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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칼럼)콘텐츠 전쟁, 정부도 역할 해야
2022-04-08 06:00:13 2022-04-08 06:00:13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업계 내 '쩐의 전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최근 눈에 띄는 것은 기존 OTT 기업 외에 국내 이동통신사들의 플랫폼 기업으로의 변신 도모, 그리고 분주한 투자 움직임이다. 콘텐츠 관련 투자 규모를 앞다퉈 늘리는가 하면, 규모의 경제를 이루기 위해 타 기업과 손을 잡는 것도 불사하는 모습이다. 
 
7일 KT는 2025년 미디어 콘텐츠 분야에서 매출 5조원을 달성하겠다고 선포했다. 지난해 KT의 이 부문 매출은 3.6조원이었다. KT스튜디오지니와 skyTV를 중심 축으로 삼아 콘텐츠에 향후 3년간 5000억원 투자한다는 방침이다. KT가 본래 통신기업이고, 탈통신 기업을 주창하고 나선지 이제 2년이 지났다는 점을 감안하면 적지 않은 금액이다. 5월부터 KT스튜디오지니 표 드라마가 나올 예정이고, 내년 방영을 목표로 24개의 오리지널 드라마 라인업이 구축됐다. 
 
KT말고도 다른 기업들도 앞다퉈 콘텐츠 투자에 돈을 풀고 있으며, 연합전선을 구축할 기미마저 보이고 있다. 앞서 KT와 CJ ENM은 콘텐츠 사업 협력을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한 바 있다. 이 계약에 따라 대한민국 대표 미디어 콘텐츠 그룹인 CJ ENM의 자금이 KT 계열에도 흘러 들어가게 됐다. CJ ENM은 KT스튜디오지니에 1000억원 규모의 지분투자에 나서는 등 전방위 협력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이 금액은 지난해 CJ ENM이 발표한 5년간 5조원 규모 콘텐츠 투자 계획과도 맞닿아 있다. 5조원은 음악IP 확보 비용까지 포함된 개념이긴 하나, 이 중 상당 부분이 OTT자회사인 티빙에 투자될 계획이다. 티빙은 지난해 초 향후 3년간 4000억원 투자 계획을 알린 바 있다. 
 
SKT의 경우 일찌감치 자회사 콘텐츠웨이브를 통해 콘텐츠 역량 강화에 나서고 있다. 웨이브는 앞서 2025년까지 1조원 투자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올해에만 약 2600억원을 쏟을 예정이다. 토종 OTT의 가능성을 제일 먼저 알렸던 왓챠도 빼놓을 수 없다. 정확한 금액을 밝히진 않았지만 올해 10여개 오리지널 작품을 내놓는다.
 
주요 OTT 기업들의 올 한해 콘텐츠 투자금액을 합칠 경우 대략 1조원의 절반 수준은 넘길 것으로 보인다. 올해에만 한국 콘텐츠에 1조원을 쏟아붓겠다는 넷플릭스와 어쩌면 겨뤄볼 만한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글로벌로 눈을 돌리면 여전히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다. 넷플릭스의 올해 글로벌 콘텐츠 전체 투자 금액은 총 20.3조원에 이를 전망이기 때문이다. '오징어게임'이 증명하듯 콘텐츠에는 국경이 없다. 한국 콘텐츠라 하더라도 결국엔 글로벌을 상대로 하는 싸움인 셈이다.
 
세계 유수의 OTT와 비교할 때 투자금액이 현저히 적은 상황인 만큼 일단은 승률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려면 콘텐츠 제작 환경의 개선이 필수다. 기업들이 오롯이 콘텐츠의 질을 높이는 데만 집중하도록 정부가 지원을 서둘러야 한다. 토종 OTT 통합설까지 나올 만큼 한국 OTT기업들은 글로벌 공룡 OTT들을 상대로 한 절박한 싸움을 하고 있다. 미디어 생태계 발전방안을 비롯해 전 정부에서 운을 띄웠던 OTT진흥책이 본격 가동돼야 할 시점이다. K콘텐츠의 선전 덕분에 K콘텐츠 플랫폼은 아직 골든타임 내에 있다. 세액공제, 규제 혁신 등 적극적인 행정이 뒷받침돼 한국의 넷플릭스, 한국의 HBO를 머지 않은 시일내 만나볼 수 있기를 바란다.
 
김나볏 중기IT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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