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위기와 반전의 연속
이준석과 연이은 갈등에 리더십 상처…울산담판·선대본 구축으로 풀어
야권 단일화 무산 위기 속 안철수와 심야 담판…승리 초석으로
2022-03-10 04:17:43 2022-03-10 04:17:43
윤석열(가운데) 국민의당 후보가 지난해 12월3일 울산 울주군 언양읍의 한 식당에서 이준석(왼쪽) 국민의힘 대표와 만찬 회동 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오른쪽은 김기현 원내대표.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걸어온 대권 도전의 길은 짧지만 위기와 반전의 연속이었다. 당 내홍으로 지지율 추락을 맛보며 한 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에게 여론조사 1위 자리를 내주기도 했고, 야권 단일화 실패의 그림자가 드리우기도 했다. 하지만 고비 때마다 반전 드라마를 써내며 차기 대권을 거머쥐었다. 
 
윤 당선인에게 첫 위기가 찾아온 것은 지난해 11월이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윤 당선인의 충청권 지역 방문 일정을 전날에야 보고받는 등 당대표 패싱 논란이 계속되자 이에 반발해 '그렇다면 여기까지입니다'라는 메시지를 자신의 페이스북에 남긴 채 11월30일 돌연 잠적했다. 윤 당선인이 이 대표가 반대한 이수정 경기대 교수의 선대위 공동선대위원장 임명을 강행하면서 갈등은 극에 달했다. 일각에서는 이 대표 사퇴설까지 흘러나왔다. 
 
이 대표는 나흘간 부산, 순천, 여수, 제주, 울산 등을 돌아다니며 "당 대표는 적어도 대통령 후보 부하가 아니다"라며 윤 당선인을 향해 연일 경고장을 날렸다. 깉은 해 12월3일 제주에서 기자들과 만나서는 "후보 측에서 의제를 사전에 조율해야 만날 수 있다고 한다. 굉장히 당혹스럽다"며 강한 불만을 드러낸 뒤 울산으로 향했다. 대선 후보와 당 대표 간 알력 다툼은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다. 그러자 윤 당선인은 여의도에서 5시간을 차로 달려 이 대표가 있는 울산으로 향했고, 이내 한 음식점에서 김기현 원내대표가 참석한 3자 회동이 성사됐다. 
 
윤석열(가운데) 국민의힘 후보와 이준석(왼쪽)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해 12월3일 오후 울산 울주군 언양읍의 한 식당에서 만찬 회동 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오른쪽은 김기현 원내대표. (사진=뉴시스)
 
이들은 약 2시간 동안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누며 선대위 인선과 권한 배분 등에 전격 합의했다. 회동 막바지 "윤석열을 위하여" "이준석을 위하여"라는 건배사까지 주고받으며 화합 분위기가 조성됐다. 이후 합의문을 내고 "대선에 관한 중요사항에 대해 후보자와 당대표, 원내대표는 긴밀히 모든 사항을 공유하며 직접 소통을 강화하기로 했다"고 합의했다. 윤 당선인의 오랜 골칫거리였던 총괄선대위원장 문제도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전격 수락으로 해결됐다. 윤 당선인과 이 대표의 갈등이 봉합되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불과 한 달 후 윤 당선인은 또다시 이 대표와 부딪혔다. 이번 대치 상황은 더 극으로 치달았다. 이 대표는 '나는 후보 말만 듣는다'고 대놓고 항명을 한 조수진 최고위원과 갈등 끝에 상임선대위원장직과 홍보미디어총괄본부장직 등 선대위 직책을 던졌다. 겉으로는 조 최고위원과의 문제처럼 비춰졌지만, 실상은 윤핵관'(윤석열 핵심관계자)과의 전면전 선포였다. 윤핵관들이 자신과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을 견제하는 데만 혈안이 돼 선대위 지휘체계를 무너뜨린다고 봤다.
 
이후 이 대표는 장제원 의원을 '윤핵관'의 하나로 지목하면서 "블랙요원" "정치장교"라고 몰아붙였다. 권성동 사무총장과 윤한홍 의원도 윤핵관의 무리로 분류했다. 이 대표가 내부를 향해 계속 반감을 드러내면서 윤 당선인의 리더십에 대한 의문부호가 붙여졌다. 또 한 번의 위기였다. 
 
윤석열(왼쪽) 국민의힘 후보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1월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포옹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하지만 윤 당선인은 정면 돌파를 시도했다. 그의 결단에 앞서 윤핵관으로 분류된 인사들이 선대위직에서 물러날 뜻을 밝히며 먼저 쇄신의 길을 터줬다. 윤 당선인은 마침내 지난 1월5일 선거대책위원회 해산과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과의 결별이라는 초강수를 두며 홀로서기를 선언했다. 선대위 대신 실무 중심의 선대본을 새로 꾸리고, 새 사령탑에 4선의 중진 권영세 의원을 선임하며 체계 개편을 공식화했다.
 
윤 당선인은 다음 날 의원총회에서 "당이란 게 뭔가. 선거의 승리를 목적으로 하는 집단이 아닌가"라며 "저희가 대의를 위해 지난 일 다 털고, 오해했는지도 아닌지도 다 잊어버리자"고 주문했다. 우여곡절 끝에 의총에 참석한 이 대표는 "단 한날한시도 윤 후보의 당선을 의심한 적이 없다. 정권교체라는 큰 대의를 위해 저는 원팀을 선언하겠다"고 화답했다. 두 사람은 화해의 뜻으로 포옹한 뒤 양손을 잡고 만세 삼창을 했다. 이 대표는 이날 경기도 평택에 마련된 순직 소방관 빈소를 조문하는 윤 당선인을 위해 '일일 운전기사'를 자임했다. 국민의힘 내홍 한가운데에 있었던 두 사람 간 갈등이 다시 극적으로 봉합되는 순간이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의 단일화 과정에서도 냉온탕을 오갔다. 지난달 이재명 후보와의 시소게임이 이어지면서 윤 당선인으로서도 자강론만을 주장하기에 위험 부담이 따랐다. 하지만 안 대표는 자신이 제안한 여론조사식 단일화만을 받으라고 요구했고, 윤 당선인이 이에 응하지 않자 지난달 20일 기자회견을 열고 단일화 제안 철회를 선언했다. 그로부터 일주일 뒤에는 아예 윤 당선인에게 단일화 협상 철회를 통보하기에 이른다. 야권의 화두였던 단일화가 물거품이 될 처지였다.
 
윤석열(왼쪽) 국민의힘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지난 3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단일화 기자회견을 마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특히 윤 당선인 측이 그간의 협상 과정을 언론에 공개하면서 감정싸움이 벌어졌고 야권 단일화는 아예 없었던 일이 되는 듯했다. 그러나 대선을 일주일 앞둔 지난 2일 마지막 TV토론을 마친 뒤 심야에 반전이 일어났다. 윤 당선인은 TV토론 직후 안 대표와 마주 앉아 2시간 동안 직접 담판에 나섰고 곧바로 공동선언문에 합의했다. 지난달 27일 단일화 철회에도 양측이 협상 테이블을 이어간 덕분이었다.
 
윤 당선인은 안 후보는 다음날인 3일 국회에서 공동기자회견을 열고 "저희 두 사람은 원팀"이라며 "'더 좋은 정권교체'를 위해 뜻을 모으기로 했다"고 손을 맞잡았다. 그러면서 "오늘 단일화 선언으로 완벽한 정권교체가 실현될 것임을 추호도 믿어 의심치 않는다"며 "'국민통합정부'를 통해 지난 4년 반 동안 내로남불, 거짓과 위선, 불공정 등 비정상으로 점철된 모든 국정운영을 정상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야권 단일화는 '대통령 당선'이라는 결과를 안겨준 결정적 한 방이 됐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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