서울시 대표 7대 축제’에 선정되기도 했다. 서울시 측이 예산을 지원했다. 웅산은 공무원들 앞에서 ‘왜 재즈고, 노들섬이어야 하는지’ 직접 프레젠테이션(PT)까지 감행해 설득했다고.
 
지난해 기자와 인터뷰 때도 그는 “버려졌던 곳인데 다시 새롭게 태어난 노들섬이 누군가로부터 소외받고 외면 받아온 재즈와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재즈는 늙지 않고 늘 살아 숨 쉬며 소통하는 음악”이라고 설명했었다. 
 
“변화를 일으키려고 할 때, 사람들은 불편해하거든요. 기존에 익숙해있던 걸 좋아하니까요. 근데 한편으론 불편함 속에는 설렘이 있고, 그 설렘으로 한 단계 진전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다행히 한국 재즈 부흥을 염원하는 회원분들과 주변(음악, 조명, 촬영 감독 등) 열망, 지원이 똘똘 뭉쳐 헤쳐나가고 있어요.”
 
세계적인 칠예가 전용복은 한국 재즈 르네상스를 위해 발벗고 나서는 이들을 위해 감사패 제작까지 준비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서울 강남구 섬유센터 이벤트홀에서 열린 '세계 재즈의 날' 전야 콘서트. 사진/Photo by Lee Dayoung
 
30일 잔디마당에서 진행하는 3차례 공연은 20분 만에 전석 매진됐다. 회당 각 800석, 총 2400여석 규모다. “25년 전 재즈인지 아닌지 모를 것을 처음 시작할 때, 고 박성연 선생님을 비롯한 많은 선생님들이 너무 많은 사랑을 주셨거든요. 그 받았던 사랑을 이제는 많은 재즈인들 그리고 대중들과 나누고 싶어요. 재즈를 어렵다고 생각한 많은 사람들을 재즈 팬으로 만들고 싶어요.”
 
웅산은 “재즈는 가장 민주적인 음악”이며 “소통하고 영감을 주며 서로를 깨우는 음악”이라 했다.
 
“국악이 재즈를, 재즈가 힙합을, 힙합이 국악을 서로 껴안아주고 보듬어 주는 모습이 우리에게 울림을 주지 않을까요? 재즈인들이 관객에게 보여줄 수 있는 보물이 바로 거기에 있을 겁니다. 어떻게 서로 배려하고 어떻게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지를.”
 
세계 재즈의 날에는 한국 외에도 99개국에서 다양한 기념 공연이 열린다. 이 기간 행사 중 하나인 ‘글로벌 올스타 콘서트’는 올림픽처럼 도시를 옮기며 개최돼왔다. 가까운 일본만 해도 3차례나 열었고 쿠바, 프랑스, 러시아 등에서 열렸다. 웅산 역시 ‘재즈 올림픽’을 한국에 여는 것 외에 다양한 장기 목표들이 있다.
 
“예산 문제로 펼치지 못한 꿈들이 많아요. 재즈빅밴드나 대학생 버스킹 무대, 연령 제한 없는 재즈 교육 등을 시도해보고 싶어요. 대도시만이 아닌, 지방 곳곳을 찾아가는 콘서트도 계획하고 싶고요. 다시 불도저처럼 밀고 나가야죠.”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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