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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주 떠났지만…넥슨, '한국의 디즈니' 꿈 잇는다
고 김정주, 생전 디즈니 부러워해…"디즈니 1%라도 따라가고 싶어"
NXC 지분 정리 관심…상속·매각 가능성 열려있어
2022-03-02 15:46:26 2022-03-02 15:46:26
[뉴스토마토 김진양 기자] 넥슨이 고 김정주 넥슨 창업주 겸 NXC 이사가 남긴 미완의 과제를 완수한다는 각오다. 게임 산업을 넘어 종합 엔터테인먼트 회사로의 도약을 꿈꾸던 고인의 뜻을 이어받아 '한국의 디즈니'에 한 발 더 다가선다는 계획이다. 일찍이 전문 경영인 체제를 다져놨기 때문에 고인의 공백도 당장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다만 고인이 보유했던 NXC 지분을 어떻게 정리할 것인가에 따라 지배구조의 향방이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이정헌 넥슨코리아 대표는 고인의 비보가 전해진 지난 1일 사내 공지를 통해 "대한민국이라는 작은 나라에서 태어난 이 회사가 글로벌에서 누구나 다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회사로 만들어 달라며 환하게 웃던 그 미소가 아직도 제게는 선명하다"며 "그 꿈을 현실로 만들어나가는 여정에 이제는 함께 할 수 없다는 사실에 다시 한번 가슴이 먹먹해져 온다"고 고인을 기렸다. 이어 그는 "저와 넥슨의 경영진은 그의 뜻을 이어가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 더욱 사랑받는 회사를 만들어나가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오웬 마호니 넥슨 일본법인 대표도 같은 날 홈페이지 등을 통해 "세상은 사장님을 예지력이 뛰어난 리더이자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분야의 선구자로 인식하고 있다. 그러나 그를 친구이자 멘토로 함께 하는 행운을 지녔던 우리는 그가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많은 이들에게 영감을 주었던 사람으로 기억할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또 "사장님은 25년 넘게 저에게 많은 가르침과 영감을 불어넣어 주셨고 저의 리더십과 우정에 대한 이해에도 매우 긍정적인 영향을 주셨다"며 "그는 넥슨을 진정한 글로벌 리더로 만들면 모든 세상 사람들에게 영감과 기쁨을 줄 수 있다고 믿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오웬 대표는 "넥슨의 경영진은 사장님의 비전을 흔들림 없이 이어받고 추진해 나갈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고 김정주 넥슨 창업주. (사진=넥슨)
 
경영진의 다짐처럼 넥슨은 기존에 설정해 둔 로드맵대로 사업을 이어간다. 오웬 대표, 이 대표는 물론 지난해 7월 넥슨의 지주사 NXC의 새 수장으로 선임된 이재교 대표까지 모두 오랜 시간 넥슨에 몸담아 왔던 만큼 고인의 갑작스러운 부재에 따른 혼란도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자녀에게 경영권을 승계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던 것을 감안하면 남은 가족이 경영에 관여할 가능성도 낮다. 
 
큰 방향성은 넥슨을 디즈니 같은 종합 엔터테인먼트 회사로 키워가는 것이다. 생전 고인은 디즈니를 부러워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는 2015년 출간된 자서전 '플레이'를 통해 "디즈니에서 제일 부러운 것은 아이들을 쥐어짜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우리가 풀어야 할 숙제"라고 말했다. 
 
디즈니의 100분의1이라도 따라가고 싶어했던 그는 디즈니 출신 인재도 영입했다. 지난해 7월 선임한 닉 반 다이크 수석 부사장 겸 최고전략책임자(CSO)가 대표적이다. 다이크 수석 부사장은 넥슨 합류 이후 글로벌 전략 수립, 인수합병(M&A), 경영개발, IP 관리 등을 총괄하고 있다. 또한 넥슨의 글로벌 IP 영향력 및 가치 확장을 위해 신설한 '넥슨 필름&텔레비전' 조직도 이끌고 있다. 
 
안정적인 사업 전망과는 달리 NXC 지분 정리에는 많은 관심이 모아진다. 넥슨의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NXC는 김 이사가 지분 67.49%를 보유하고 있는 것을 비롯해 그의 가족이 100%의 소유권을 쥐고 있기 때문이다. NXC가 일본 상장법인 넥슨재팬의 최대 주주로 약 47%의 지분을 갖고 있고 넥슨재팬이 넥슨코리아를 100% 지배하고 있다. 넥슨코리아 산하에는 던전앤파이터 개발사 네오플, 넥슨지티, 넷게임즈 등의 개발 자회사가 있다. 넥슨지티와 넷게임즈는 최근 넥슨게임즈로 합병법인 설립을 결정하기도 했다. NXC는 또 벨기에 소재 투자회사 NXMH도 완전 지배하고 있다. NXMH는 넥슨의 비게임 사업 인수의 주요 주체가 돼왔다. 
 
 
 
고인의 NXC 지분 처리 방안은 현재까지는 정해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다. 업계에서는 그의 아내인 유정현 NXC 감사와 두 자녀에게 상속되는 방안 혹은 제3자로의 매각 등을 거론하고 있다. 유족에게로의 상속을 결정할 경우 거액의 상속세를 납부해야 한다. 현행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 따르면 과세표준(상장이익)이 30억원을 넘으면 최고세율 50%가 적용된다. 최대주주인 김 이사의 NXC 주식을 상속받을 경우 지분가치에 경영권 프리미엄 20% 할증도 붙는다. 
 
다만 NXC가 비상장사이기 때문에 평가 방법은 다소 까다로울 전망이다. 자산가치, 영업이익 등을 고려해 상속세가 평가되기 때문이다. 지난 2020년 말 기준 NXC의 순자산은 8조9105억원이다. 김 이사의 지분율을 단순 계산하면 약 6조원 수준이다. 지난해 포브스가 발표한 '전세계 억만장자 리스트'에서는 그의 자산을 133억달러(약 14조8000억원)로 추산했다. 
 
막대한 상속세가 부담스러우면 지분 매각도 배제할 수 없다. 앞서 김 이사도 지분 정리를 시도하다 마땅한 인수자가 나타나지 않아 매각 계획을 철회했기 때문이다. 2019년 지분 매각 추진 당시 NXC의 기업 가치는 15조원 안팎으로 평가됐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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