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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우린 좌파 선봉장, 목숨 걸고 박근혜 수사했다"…관건은 'TK'
보수표심 요동칠까 '예의주시'…홍준표의 '보수궤멸', 유승민 '배신자 프레임' 상기
2022-01-17 14:58:28 2022-01-17 21:55:34
 
[뉴스토마토 임유진 기자]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부인 김건희씨의 박근혜 전 대통령 수사 관련 언급이 보수 표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보수의 심장이자, 박 전 대통령의 정치적 근거지인 대구·경북(TK)에서 이재명 민주당 후보 지지율이 꾸준히 30% 안팎을 기록하는 상황에서, 자칫 박 전 대통령을 곤경에 내몬 원흉으로 윤 후보가 낙인찍힐 경우 대선구도 또한 격랑 속으로 빠져들 수밖에 없게 된다. 
 
윤 후보는 국정농단 특검 수사팀장을 거쳐 서울중앙지검장, 검찰총장에 이르기까지 문재인정부에서 승승장구했다. 박 전 대통령의 중형을 이끌어내는 등 적폐청산의 공로를 인정받으면서 철저한 기수 중심의 검찰 조직문화를 깨고 날개를 달았다. 지난 경선과정에서 홍준표 당시 후보는 윤 후보를 겨냥해 "보수 궤멸"의 책임을 물을 정도였다. 건강 악화로 신년 특사에 이름을 올린 박 전 대통령에 대한 보수층의 동정론이 더해질 경우 윤 후보 역시 책임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16일 MBC 시사프로그램 '스트레이트'를 통해 공개된 김씨와 '서울의소리' 이모 기자 간 통화 녹취록에 따르면, 김씨는 "그때는 우리가 좌파였잖아. 좌파의 선봉장이었잖아. 문재인(과) 윤석열. 몰라?"라며 "진짜 목숨 걸고 박근혜 수사했다"고 말했다. 또 "우리가 박근혜 최순실 특검했잖아"라며 "박근혜를 탄핵시킨 건 보수야. 진보가 아니라"고며 했다 "바보같은 것들이 진보 문재인이 탄핵시켰다고 생각하는데, 그게 아냐. 보수 내에서 탄핵시킨 거야"라고 말했다.
 
김씨는 "우리가 무슨 서울지검장 갈 때도 몇 단계 뛰고 가고 총장 갈 때도 몇 단계 뛰고 가는데, 총장 되고 대통령 후보 될 지, 뭐 꿈에나 상상했겠어?"라며 "대통령 후보가 될지 누가 상상했겠어? 이걸 누가 키워준거야? 문재인정권이 키워준 거야, 보수가 키웠겠어?" 보수는 자기네가 해먹고 싶지. 정치라고 하는 건 그래서 항상 자기 편에 적이 있다는 걸 알아야 돼"라고 언급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부인 김건희씨.사진/뉴시스
 
윤 후보는 2017년 10월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추가 구속영장 발부와 이어진 적폐 수사를 이끌었다. 그 공로를 인정받아 2019년 7월 검찰총장에 취임하는 등 문재인정부 일등공신 반열에 올랐다. 그러다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에 대한 수사와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등을 잇달아 수사하면서 여권과 급격히 멀어지게 됐다. 경선 경쟁자였던 홍준표 의원이 윤 후보를 향해 "문재인 대통령과 한 편이 돼 보수 궤멸에 선봉장이 된 공로로 벼락출세를 두 번이나 했다"고 연일 비판을 쏟은 건 이런 맥락에서다.
 
박 전 대통령은 문재인정부에서 지난달 31일 0시를 기해 특별사면됐다. 윤 후보는 지난달 30일 대구·경북 지역 기자간담회에서 "건강이 회복되면 찾아뵙고 싶다"고 언급하는 등 박 전 대통령과의 관계 회복에 애를 썼다. 이보다 앞서 지난달 28일 토론회에선 자신이 과거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 수사를 지휘한 것과 관련해 "대단히 미안한 마음을 인간적으로 갖고 있다"면서 유화적 제스처를 취했다.
 
하지만 "진짜 목숨 걸고 박근혜 수사했다", "좌파의 선봉장이었다" 등의 김씨 발언이 알려지면서 보수층을 자극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의힘 선대본 한 관계자는 "받아들이기에 따라 대단히 민감한 내용일 수 있다"며 "보수층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유승민 전 의원은 '박근혜 배신자' 프레임에 갇혀 경선에서 힘 한 번 못쓰고 패배를 맛봐야 했다.  
 
임유진 기자 limyang8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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