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병남 기자] # 30대 문모 씨는 어렵게 방사선관리기술사 자격시험을 통과해 올 초 해당 자격증을 토대로 서울에 위치한 한 중견회사에 취업했다. 하지만 최근 다시 취업준비생으로 돌아갔다. 지금 벌이가 나쁘지 않지만, 이렇게 쌓인 월급으로는 서울에서 내 집을 마련하고 살아가는 게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는 지방에 위치한 공기업 공개채용을 준비 중이다. 그가 전 직장에서 받은 월 실수령액은 400만원 선으로 연봉은 6000만원이 조금 안됐다.
부동산 자산 가격과 실질 소득의 괴리가 계속 커지면서 청년 세대들의 상실감이 커지고 있다. 정부가 임대주택을 늘려 당장 주거비 부담을 줄이겠다고 나서고 있지만, 이들이 내 집을 마련할 수 있는 길을 터주는 것 외에는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030 세대 사이에는 이미 내 집 마련의 시기를 놓친 '벼락 거지'에 대한 공감대가 팽배하다.
20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경기도 군포시 금정동에 위치한 한 아파트의 전용면적 58㎡(약 17평) 한 호는 이달 초 4억2000만원에 거래됐다. 해당 아파트의 지난해 12월 2억3500만원에 거래됐는데 1년 사이에만 거래가가 178% 올랐다. 8월 말에도 이미 3억5000만원에 거래되는 등 4개월 간 7000만원이 넘는 집값 상승이 있었다.
높은 경쟁을 뚫고 사회에 진출했지만, 청년들은 허탈감만 가득하다. 그러나 정부의 관련 주거 대책은 주변 시세보다 적은 임대료를 제공하는 공적임대주택 공급 확대나 버팀목전세자금 대출과 같이 사실상 이자 지원이 고작이다. 해당 정책은 사회초년생들에게는 도움이 될지 모르나 이제 주택 매매를 통해 생활에 안정을 찾으려는 청년층에게는 효용이 없다. 이들은 2~3억원대 전세에 목을 매야 하는 실정으로 주요 은행에서는 이날 기준 4%대 후반의 이자비용을 내면 최대 2억원 한도에서 대출에 실행하고 있다.
최근 영등포구 인근에 전셋집을 구하기로 마음을 먹은 직장인 5년차 30대 손 모씨도 같은 경우다. 그간 2억원의 현금성 자산을 모은 그는 올해 내 집 마련에 나서려다 마음을 접었다. 주택담보·신용대출을 더해 수도권 외곽에 소형아파트를 구할 수 있을 거라 판단했지만, 올 하반기부터 강화한 대출 규제가 발목을 잡았다. 그는 "근생빌라 매매를 고민하기도 했으나, 코로나19에 임대가 안될까 싶어 마음을 접었다"며 "전세보증금 최대로 대출받고, 나머지는 우량주에 투자한 형태로 다음 매매 시기를 살피려고 한다"고 했다.
애석하지만 지금 정책 기조에서 손 씨가 대출에 나설 수 있을 지는 의문이다. 정부 정책에 따르면 오히려 내년부터 대출이 더 어렵게 되기 때문이다. 정부 가계부채 관리대책에 따라 1월부터 집값과 상관없이 총 대출액이 2억원을 넘기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40% 규제가 적용된다. DSR은 담보물 상관없이 차주의 소득대비 상환여력을 보겠다는 것으로, 연봉이 낮을수록 대출 가능 금액이 줄어든다. 7월에도 추가 DSR 규제가 적용되는 등 지금 당국의 기조에선 내 집 마련은 요원해 보인다.
사진은 이달 19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 모습. 사진/뉴시스
신병남 기자 fellsick@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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