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유진 기자] 국민의힘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과 김한길 새시대준비위원장의 본격 힘겨루기가 시작됐다. 신경전은 이미 진행 중이다. 김 위원장이 이끄는 새시대준비위원회가 지난 12일 출범했으나, 김 총괄위원장은 이날 행사에 불참했다. 반대로 김 총괄위원장을 원톱으로 한 선대위 회의에는 김 위원장이 한 번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선대위 출범식조차 건너뛰었다. 두 사람 간의 신경전이 표면화되면서 불안한 동거에 대한 우려도 커졌다.
김 위원장은 12일 새시대준비위 현판식 행사에서 지난 6일 있었던 선대위 출범식에 불참한 데 대해 "새시대준비위가 선대위 소속도 아니고 제가 그 자리에 가는 것이 오히려 어색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고, 위원회 출범 때문에 시간적으로 바쁘기도 했다"고 말했다. '어색하지 않을까' 대목에서는 원팀에 대한 의구심마저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두 사람의 주도권 다툼은 이제부터 본격화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김 위원장이 이끄는 새시대준비위는 후보 직속으로 별도로 꾸려져 선대위의 지휘를 받지 않는다. 또한 당적과 관계없이 활동하는 '별동대'로 중도 및 호남으로의 외연 확장이 주된 임무다. 애시당초 김 위원장의 영입을 못 마땅해했던 김 총괄위원장으로서는 김 위원장의 존재 자체가 눈엣가시일 수 있다.
김병준 상임선대위원장과는 다르게 김 위원장이 정치권에서 지니는 무게감과 존재감이 큰 점도 두 사람의 충돌 가능성을 높인다. 윤석열 후보는 김 위원장만큼은 철저히 엄호하며 '김종인 견제 카드'로 활용할 수 있다. 김 상임위원장은 정책에 있어 강점을 보이지만 김 위원장은 정무와 전략, 기획 등 다방면에서 그 능력을 검증받은 바 있다. 김 총괄위원장 입장에서도 한결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두 사람은 여야 수장으로도 대결을 벌인 바 있다.
김한길 새시대준비위원장(왼쪽)과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사진/뉴시스
원톱 김종인 "나중에 걷잡을 수 없는 상황" 공개 경고
김 총괄위원장의 견제구도 시작됐다. 그는 13일 국회에서 열린 선대위 회의에서 "정책을 개발해 공약을 내세우겠다는 부서가 너무 많다"며 "각기 다른 곳에서 얘기하면 나중에 걷잡을 수 없는 상황이 전개되니 각별히 유의해달라"고 공개 경고했다. 선대위 내 비슷한 콘셉트의 조직이 난무하는 데다 김 위원장이 이끄는 새시대준비위와 선대위 산하 박주선 공동선대위원장의 동서화합미래특별위원회 등을 겨냥했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와 관련해 윤기찬 새시대위 대변인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다소 중첩돼 보이긴 하지만 추진하는 업무는 소구 대상이 다르기 때문에 좀 다르다"며 "만약에 겹치거나 다소 모순되는 것들은 아마 후보자가 조정하는 절차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변인은 김 총괄위원장의 이날 경고성 발언에 대해 "기본적으로 별도의 조직들이 아니고 좀 더 효율적인 득표를 위한 선대위 내의 조직들"이라며 "따지고 보면 후보 밑에 있는(조직이라), 당연히 상식적인 조율 조치를 거치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사진/뉴시스
"전부 다 왕 노릇, 반드시 문제 발생"…'불안한 동거' 잠재우기가 윤석열 과제
민주당은 이런 국민의힘 상황을 틈타 자중지란을 노리고 나섰다. 이해찬 전 민주당 대표는 이날 한 라디오에서 국민의힘 선대위 구성에 대해 "오합지졸이 아니고 오합지왕"이라며 "전부 다 왕 노릇을 하다 보니 산으로 갈지 바다로 갈지 잘 모르겠다"고 했다. 그는 "후보가 중심이 돼야지, 지원하는 사람들이 중심이 되는 선거는 반드시 나중에 문제가 발생한다"며 "커버하는 건지 분점하는 건지 모르겠는데 저렇게 해서 당선되면 그 집단이 뭐가 되겠느냐"고 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김 총괄위원장의 원톱 체제 하에 김 위원장이 따로 떨어진 기구를 맡고 있단 점에서 '불편한 동거'가 이뤄지고 있다"며 "두 사람의 갈등이 표출되지 않도록 윤 후보가 업무 조율과 설득, 리더십을 발휘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한편 김병준 상임선대위원장은 김 총괄위원장이 원톱 지휘봉을 쥔 이후 정중동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윤 후보가 이미 김 총괄위원장에게 전권을 부여한 만큼 서열은 확실하게 정해졌단 평가가 나온다. 김 총괄위원장과 김병준 위원장 두 사람 모두 정책이 강점이지만, 민심을 읽는 의제 설정 면에서는 김 총괄위원장이 압도적으로 우위인 만큼 김병준 위원장의 목소리를 찾아보기 힘들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병준 상임선대위원장(왼쪽)과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사진/뉴시스
임유진 기자 limyang8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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